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두 명을 낳아달라 하는 아들

by 그냥사탕


퇴근 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잠자리에 들었다.

피곤함에 찌들어 있는 나와는 달리 나의 양팔을 사이좋게 나누어 팔베개를 한 아이들은 엄마와 서로 한 마디라도 더 나누고자 양쪽에서 재잘거렸다.

“이제 그만 자자~”


엄중하지만 사랑을 가득 담았다고 생각되는 목소리로 타일렀다.


“엄마!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여태껏 나의 의중과 상관없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었구먼 뭔데 이리 진지모드일까. 불안함 보다는 빨리 자고 싶다는 욕구에 이야기가 빨리 끝나기를 고대하며 수락했다.

“엄마는 왜 아이를 두 명만 낳았어요?”


엥? 첫째의 뜬금없는 질문에 살짝 당황했다. 엄마 아빠의 능력 부족이라 해야 할까 아니면 의지라고 해야 할까. 두 가지 예상 답변은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이제 고작 초등 1학년 짜리에게 이 심오하고 난감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도 몰랐다. 하필이면 나를 도와줄 남편은 출장이다. 짧은 시간 동안 오만가지 생각이 훑고 지나갔고 최대한 훈훈하고 아름다운 답을 찾아 아이에게 건넸다.


“그야 우리 아가들 이렇게 양 팔로 모두 안아주려고 그랬지”


알고 있다.

요즘 세상이 어떤 시대인데 8세 아이에게 5세 답변을 해버렸는지... 내가 생각해도 촌스럽고 유치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갑자기 왜 이런 질문을 했는지 아이의 마음이 궁금했다. 이내 나는 되물었다.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하니?”

“엄마. 나는 누나가 두 명 필요해요. 누나 두 명을 낳아주세요”

“글세~ 엄마는 더 이상 아기를 낳을 수 없을 것 같은데. 게다가 누나는 엄마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갔어”

“아~ 아쉽다~”


무슨 꿍꿍이가 있었던 것일까? 가끔 동생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낳아달라고 한 적은 있었지만 ‘누나’를 만들어 달라고 한 적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나는 밀려오던 잠귀신을 다시 밀어내고 아이와 이야기를 더 이끌어나갔다. 조금씩 길어지는 대화 속에서 흘러나오던 아이의 마음은 나의 미안함을 증폭시켰다.


몇 번의 대화 속에서 비친 속내는 학교에 등하교하고 하루종일 자신과 함께 보내면서 놀고 싶어서였다. 등교는 아빠가, 하교는 태권도 관장님이, 하원은 할머니가 도와주시고 있는 상황에서 일하는 엄마는 자신과 함께 할 수 없다는 걸 아는 아이였다. 속이 깊은 것인지, 엄마의 품이 그리웠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둘 다 일 수도 있었다.


주변 누나가 있는 친구들은 엄마가 일을 나간다 해도 챙김을 받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그 모습에 자신은 한 명이 아닌 두 명의 누나가 가지고 싶었나 보다. 나는 함께하지 못하고 있다는 미안함과 죄책감에 말없이 아이를 안아 재웠다. 딱 1년만... 그때까지 버텨보자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었다.


학교에서 알려주는 선 그리기와 ‘가, 나, 다, 라...’를 따라 쓰는 일이 어렵다고 투덜거리는 아이는 고작 1학년이었다. 첫 아이기에 더욱 모든 것이 조심스럽고 걱정이 되었으나 홀로 서는 법을 깨우치길 은연중에 바랐었나 보다. 엄마라는 이름이 죄는 아닌데 나는 왜 그리 미안하기만 한지 알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달라지는 것은 없으니 그 감정이 더욱 격해진다.




아들아 내가 누나 두 명을 낳아줄 수 없으니 네가 적응하렴.

힘들어도 조금만 버텨보자.


천방지축에 늘 장난기 많은 아이이지만 속은 한없이 깊은 우리 아들.

엄마는 우리 아들이 충분히 잘할 거라 믿어.

늘 함께 옆에 있어주지는 못하지만 그럼에도 너를 항상 응원하고 지지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 줘.

엄마는 너를 내 목숨보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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