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남편에게 하는 질문을 있는 그대로 날것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 아내가 하는 질문은 질문이 아니고 부탁이나 지시에 가깝다.
나이가 들수록 눈치가 빨라야 한다. 상대의 표정, 말투, 단어에 숨어 있는 진짜 의도를 간파해야 한다. 말하는 대로, 들리는 대로 해석하면 자칫 눈치도 없는 뒷방 늙은이 취급당하기 십상이다. 하물며 그 대상이 아내라면 말해 무엇하겠는가.
아내들은 남편에 대해 간접 화법을 즐겨 사용한다. 그래도 남편인데 직접적으로 쏘아붙이기보다는 '일단 이 정도면 알아듣겠지' 하는 마음으로 질문 형식을 취한다. 애초부터 질문이 질문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눈치 없는 남자들은 질문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답변으로 그치고 만다. 간 큰 남자들은 짜증 섞인 말투로 '왜 물어보느냐, 그것도 모르냐'라고 반문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까지 진행이 되면 아내 인내심은 바닥을 보이고 본심을 드러낸다. 결국 일이 커지고 만다.
"당신은 말귀를 그렇게 못 알아들어? 내가 지금 몰라서 묻는 줄 알아? 그것 좀 알아서 하면 어디 덧나!"
여기까지는 견딜만하다. 좀 더 나아가면 남자 자존감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말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눈치가 없는데 어떻게 회사 생활을 했는지 몰라? 아이고 답답해!"
물론, 조금 과장되게 표현했지만 눈치 없이 굴면 이런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는 소리다. 아내 입장에서 보면 남편이 순진한 건지 멍청한 것인지 답답해서 속이 터진다.
남성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다. 묻기에 답했는데 뭐가 잘못이냐는 입장이다. 우리는 이미 모계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아내가 가정 내 헤게모니를 쥐고 있다는 말이다. 조금 불편하겠지만, 일단 이 사실을 인정하고 들어가야 문제 해결책이 보인다.
상책은 아내로부터 질문 아닌 질문이 나오기 전 사전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디 그게 쉬운 일이던가. 이 경지는 생략하더라도 질문을 받은 단계에서라도 그 본뜻을 헤아려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아내가 하는 질문은 부탁이나 지시다'라고 생각하고 그에 걸맞게 행동하면 된다. 이 단계를 지나치면 자칫 사단이 나기 십상이니 명심해야 한다.
마음을 열고 솔직해져 보자. 그간 살아온 세월이 얼마인데 아내가 던진 질문 의도를 모를 리 없다. 알면서도 귀찮거나 그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짐짓 모른 체하는 거 아닌가. 자식들도 짝을 찾아 떠나가면 남은 세월을 오롯이 아내와 둘이서 생활해야 하는데 그래선 안 된다. 아내 질문에 참되게 대응하는 것은 가정의 행복과 자신을 지키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