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만에 발견한 주말의 맛

by 그냥사탕

“다녀오겠습니다~”


직장 특성상 나는 토요일까지 출근을 한다.

다행히 돌봄 공백은 주 5일 근무하시는 신랑님의 덕분에 크게 걱정이 없다. 하지만 나 홀로 집 밖을 나가는 이 시간은 너무 외롭다. 모두들 늦잠을 자느라 혼자 씻고, 아침 챙겨 먹고, 출근 준비하고...


평소 같으면 분명 집 밖을 나서는 인사 소리에 내복바람으로 인사라도 할 텐데 오늘은 웬일인지 아무런 인기척이 없다. 하지만 섭섭하지는 않았다. 두 아이가 양쪽 다리를 부여잡고 매달리며 출근 시간을 지연시키는 사건은 벌어지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토요일이라 유난히도 정신없었던 하루.

평소보다 두어 시간 일찍 퇴근을 하고 신나게 집에 들어오니 그제야 낮잠에서 일어난 아이들이 눈을 비비며 하루의 첫인사를 한다.


“다녀오셨어요~”


첫 번째 인사가 다녀오셨냐니~ 참 부럽다. 엎드려서 잠을 잤었는지 오후 5시가 넘어 마주한 아이의 얼굴은 퉁퉁 부어 있었다. 탱글거리는 양 볼 사이에 두툼하게 올라온 눈두덩이. 안 그래도 작아 보이는 두 눈이 더욱 조그마하게 보인다. 하지만 그래도 내 새끼인걸~ 어느 각도에서 보나 여전히 잘생긴 아드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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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거르고 일을 했던지라 급한 허기가 몰려왔다. 주방을 뒤적거리다 반쪽짜리 라면이 보였다. 저녁을 먹기에는 약 2시간 정도 남은 상황. 이 정도 양이면 분명 간단한 요기라도 될 듯 보였다. 조금 있다 저녁식사를 또 해야 하기에 시간을 지체해서는 안된다. 작은 냄비를 꺼내 후다닥 반쪽짜리 라면을 끓였다. 평소에는 굼뜨지만 이때만큼은 재빠른 나의 판단력과 순발력이 참 마음에 든다.


테이블에 냄비 받침을 올려놓고 야무지게 겉절이까지 세팅을 끝낸 후 라면이 담긴 그릇을 올려놓았다. 한 젓가락 잡숴 보실까~라는 생각을 하는 찰나 어디선가 어둠의 그림자가 나의 밥상을 침범했다.


“아~ 라면이네~ 나도 먹고 싶다~”


역시나 라면 킬러인 아드님이 냄새를 맡고 내 주변을 맴돌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모른 척하고 싶지만 계속되는 중얼거림이 귓가를 자극한다.


“이리 와~ 한 젓가락만 줄게”


이내 환하게 웃으며 잽싸게 나의 곁에 자리를 함께했다.

맵고 뜨거운 건 못 먹으면서 라면은 참 잘도 먹는 신기함. 어미새에게 먹이를 받아먹는 아기새처럼 고개를 쳐들고 크게 벌린 입은 단 한가닥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결국 한 젓가락을 받아먹고 우물거리는 만족스러운 표정은 가히 사진 한 장 박아두고 싶다. 몇 번 더 한입을 반복하더니 반 쪽짜리 라면은 금방 사라져 버렸다. 이미 밥까지 조금 더 말아 함께 먹은 이후 아드님은 걸쭉한 한 마디를 내뱉는다.


“아~ 이 맛이 바로 주말의 맛이지!”


뭐지? 고작 초등학교 1학년 짜리의 구수함이란?

게다가 겨우 딱 일주일 다녀 놓고서는 주말의 맛을 운운한다는 것인가?

언제나 헤헤 웃으며 사리분별 못 할 것처럼 해 놓고서 어느새 주말을 찾는 아이를 마주하니 이제 곧 함께 늙어갈 날이 다가오겠구나 싶었다. 그래, 너도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거로구나. 함께 나아가는 사회생활의 동지로서 늦잠도 자고, 낮잠도 자고, 라면도 먹고 하자꾸나.


그동안 심심해할 때면 ‘실컷 놀아라’를 이야기해 주었다.

누구나 옆에서 조언을 하면 잘 안 들려도 결국 그때가 오면 여실이 깨닫게 된다. 아직 일주일 밖에 되지 않은 사회생활자는 그때가 지금이라는 것을 굳이 알려줄 필요가 없게 되었다. 여전히 저학년이라는 이유로 교육에 대해 압박을 하지 않고 있다 하더라도 이제 곧 알게 되겠지.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것들이 생긴다는 것을.


아들아.

너의 그 자유로운 생활은 앞으로 얼마 안 남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누릴 수 있을 때에 충분히 누리거라.

엄마가 아닌 사회생활 선배로서 마음속으로 다시 한번 속삭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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