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가 엄청 부었네! 보건실부터 가보자. 진희는 따라와."
허동백 선생님은 주태의 상태를 살피며 보건실로 향하셨다. 그 뒤를 따르는 진희.
"어머! 선생님, 골절인 것 같아요. 너무 많이 부었네!"
보건실 책상에 앉아서 일을 보시던 보건선생님은 주태를 보자마자 깜짝놀라서 말씀하셨다.
"보건선생님, 5교시에 제가 마침 수업이 없어서요, 주태는 제가 데리고 병원에 가보겠습니다. 진희 녀석 반성문 쓸 동안 좀 지켜봐 주세요."
"이진희! 너 거기 꿇어앉아. 선생님 주태 데리고 병원 다녀올 테니까 그동안 반성문 써서 보건 선생님께 검사받고, 교실에 가있어."
"네."
“주태는 선생님하고 병원에 가보자! 보건선생님, 부탁드립니다."
허동백 선생님은 주태를 데리고 학교 근처 정형외과로 나섰다. 주태는 연신 얼굴을 찡그리며 분한 눈을 하고 있다.
진희는 허동백 선생님이 말씀하신대로 보건실 책상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니는 괜찮나?”
보건선생님께서는 흰 종이 한 장과 연필을 진희에게 건네시며 물으셨다.
“네..”
종이와 연필을 받아들며 진희는 바닥에 종이를 두고 반성문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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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주태가 교실 뒤 사물함에서 제 자리로 가는 책상 사이의 통로를 막고 다른 쪽으로 가라고 하며 먼저 때려서
저도 참지 못하고 주태를 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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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르르릉!”
“네! 보건실입니다. 아! 네! 지금 제가 올라갈게요.”
보건선생님은 전화를 받고는 급히 보건실을 나가셨다. 문이 닫히고 멀어지는 보건선생님의 발자국 소리.
텅빈 보건실에 혼자 꿇어 앉은 진희는 쓰던 반성문을 한참이나 쳐다보고 있다가 다시 글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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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마음에 그랬지만 제가 참았다면 싸움이 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주태가 코가 많이 부은 것을 보니, 혹시 뼈가 부러진건 아닌지 걱정이 많이 됩니다.
나중에 주태가 오면 주태에게 사과하겠습니다. 잘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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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듯 차가운 바닥에서 고개를 든 진희의 눈에는 보건실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햇살이 드는 창문, 살랑이는 바람이 흔들고 있는 커튼, 진희는 한 번도 누워본 적이 없는 보건실 침대, 소독약과 각종 밴드들이 담긴 선반, 자신의 꿇은 무릎, 반성문 속 자신의 글... 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엄마 얼굴.
"아이씨...!"
진희는 두 손으로 자기 얼굴을 감싸쥐며 한참이나 몸을 웅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