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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탈 May 29. 2022

출소 자축 파티

귀한 손님을 맞기 위해 스스로를 가둔 공간에서 벗어나려 한다.

# 출소 자축 파티


출소란 단어 때문에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맞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남에게 해를 끼칠 인간이 못되니 말이다. 어쨌거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스스로를 사무실에 가두고 입소라 했으니 그 행위를 멈추면 출소가 맞다. 내일이면 짝지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니 오늘은 출소 기념 자축 파티를 열 계획이다. 


출가한 공주가 아들을 낳았다. 모자 모두 건강하니 고맙고 감사하다. 그런데 산후조리원에서 자기 집으로 곧바로 돌아가지 않고 친정엄마에게 오겠단다. 이해할 수 있다. 초산이니 스스로 아기를 돌볼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길 때까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다. 그렇다면 시댁보다는 친정이 편한 것도 당연하다. 자신이 아이를 낳았으니 엄마에 대한 깨달음도 있었을 것이고, 무엇보다 엄마 사랑이 그리웠을 것이다. 물론 나도 해냈다, 라는 자랑하고픈 심리도 작용했으리라. 


그런데 이동 식구가 셋이나 된단다. 마침 아이 아빠가 이직을 확정하고 휴가인 상태여서 함께 온다는 것이다. 그것도 잘 된 일이다. 돌보미가 많을수록 수고가 분산되니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약간의 문제가 발생했다. 요즘 글쟁이 흉내를 내느라 새벽까지 자판과 사투 중인 내가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누가 방해가 되는 건지 분별이 어렵지만, 쿨하게 받아들인다. 뭐 오라는 곳은 없어도 갈 곳은 많으니 하등 문제 될 게 없다. 오히려 잘됐다고 큰소리까지 치고 사무실로 입소했다.


글을 쓰고 업무를 보던 사무실이 밤엔 숙소로 변신했다. 촉이 발달한지라 이럴 때를 대비해 침대로 쓸 수 있는 푹신한 소파를 미리 마련해두었다. 물론 산에 다닐 때 쓰던 침낭도 있다. 먹거리는 짝지가 수시로 공수하니 문제 될 게 없고, 화장실은 옆 사무실 신세를 지기로 했다. 이만하면 2주간 입소 준비는 완벽하다.


짝지 품이 그립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알차게 보내야겠다 의지를 불태운다. 시간도 충분하니 일을 최대한 벌려보자. 첫 번째 작업은 시작만  하고 마무리하지 못한 신춘문예 도전용 단편소설을 마무리했다. 제목이 연명이다. 간접 경험을 바탕으로 연명치료 중단이라는 문제를 다루었다. 호기 좋게 쓰긴 했으나 평가가 필요하다. 이럴 땐 친구가 만만하다. 책을 13권이나 낸 전업 작가인 강석이 친구를 꼬드겨 조언도 들었다. 

  

두 번째 작업은 카카오에서 운영하는 글쟁이 플랫폼인 brunch에 작가로 등단하는 것이다. 책 출간이 목적이니 가장 적절한 곳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작가 타이틀을 부여하기 위한  검증을 한단다. 아무나 글을 발행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평소 써두었던 졸품 3편을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린다. 유튜브에서 살펴보니 카카오가 제법 깐깐해서 작가 타이틀을 쉽사리 부여하지 않는단다. 그런데 웬걸 다음날 작가 되신 것을 축하한다는 연락이 왔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틀에 걸쳐 10편을 발행했다. 책 출간 제안을 기원하면서 열심히 글을 쓸 생각이다.


사족)

내일이면 2주간의 도피를 끝내고 짝지 곁으로 돌아간다. 이 글만 갈무리하면, 오늘 밤에 있을 출소 자축 파티를 위해 장 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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