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탑승이란 단어에서 어떤 그림이 연상되는가? 혹여, 괜스레 얼굴이 붉어지거나 살포시 미소가 지어진다면 당신은 로맨틱한 감성의 소유자임에 틀림없다. 혹은, 현재 연애 중일 확률이 높다. 하지만 오늘 이야기는 아쉽게도 그다지 낭만적이지 않은 동반탑승에 관한 이야기다. 그렇다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릴 필요는 없다.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들의 성장통에 관한 얘기이기 때문이다.
루지체험장에서 말하는 동반탑승이란 아이가 단독탑승이 어려워 어쩔 수 없이 보호자와 함께 타야만 하는 경우를 말한다. 동반탑승에 관한 명확한 기준도 존재하는데 키 95~120cm, 총 몸무게 120kg 미만이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물론 단독탑승 기준도 있다. 10세 이상이고 키가 120cm 이상이어야만 한다. 탑승자의 안전을 고려한 나름 합리적인 기준이다. 하지만 기준은 기준일뿐 자와 체중게를 동원해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 까닭에 동반탑승의 경우에는 약간의 융통성을 발휘한다. 무엇보다 탑승자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하려 노력한다.
혹시, 이전 글에서 말한 자립형 아이와 소심한 아이를 기억하시는가? 동반탑승 기준의 경계에 걸쳐 있는 경우 탑승자의 의사를 반영하다 보니 생겨나는 상반된 반응을 두고 한 말이다. 먼저, 동반탑승 범주에 속하지만 단독탑승을 고집하는 아이가 있다. 도전욕에 불타오르는 자립심 강한 아이들이 이에 속한다. 동반한 보호자도 아이의 성향을 익히 알기에 단독탑승권을 발권한 경우다. 안전교육 말미에 주행연습 과정을 통해 단독탑승 가능 여부를 최종 판단하며, 대부분 큰 무리 없이 주행을 마친다. 아이의 만족도도 비교적 높은 편이다. 반면, 단독탑승이 가능한 조건이지만 동반탑승을 고집하는 아이도 있다. 겁이 많은 아이들이 여기에 속한다. 타고난 기질이 그러하니 누굴 탓할 일도 못된다. 그러나 이런 동반탑승은 기준을 벗어날 확률이 높아진다. 합산 몸무게가 기준을 초과하기 일쑤다. 이 경우 핸들 조작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되고 방향 전환 시 무게중심을 잃게 될 확률도 높아져 느림보 주행이 불가피하다. 그렇다 보니 동반탑승자 모두 만족도가 높지 않음은 물론이요 루지 본연의 스릴을 기대하기에는 애당초 무리가 있다.
안타까운 것은 단독탑승에 대한 아이의 의지가 강하지는 않지만, 설득하기에 따라 충분히 단독탑승이 가능해 보이는데도 보호자가 동반탑승을 고집하는 경우다. 비용 때문일 리는 만무하고 과잉보호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안전을 고려해 만든 동반탑승 기준을 벗어나 안전에도 문제가 있고, 무엇보다 아이가 즐거움을 만끽하기 어려운 구조다. 귀하지 않은 자식이 어디 있겠느냐만, 과연 누구를 위한 동반탑승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사족) 가끔 황당한 동반탑승을 시도하는 이들도 있다. 모두에 밝힌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 커플들이다. 아마도 커플들이 즐기는 2인용 자전거나 나란히 앉아 페달을 밟는 레일바이크를 생각한 모양이다. 혹시 그 이상의 것을 상상했을 수도 있다. 생각만으로도 달달한 동반탑승을 기대하고 탑승장까지 올라왔는데 현실을 확인하곤 못내 아쉬워한다. 그 연인들을 함께 태우지 못해 필자가 더 안타깝고 미안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