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희의 몸이 용수철처럼 앞으로 튀어나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꽉 움켜쥔 오른 주먹이 칼날처럼 어두운 골목의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녀석의 턱에 무겁게 얹혔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였지만 진희의 느낌에는 슬로우비디오의 한 장면 같이 느껴졌다.
의기양양해 있던 녀석은 진희의 번쩍이는 일격에 뒤로 벌렁 넘어지며 만화처럼 별이 머리 위를 빙빙도는 체험을 하기 시작했다.
진희는 쓰러진 녀석을 바라보며 피식 웃음을 짓고는 뒤쪽으로 몸을 돌려 양쪽에서 진희의 가슴을 때리던 녀석들을 확인했다. 둘은 눈 앞의 갑작스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 입을 벌린채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녀석들의 눈동자는 쓰러진 녀석에게 잠시 머물렀다가 돌아선 진희 쪽으로 흔들리듯 따라오기 시작했다. 녀석들의 눈동자가 진희를 찾아 초점을 맞추기도 전에 진희의 주먹은 녀석들의 배와 얼굴을 파고들었다. 기분좋은 타격감을 느끼며 진희는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는 녀석들을 내려다보며 진희는 멋있게 고개를 돌려 오른쪽 계단으로 뛰어내려간다.
“끽!“
“끼익!“
“끼이익! 탕!”
바닥을 긁으며 날카롭게 열리는 현관문 소리에 진희의 멋진 계획은 “끼이이이익!”하며 급커브를 틀었다.
골목의 입구 쪽 2층 집의 현관문이 열리며 아주머니 한 분이 마당에 나와 빨래를 너시는 모습이 보였다.
‘아주머니가 한 마디 하면 녀석들이 도망가겠지?’
‘아주머니가 내 소리를 들으시면 이곳 상황을 아시겠지? 그럼, 더 크게..!’
“윽!”
“억!”
“어억!”
“악!”
“아악!”
“아아악!”
“어어아아아악!!”
“끼익! 탕!”
그날 밤 진희의 입에서 나온 비명소리들은 좁은 골목을 가득 메웠다. 마지막 비명소리가 2층집 아주머니를 향해 뛰쳐올라갔지만 차가운 현관문에 부딪혀 튕겨나가고 말았다.
“임마 이거 와이리 엄살이 심하노?”
“엄청 시끄럽네!”
“퍽!“
“……”
“퍽!”
“……”
“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