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보는 병헌이.
입술을 양쪽으로 넓게 벌리며 고개를 약간 숙여 눈웃음을 지어보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이번엔 고개를 들고 눈을 아래로 떠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보며 양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씨익 웃는다.
무스를 싸악 손바닥에 짜고 양 손을 모아 앞머리를 정성껏 뒤로 넘긴다. 오른쪽 앞머리는 살짝 돌려 아래로 내려주는 센스. 썬크림을 살짝 짜서 얼굴에 펴바르고 다시 한 번 거울 속 자신에게 아까 연습했던 눈웃음을 짓는다.
침대 위에는 검은색 바지와 흰색 목 폴라 스웨터, 검정 반코트가 올려져 있고 그옆엔 흰색 목도리가 단정히 펼쳐져 있다. 순서대로 준비해둔 옷을 입은 병헌이는 향수를 공중에 칙칙 두 번 뿌리고는 그 아래로 들어가 한 바퀴 돈다. 그리고 마지막, 흰 색 목도리를 목에 걸고 성냥을 물고 쌍권총을 쏘아대던 주윤발처럼, 반으로 접은 목도리를 목 뒤로 넘겨 걸친다. 그리고 오늘 병헌이가 준비한 필살기 아이템, 검정색 가죽 장갑을 끼고 다시 거울 앞으로. 고개를 살짝 숙이고 눈을 들어 거울 속 자신을 확인한다. 큰 커브를 틀며 앞으로 내려온 오른쪽 앞머리를 가죽장갑 낀 오른 손으로 살짝 튕겨주며 거울 속에 있는 한 남자에게 윙크를 보내고는 그 남자에게 나지막이 한 마디를 던진다.
“사랑해요! 밀키스!! 음~쪽!”
“허… 미친 놈.”
병헌이가 향수를 공중에 뿌리고 그 밑에 들어가 돌 때부터 한심하다는 듯 동생을 쳐다보고 있던 상헌이 형이 도저히 이건 못참겠다는 듯 한 마디 내뱉았다.
”또 여자 만나러 가나? 이번엔 누꼬? 혜숙이? 주희?“
상헌이 형이 쏘아붙인다.
“아니, 소현이!“
병헌이는 무심하게 대답한다.
“소현이는 또 누군데? 니도 참 대~단하다! 향수 냄새 때문에 머리 아프다. 창문 열어놓고 나가라.”
“형, 나 약속시간이 다 돼서… 미안!”
후다닥 방문을 열고 나가는 병헌.
“이 자식이!”
손에 쥔 책을 방문으로 집어던지는 상헌, 닫히는 방문.
“퍽!”
잽싸게 도망쳐 나와 반짝이는 검정색 구두를 신은 병헌이는 시상식의 레드카펫을 밟으며 등장하는 연말시상식의 연예인처럼 집을 나왔다. 길가 가게에 있는 유리에 비친 자신의 멋진 모습을 즐기며 약속장소인 버스 정류장으로 향한다.
버스 정류장에는 이미 소현이가 나와있다. 소현이는 병헌이를 보자 마자 달려와 병헌이의 눈 속에 다이빙이라도 할 듯이 눈을 반짝이며 병헌이를 바라본다.
“병헌 오빠!”
병헌이는 소현이의 두 손을 잡고 아까 연습했던 입술을 양쪽으로 넓게 벌리며 고개를 약간 숙여 웃는 첫 번째 눈웃음을 날리며 다정하게 말을 건넨다.
“어! 소현아! 너 반칙이야!”
“반칙? 왜…?”
“너무 예쁘잖아.”
“아잉, 병헌 오빵!”
“헙! 헉! 콜록! 켁!”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 없이 둘의 대화를 듣고 말았던 한 고등학생이 갑자기 기침을 하며 얼굴이 빨개져 병헌이와 소현이 둘에게서 멀리 떨어진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에서 벗어나려는 듯이.
고등학생이 그러든 말든 병헌이와 소현이는 신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