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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 Daehyun Feb 23. 2024

미친 파도의 시간 - 5

"앞으로 자식 교육 똑바로 시키세욧!"

쩌렁저렁 울리는 목소리가 시장통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귀를 잡아 끈다. 사람들의 눈이 닿은 곳에는 주태 엄마가 뱃머리에 선 장수처럼 한 손은 허리에 올리고 나머지 한 손으로는 핸드백을 칼처럼 들고 손짓을 하고 있다. 금목걸이, 금장식이 된 진주 귀걸이, 리본 모양 가죽 위에 진주가 올라앉은 뾰족 구두, 좁쌀만한 진주들이 어깨쪽부터 옆구리를 거쳐 무릎 아래로까지 오열종대로 줄을 맞춰 연결되어 있는 원피스까지 햇빛을 받아 주태 엄마가 움직일 때마다 사정없이 반짝반짝거린다.


진희 엄마는 가게 앞에 펼쳐놓은 채소 바구니들 사이에 서서 연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네,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그런 일 없도록 잘 가르치겠습니다."

“진희가 아무 이유없이 때리고 그랄 아가 아인데, 와 싸웠는지 잘 알아봤는교?”

진희 엄마 가게 앞에서 작은 난전을 펼치고 채소 장사를 하시는 꼬마이 아줌마가 주태 엄마에게 툭 쏜다.

“뭐라꼬욧? 이 아줌마가! 이 집 아들이 때려서 우리 애 코뼈가 뿌러.. 골절이 됐는데, 뭐욧?“

주태 엄마는 뒤로 돌아 구령에 맞춰 방향을 바꾼 꽂꽂한 군장교처럼 공격 방향을 바꾼다.

“남자 아들이 지내다 보면 싸울 수도 있지, 진희 엄마가 그리 미안하다꼬 사과를 마 절을 하다시피 계속 하는데, 자꾸 그래싸니까 하는 말 아인교?“

키가 작은 꼬마이 아줌마는 턱을 높이 들며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물러서지 않는다.

“잘못한 거를 잘못했다고 하는 게 뭐가 잘못됐나욧? 이 아줌마가 주제넘게 남의 일에 끼어들고 글래엣?“

주태 엄마는 눈은 아래로 뜨고 코는 위로 들고 꼬마이 아줌마를 향해 질근질근 껌을 씹듯 묻는다.

“맞습니다! 우리 진희가 진짜 잘못한 거 맞아요. 주태 어머니, 화 푸세요. 병원에서 주태 잘 치료하세요. 병원비 나오는대로 말씀해 주시면 제가 드릴게요. 죄송합니다.”

진희 엄마는 꼬마이 아줌마와 주태 엄마 사이로 들어가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인다.

“그래요. 애들끼리 싸울수도 있지만 정도껏 해야지, 뼈가 뿌러.. 골절이 될 정도로 때리면 안되지요. 그럼 진희 엄마 봐서 나 이만 갈게욧. 우리 주태 병원 치료 끝나면 한 번 더 올게욧.”

주태 엄마는 목표물을 떨어뜨린 포수처럼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가방 손잡이를 팔에 깊숙이 걸며 말한다.

“네, 주태 어머님. 그렇게 하세요. 혹시 여기 뭐 필요한 거 있으면 말씀하세요.”

“흠, 흠. 저기 미꾸라지 싱싱하고 좋아보이네. 저녁에 주태 잘 먹는 추어탕 끓이면 되겠네. 근데, 코가 그렇게 부어서 잘 먹을 수 있을진 모르겠네욧.“

“네! 요새 미꾸라지 잘 나갑니다. 주태 맛있게 끓여 주세요. 고맙습니다.“

진희 엄마는 바구니에 미꾸라지를 한아름 건져 까만봉투에 부어넣고 소금을 한주먹 뿌린 후 봉투를 묶어 주태 엄마에게 건넨다.

“파다다다다닥!”

들썩거리는 봉투를 받아든 주태 엄마가 묻는다.

“얼마…?”

“아! 그냥 가져가세요!”

“그럼.“

고개를 살짝 들면서 인사를 건넨 주태 엄마는 몸을 돌려 걷기 시작한다.

그 뒤에서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진희 엄마.

“저거 저 못된 거 봐라.”

그 옆에서 한 마디 하는 꼬마이 아줌마.

그런 꼬마이 아줌마를 다독이는 진희 엄마.

.

.

.

.

.

순대가게 골목 모퉁이에 서서 그 모습을 계속 지켜 본 진희.

돌아서서 진희 쪽으로 걸어오는 주태 엄마를 본 진희는 순대가게 골목으로 들어가 시장을 한 바퀴 반대로 돈다. 진희 마음 속에 무언가 뜨거운 것이 솟는다.  

“후우…! 후…!“

숨을 후우하고 불어내지 않으면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진희는 주머니 속에 주먹을 집어넣고 걸었다. 시장을 크게 세바퀴쯤 돌고 더이상 숨을 힘껏 내쉬지 않아도 되었을 때 진희는 시장 안 엄마의 가게로 간다.


“다녀왔습니다.”

“진희, 왔나?”

인사하며 가게로 들어오는 진희를 보며 화사하게 웃는 진희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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