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빈밴드, <calling>
서투른 바람을 지나쳤던 나
너무 늦어버려 미안해
I'm calling calling calling
곧 너에게 갈 거야 조금만 더 기다려
마치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처럼 낮은 음질과 작은 볼륨으로 시작된다. 그렇기에 음질이 또렷해지는 '조금만 더 기다려'에서 바짝 다가온 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
뭐하고 있어 나 혼자 나와있지
너무 지루해 얼른 꺼내러 와줘
벽에 기대어 울어버린 날
난 그저 웃음으로 흘렸던가
바로 이어지는 파트의 가사가 재미있다. 분명 두 사람이 대화를 해야 할 것 같은데 멜로디와 함께 들으면 자문자답이었던 건지 아리송해진다. '울어버린 날'이라는 단어도 중의적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하루'일 수도 있고, '나를'의 줄임말로 볼 수 있다. 후자로 본다면 벽에 기대어 울어버렸던 감정을 얼버무렸다는 뜻이 된다.
어디야 뭐하고 있어 온 힘을 다해 꺼냈던
그 말은 떠나고 싶어 살짝 떨렸던 것 같아
난 그저 웃고 있었지만
알고 있어 참 어렵지
솔직하긴 죽기보다 두려워서
외로운 투정을 부리려다
그만 웃어버리고 말았던가
I'm calling, calling, calling
곧 만나러 갈 거야
조금만 더 기다려
시간이 흘러 성장한 화자는 상처받았던 과거의 자신에게로 돌아간다. 아직 도착하지 못해 전화를 걸며 금방 가겠다고 약속한다. 이때 'calling'이라는 단어를 다르게 해석해 볼 수도 있다. 이전엔 현재에 대한 의문만 가득한 채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침내 소명(calling)을 찾았다. 가야 할 길을 확신한 화자는 어린 시절 자신에게 곧 만나게 될 거라고 확언한다.
처음 '구원은 셀프'라는 말을 들었을 땐 너무 야박하다며 불만스러워했다. 지금은 기꺼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소중한 사람들이 아픔을 줄여주는 건 맞지만 구원까지 바라진 못한다. 각자 짊어져야 할 삶의 무게가 있고, 무엇보다 바짝 끌어안아져 있어도 혼자 지옥에 있을 수 있는 게 마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옥은 장소가 아닌 상태라고 하나보다. 어찌 되었건 두 발을 계속 움직여 통과하는 수밖에 없다.
내면에서 울리는 소망을 외면하지 않고 길을 찾은 이 노래 속 주인공은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분명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비밀을 알려주려 한다.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많은 질문들의 답을 사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여러 책의 구절들이 이와 같은 통찰을 이야기한다. 파울로 코옐료의 <브리다>의 구절을 인용하며 이번 에세이를 마친다.
주여, 저희가 필요한 것을 청할 수 있는 겸허함을 주십시오.
어떤 바람도 헛되지 않고, 어떤 요청도 무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
저희의 바람을, 당신의 영원한 지혜의 샘에서 흘러나온 것인 듯 바라볼 수 있는 용기를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