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산초등학교 6학년 3반 교실.
칠판에는 연소의 개념-물질이 산소와 반응하여 빛과 열을 내는 현상-과 연소의 세 가지 조건-탈 물질, 산소, 발화점-이 판서되어 있다.
"오늘은 연소가 아닌 소화에 대해 공부할 거야."
진희는 칠판에 판서된 '연소'에 X표를 하고 ‘소화?’라고 판서한다.
"소화가 뭐지?"
진희는 턱에 손을 쓰윽 대고 아이들을 향해 묻는다.
"불 끄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이정도쯤이야 하며 자신있게 대답한다.
"맞아."
진희는 그럴줄 알았다는듯 대답하고는 '소화?'의 앞부분을 비워두고 ‘불을 끄는 것’이라 판서한다.
진희는 장난스럽게 눈을 작게 뜨고 라이터로 미리 준비해둔 양초에 불을 붙이며 아이들을 꼬드긴다.
"선생님이 여기 있는 초에 불을 붙일게. 자! 초가 연소되고 있다. 그렇지?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 불을 꺼보자. 누가 해볼래?"
진희 반 아이들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한다. 여기 저기서 자기가 불을 꺼보겠다고 도전하는 손들이 올라온다.
첫 번째 도전자는 연필을 들고는 초의 심지를 툭 건드려 불을 끈다.
"오~! 연필로 심지를 때려서 끄다니! 오! 다음 사람?"
진희는 놀라운 표정으로 반응하며 아이들의 도전을 계속 이끌어 낸다.
두 번째 도전자는 두 손으로 장풍을 열심히 날리다가 결국 입으로 바람을 후 불어 끈다. 아이들은 도전자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즐겁다.
"푸하하! 장풍 날리다가 안 되니까 입으로 불어서 껐네. 좋아! 다음?"
세 번째 도전자는 패트병 뚜껑에 물을 조금 담아와서는 심지에 부어서 끈다.
"오~~! 대단한데! 잘했어! 근데.. 심지가 젖어서 다시 켜지려나..? 아! 다시 켜졌다. 다음?"
네 번째 도전자는 자기 빈 물병을 들고 나와서 양초에 거꾸로 덮어씌워 불을 끈다.
"오~~! 자신의 물병을 희생해 가며 불을 끄는 방법을 보여주다니! 대단하다! 근데 오늘 엄마한테 혼나겠다."
진희의 말에 아이는 자기 물병 속 냄새를 맡고는 “윽!!” 토하는 시늉을 한다. 친구들은 즐겁다.
"이제 없나? 다른 방법으로 꺼볼 사람?"
진희는 거만하게 아이들을 쳐다보며 꼬드기고 있다.
다섯 번째 도전자는 주먹으로 바람을 일으키는 듯 하더니 주먹을 내지르면서 입으로 바람을 후 분다.
"앗!! 사기꾼을 잡았다!!"
진희는 아이의 멱살을 장난스레 잡으며 구박하고 아이는 들켰다며 아쉬워한다.
일곱 번째 도전자는 교실의 소화기를 주섬주섬 챙기더니 들고 나온다.
"헉! 참아라!!! 니 마음 안다! 참아라!!"
진희는 두 팔을 저으며 아이를 저지한다.
진희네 반은 웃음으로 가득 찬다.
평소 교실에서 트림을 큰 소리가 나게 잘하는 도전자가 나온다. 아이들의 눈이 초롱초롱하다.
"꺼억~! 꺼억!"
이에 질세라 한 도전자는 나와서 콧구멍 하나를 손가락으로 막고 바람을 연신 불어댄다.
"하나는 트림하고 하나는 콧구멍 바람 불고, 더러워서 못 보겠네!!"
"푸하하하하~~"
진지한 표정으로 칠판 앞에 선 진희.
"방금 친구들이 불을 끄려고 시도했던 건 모두 이것을 없애려는 목적이었어.“
“아! 연소의 조건!!”
“그렇지. 소화란 그냥 불을 끄는 것이 아니라, '연소의 세 가지 조건 중 하나 이상의 조건을 없애' 불을 끄는 거야."
진희는 칠판의 학습문제에 비워 둔 자리에 판서를 하며 소화의 과학적 개념을 가르친다.
진희는 자신이 졸업한 작은산 초등학교의 6학년 담임선생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