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시탈 Nov 24. 2024

마지막 손님

그래도 소중한 고객

힘든 하루를 갈무리하는 시간 오후 5시 정각에 들려오는 마지막 무전 내용에 모두가 귀를 기울인다. "마지막 손님 없습니다."라는 경쾌한 목소리에 환한 미소를 머금고, "마지막 손님 두 분 계십니다."라는 약간은 무겁게 느껴지는 말에 아쉽다는 표정을 짓는다.


우리 루지체험장은 오후 5시에 발권을 마감한다. 이 시간에 발권을 하면 상부로 이동하는 시간, 루지를 타는 시간에 더해 뒷정리하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퇴근시간은 6시에 가까워진다. 고객도 그 시간까지 발권할 권리가 있고 직원들도 당연히 응대할 의무가 있으니 결코 뭐라 나무랄 일이 아니다. 허나, 마지막 손님이 없는 날에는 퇴근시간이 30분은 앞당겨지니 직원 입장에선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다.


주차장이 내려다보이는 하부에서 일할 때는 오후 5시가 가까워지면 자연스럽게 주차장 입구 쪽을 바라보게 된다. 마지막 차량이 들어오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대다수 고객은 여유를 두고 들어와 발권을 하지만 마감시간에 즈음하여 백 미터 육상선수가 결승점을 통과하듯 들어오는 고객도 존재한다. 때로는 마감시간을 약간 넘겨서 들어왔는데 어쩔 수 없이 발권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루지체험을 유일한 목표로 멀리서 왔다고 주장하는 경우다. 이런 경우 어찌 매몰차게 되돌려 보낼 수 있단 말인가? 여기까지는 서로가 이해할만한 일들이다. 하지만 조금은 얄미운 고객도 있다. 일찌감치 발권을 했는데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 마감시간 직전에 나타나는 경우다. 뭐, 기준이 그러하니 뭐라 마무랄 일은 아니다. 그러나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 행동 하나로 전 직원의 퇴근시간이 30분은 늦어지고, 퇴근시간대 병목현상을 고려하면 집에 도착하는 시간이 1시간도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체험장 직원들 대부분이 60을 넘긴 사내들이다. 힘든 하루 일을 마치고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한결같이 빠르고 서둘러 보인다. 필자 역시 그러할지도 모르지만, 하루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초로의 사내들 뒷모습을 바라볼 때면 조금은 애잔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들은 한결같이 바삐 걷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마지막 손님 존재 여부에 따라 발걸음이 묘하게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마지막 손님이 있는 날 퇴근길 발걸음은 급한 느낌의 종종걸음이지만, 그렇지 않은 날에는 어쩐지 활기차 보이는 잰걸음을 한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발걸음이 아닌 마음 모양새가 다르기 때문이리라. 


사족) 마지막 시간이라도 좋으니 전국 각지에서 많은 고객이 우리 횡성루지체험장을 찾아 주시길 소망한다.

이전 10화 동반탑승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