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울메이트 May 30. 2022

당신을 지켜 줄 "함자 호미스"

모로코 여행기 #7

마라케시에서의 세 번째 날이 밝았다.

알 함도릴라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어제 세티 파트마에서 크게 다치지 않고 무사히 돌아와 오늘의 태양을 볼 수 있다니 이 얼마나 큰 행복인가.  

오늘 우리는 아틀라스 산맥에 자리한 또 다른 마을으로 갈 예정이다. 베르베르족이 살고 있는 고산지대 마을인 'Imlil (임릴)'.

예전에 붑커가 메신저로 보내줬던 사진을 보고 너무 아름다워서 꼭 가보고싶다고 생각했던 곳이다.
모로코에서 사람이 사는 곳 중에 가장 높은 곳이라고 하는 임릴.
그 곳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또 그 곳의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임릴로 가는 길목에 있는 마을인 Tahennaout (따한나우트)는 도로도 넓고 학교도 있는 제법 큰 마을이다.  이 마을을 지나면 그 때부턴 평지가 끝나고 임릴까지 오르막길만이 남아있다. 임릴에 사는 학생들 중 몇몇은 따한나우트까지 등교하는 경우도 있는데, 버스를 놓치면 도로변에 서서 지나가는 차들을 얻어타기도 한다.    

따한나우트를 지나자 산골마을의 느낌이 물씬 나기 시작하고, 차창을 통해 들어오는 공기의 온도도 달라진다. 물기를 머금은 청량한 산공기에 폐가 저절로 정화되는 느낌이다.

이제부터는 임릴을 향해 가는 구불구불한 산길이 시작된다. 커다란 산들이 사방에서 우리에게 달려드는 듯 하다. 게다가 길이 좁고 급커브의 연속이라 더욱 스릴넘친다. 우와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얼마간을 신나게 달리고 달려
드디어 임릴에 도착했다.  

  

그림인지 실제인지 헷갈릴 정도로 아름다운 설산.


나>> 와 저 산좀 봐. 진짜 예쁘다. 엽서에 넣어도 되겠어.

붑커>> 진짜 멋있지? 임릴은 모로코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 중에 하나야.

나>> 나도 이제는 임릴이 가장 좋아지려고 해.  

붑커>> 여기 내가 좋아하는 커피숍이 있는데 거기 아보카도 주스가 먹을만 해.

나>> 아보카도? 당장 가자!

내사랑 아보카도. 우리나라에서는 아보카도 하나에 2천원이 넘고 할인상품을 사도 천 얼마 했던 것 같은데, 모로코에서는 그 가격이면 1kg을 살 수 있다. 아보카도 주스도 가격은 매우 저렴하면서 맛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진하다. 아보카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로코에서 삼시세끼 아보카도 주스를 후식으로 먹는다 해도 부담이 없을 것이다. 단, 설사 주의.  



붑커가 추천한 커피숍에 가서 아보카도 주스를 두 잔 시켰다.

하나는 아보카도 + 오렌지. 다른 하나는 아보카도 + 우유.

상큼하고 시원한 맛을 좋아한다면 전자를, 묵직하고 달달한 맛을 좋아한다면 후자를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아보카도 + 우유 + 설탕의 조합은 환상이라고 생각한다.

왼쪽이 아보카도+오렌지, 오른쪽이 아보카도+우유



커피숍의 루프탑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 실내에서 마시는 것보다 두 배, 아니 세 배는 맛있다. 그 이유는?

 

임릴의 커피숍에서 바라본 풍경


바로 이런 영화같은 장면이 눈 앞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정말 먹고 싶을 때만 큰맘먹고 사야했던 아보카도를 여기서는 500cc잔에 따라 실컷 마시는 것도 감지덕지한데 눈까지 호강하는구나. 알 함도릴라. 이 소중한 시간에 감사하다.    



잠시 후 우리는 커피숍을 나와 마을을 둘러보았다. 저 멀리로는 푸른 나무들 사이로 하얀 설산이 우뚝 서있는게 보이고, 길가에는 알록달록한 악세사리와 기념품을 파는 상점들, 견과류와 젤리를 파는 가게들이 귀엽게 줄지어 서있다. 모로코 전통 의상인 젤라바를 입고 전통 모자를 쓴 주민들이 걸어다니고 그 옆으로 당나귀가 끄는 수레가 지나간다. 나는 잠시 그림 속에 들어와 있는 듯 한 착각이 들었다.

우리는 구경도 할 겸 엘 자디다의 가족들에게 줄 선물도 고를 겸해서 기념품점에 들어갔다. 나는 악세사리에 정말 관심이 하아아아아나도 없다. 그거 살 돈으로 아보카도 주스 10잔 마신다는 마인드이다. 그런데도 붑커는 구우우우욷이 나에게 팔찌를 선물해주고 싶단다.


붑커>> 나도 알아, 너 이런거 별로 안 좋아하는 거. 근데 이건 그냥 팔찌가 아니야.

나>> 그럼 뭔데?

붑커>> '함자 호미스' 기억 나? 이 손 모양이 그거잖아.  

나>> 아하~ 듣고보니 그러네!

붑커>> 그래. 나쁜 눈들로부터 너를 지켜준다는 뜻이라구.   


'함자 호미스' 팔찌


이 팔찌에 달린 손 모양을 '함자 호미스'라고 한다. 나쁜 일들, 나쁜 사람들로부터 지켜준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함자 호미스'는 우리나라의 '입방정 떨지마라', '김칫국 마시지 마라' 이런 말과도 비슷하다. 예를들어 누군가가 '오늘 좋은 꿈을 꿨는데 일이 잘 풀리려나?'라고 하면 저 팔찌의 손모양처럼 다섯손가락을 쫙 펼치며 '함자 호미스! 입 조심해라.'고 말할 수 있다. ('Hamza, 함자'는 숫자 5, 즉 다섯 손가락을 뜻한다. 호미스는 무슨 뜻이었더라.. 붑커에게 물어봐야겠다.)

한국식 표현이라고만 생각했던 말들이 이 먼 나라에서도 쓰이는 표현이었다니. 이 밖에도 붑커와 대화하다가 '엇, 이건 한국식 개그 아니었어?'하며 깜짝 놀란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이런 걸 보면 사람 사는게 어디서나 크게 다르지는 않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임릴에서 선물받은 함자 호미스 팔찌 덕분인지 나는 여행 내내 무탈하였다.







이제 다시 차를 타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시간이다. 베르베르인들의 거주지인 임릴의 고산지대로 향할 것이다.

붑커>> 이제부턴 정말 운전을 잘해야 갈 수 있는 코스야.

나>> 우린 다행이네. 네가 베스트 드라이버니까, 하하.

붑커>> 그렇지 하하하.


고산지대로 가는 길은 지금까지 올라온 길보다 더 구불구불하고 심지어 도로변에 펜스도 없어서 바로 옆이 낭떠러지다. 아찔함을 즐기고 싶은 드라이버에게 최적의 코스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아찔함을 느낄 새도 없을 것이다. 엄청난 절경에 압도당하여 온갖 시선을 빼앗기고 말 것이므로.   




고요한 산과 평화로운 새소리

             

흡사 카트라이더를 연상케하는 무빙


고도가 높아질수록 빼어난 경치에 입을 다물기가 힘들다. 이대로 저 하늘 끝까지 달려가보고 싶어진다. 동영상을 찍으면서도 탄성이 절로 나오는 바람에, 영상에 잡음이 조금 들어갔다.

이 멋진 드라이브가 끝나지 않기를 마음속으로 은근히 바랐지만 얼마 후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모로코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마을.
웰컴. 임릴의 고산마을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다음 이야기>

귀여운 꼬마의 가이드를 따라 오늘 우리가 머물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다.

그런데 뭐라고?  

따뜻한 물이 안나온다고? 보일러가 안들어온다고?!

이렇게 추운데...?

고산지대에서 보일러 없이 살아남기. To be continued...

이전 06화 "알 함도릴라 (신에게 감사하게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