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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메이트 Jun 23. 2022

헬립 오 루이자

모로코 여행기 #27

모로코의 카페는 우리나라의 카페와 사뭇 다르다. 

그 차이점들을 나열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프렌차이즈 카페를 찾아보기 힘들다.

다양한 이름의 프렌차이즈 카페가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개인 카페가 대부분이다.


대체로 널찍하고 조명이 어둡다.

우리나라에는 큰 규모의 카페도 있지만, 특히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 중에는 작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카페도 많다. 내부에는 주로 밝고 따뜻한 느낌의 조명을 써서 인스타그램용 사진을 찍기에 적합하다.

모로코에서는 카페들이 대부분 넓고 조명은 어두운 편이다. 카사블랑카처럼 큰 도시는 여행을 안해봐서 어떨지 잘 모르겠다.   


야외에도 테이블을 두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도 야외, 루프탑을 카페로 꾸미는 경우가 꽤 있지만, 모로코에서는 더더욱 야외에 테이블이 없는 카페를 찾는 게 쉽지 않다.


음료와 함께 꼭 물을 가져다 준다.

주문한 음료만 나오고 물은 알아서 떠다 마시는 우리나라와 달리 모로코의 카페에 가면 꼭 물 한잔을 같이 주고, 비싼 곳은 작은 생수 한 페트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

물은 Self? No!



그리고 무엇보다 신기했던 차이점들.


카페는 주로 남성들이 이용한다.  

모로코의 카페에서 여성을 찾기는 쉽지 않다. 여성에게 카페 이용이 금지된 것이 절대 아니지만, 이상하게도 그랬다.

아, 물론 대도시의 카페는 조금 다를 수도 있다.

이와 같은 풍경


몇몇 카페는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여성들도 많고 가족들끼리 모여서 수다를 떨거나, 커플이 데이트를 하러 오기도 한다. 아래의 사진은 엘 자디다의 해변에 있는 카페인데 꼭대기 층의 분위기가 참 예뻤다.

엘 자디다 해변의 카페 PORTIMAO


아무래도 다들 축구를 보러 카페에 오는 것 같다.

모로코의 카페에는 신기하게도 TV가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살면서 TV가 있는 카페는 한 번도 못 본것 같은데, 모로코를 여행하면서는 TV가 없는 카페를 한 번도 보지 못했다. TV에서는 높은 확률로 축구경기가 나오고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각자 음료를 마시면서 경기를 관람한다. 중요한 경기가 있을 때에는 모두들 TV 앞에 의자를 끌어당겨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응원을 하기도 한다.

카페에 축구가 빠지면 섭섭하지.




카페에 가면 나는 항상 '헬립 오 루이자'를 시켰다.

'루이자'는 허브의 한 종류로, 심신을 안정시키고 숙면을 도와주며 복통을 가라앉히는 효능이 있다.  

헬립 오 루이자는 따뜻한 우유에 루이자 잎 또는 티백을 넣어 우려낸 차다. 기호에 따라 설탕을 넣어 마신다.  

 

헬립 오 루이자만 따로 찍어둔 사진이 없어, 아쉬운대로 다른 사진에서 잘라왔다(왼쪽). 오른쪽은 루이자 잎. 저 잎을 직접 우유에 넣어서 우리기도 한다.


헬립 오 루이자
'헬립'은 우유, '오'는 '~와, 그리고' 라는 뜻으로,
헬립 오 루이자는 '우유와 루이자'이다.
우리나라 카페와의 또 다른 차이점.
모로코의 카페에는 헬립 오 루이자가 있다.


내가 아는 한 우리나라에서 헬립 오 루이자를 따로 파는 카페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집에서 손쉽게 만들어 마실 수 있다. 검색해보니 루이자는 '레몬베나'라는 식물로도 알려져 있었다. 어쩐지 약간 레몬 향이 나더라. 건조시킨 레몬버베나의 잎을 구입하여 따뜻하게 덥힌 우유 200cc 정도에 이파리 10개 정도를 넣어 마시면 된다. 아니면 모로코에 갈 계획이 있는 분들은 모로코의 시장에서 아주 싼 가격에 루이자를 대량 구매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각설탕 두개를 넣어 마시는 게 딱 부담스럽지 않게 달달하고 가장 맛있었다. 은은하게 상큼한 루이자의 향기가 고소한 우유 속으로 부드럽게 녹아들었을 때 호로록 한 모금 마셔보자. 자기 전에 마시면 좋은 꿈을 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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