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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사탕 May 26. 2023

나만의 행복은 도대체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아침이 시작이 되면 전쟁터가 시작된다. 

어린이집, 학교, 직장 모두가 가는 방향은 달라도 각자 하루를 보내야 하는 곳을 위해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독 빨리 흐르는 아침 시간 탓에 멈칫하는 것은 사치가 되어버린다. 


기계처럼, 빠르고 정확하게!


한 치의 오차가 있으면 안 된다. 깜빡하고 정신을 놓게 되면 준비물이나 다른 무언가를 놓쳐 바로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온다. 그렇다고 항상 완벽한가? 사실 그것도 아니다. 내 것도 제대로 못 챙겨서 항상 허둥지둥하는 것이 나란 사람이니 말이다.


얼마전 나는 완벽한 하루를 보내기 위해 둘째를 원에 안착시키고 뿌듯한 마음과 함께 직장에 출근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앱에서 대화 알람이 울렸다.


'띠링~'

'어머니 오늘 A의 현장학습이 있는 날인데 간식이 준비가 안되었어요.'


뭐지?.... 어... 아!


현장학습으로 며칠 전까지 신경이 곤두서 있었는데 정작 당일날 새하얗게 잊어버렸다는 사실에 자괴감이 급 밀려온다. 연신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직장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당황스러움과 민망스러움은 감출 방법이 없었다. 다행히 고마우신 선생님이 어린이집에서 준비해 주신다는 말씀과 함께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이미 나사 하나 빠져버린 엄마라는 사람은 오전 내내 안절부절이었다.


새로운 두 번째 전투인 직장에서 열심히 내 몫을 채우는 것 또한 에너지 소모는 크다. 아직 1학년인 아이가 돌봄과 태권도를 거쳐 아무리 늦게 집에 온다 해도 오후 6시. 내가 퇴근해서 빨리 도착한다는 가정하에 최소한 한 시간을 홀로 집에서 보내야 한다. 그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오후 시간 내내 칼퇴를 향한 나의 욕망을 드러내며 치열하게 일처리를 시작하게 된다.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들어와 엄마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아이는 씩씩하게 말은 하지만 언제나 미안할 뿐이다.


퇴근 후 지하철 안에서 휴대폰으로 엄마에게 책을 읽어주는 아이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사실이 답답해진다.



행복의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

그러나 흔히 우리는 닫힌 문을
오랫동안 보기 때문에 
우리를 위해 열려있는
문을 보지 못한다.
- 헬렌켈러



하루가 다소 길기도, 짧기도 한 워킹맘의 일상 속에서 나만의 시간을 갖기란 해변에서 바늘 하나 찾기와 같다. 엄마라는 이유로 항상 미안하다는 마음과 죄송하다는 말을 달고 살아야 하는 일상인지라 늘 나보다는 타인의 상태를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그렇게 잘못을 많이 하고 살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 때면 자존감이 바닥이지만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예쁘다고 해주는 두 아이들을 마주할 때면 덕분에 버틸 수 있게 된다.


답답함은 늘 존재한다. 

행복이란 형체 없는 달콤함을 찾기에는 언제나 시간과 체력이 부족하다. 이처럼 타인을 위한 삶을 살고 있지만 그 안에서 나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강했다. 압박이 심해질수록 점점 강도는 심해진다. 그래서 틈새를 이용해 나만의 달콤한 사탕을 찾아 헤맨다.


남이 아닌 나를 위해 살고 싶다는 마음은 간절함으로 다가왔고 여건이 안된다는 투정 대신에 새벽을 찾아 헤매었다. 읽고 싶은 책을 보고, 속마음을 풀어내기 위해 일기와 글을 쓰고, 휴식이 필요하다면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넷플릭스를 본다. 


다시 말하지만 아침 시간은 다른 어느 때보다 시간이 3배속으로 빠르게 흐른다.

자유시간에 한껏 취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것이 사실. 하지만 이렇게 확보한 나의 시간은 하루를 버티게 해 주고 그날을 기분 좋게 시작하기에 충분했다. 언제나 부족함을 느끼지만 그로 인해 나의 간절함은 더욱 확고해짐을 느끼게 한다. 


행복의 한쪽 문이 닫혀버린다는 것은 다른 출구가 또 있다는 뜻이다.

어디에도 나를 감금할 것은 없다는 걸 기억하고 이처럼 달콤함을 찾아 헤맨다면 결국 발견하게 된다. 내가 새벽시간을 찾아낸 것처럼 말이다. 이미 닫혀있는 문을 하염없이 보는 것보다 열린 문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현명한 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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