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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탈 Aug 05. 2022

나이 들어 좋은 것들

부질없는 욕심 버리고 부부가 각자의 삶을 존중하면 삶이 자유롭다.

# 나이 들어 좋은 것들  


나이 든다는 게 지난 삶에 대한 아쉬움은 있으되 반드시 서글픈 일은 아닌듯하다.


서울을 떠나 10여 년 동안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하면서도 끊지 못한 질긴 인연들이 있다. 나만 절친이라고 여기는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이는 절친과 짧은 인연을 귀히 여기는 몇몇 후배들이 있고, 나이 들어가며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두 선배가 그들이다.


이틀 전 선배로부터 연락이 왔다. 셋 거주지 중간쯤인 경기도 광주 어느 낚시터로 모이란다. 낚시터? 30여 년 전 딱 한 번 바다낚시를 해본 게 전부인데 낚시터에서 만나잔다. 낚시터라고 낚시만이 목적은 아니라는 생각에 발걸음을 재촉한다. 


손맛터(손맛으로 만족하고 잡은 물고기는 거두지 않는 자리)에 자리를 잡고 선배 지도하에 서너 번 손맛을 본다. 낚시만이 목적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맥주 한 잔 곁들이며 삶에 대한 얘기꽃을 피운다. 


한 선배가 딸과 나눈 대화를 소재로 나이 듦에 대한 의견을 피력한다. 

"아빠, 나이 들어가는 게 뭐가 좋아?"

"많지. 가장 좋은 것은 많은 것을 포기할 수 있어서 좋단다."

"그게 뭔 소리야?"

"이 나이가 되어보니 버려야 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한 분별이 쉬워지네. 쓸데없는 욕심 부여잡고 자신을 괴롭히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편한지 몰라. 나이 든다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네."


또 다른 선배는 나이 들어가며 부부가 각자 삶을 존중해야만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한다. 필자 눈에는 적어도 오늘만큼은 불량남편으로 보이는 선배 말은 이렇다.

"30년 넘게 서로를 의식하며 살았으니 이제는 각자 삶을 존중하는 게 필요해. 되도록 서로 눈치 보지 말고 간섭하며 살지 말아야지. 부부라는 연에 대한 의무감으로 서로에게 맞춰 살려는 수고는 지금까지로 족해. 우리는 서로 무언의 합의를 본 이후로 삶이 한결 편하고 자유로워졌어."


어둠이 짙게 깔린 새벽 귀경길 내내 홀로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나이 듦에 대한 통찰력과 실천력에 경의를 표한다. 남들은 미처 깨닫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행하지 못하는 삶을 실천하며 진정으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선배들 삶에 박수를 보낸다. 나도 나이 드는 게 참 좋다. 


사족)

처와 딸은 정선으로 휴가 보내고 본인은 낚시터에서 이러고 있는 선배가 처음에는 불량남편으로 보였다. 오해였다.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 그날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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