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잔디는 내가 외출을 하면 혼자 있는 시간을 어느 정도 즐겼는지도 모른다. 나랑 잔디 중에서 분리 불안이 있는 건 내쪽이었다. 친구를 만나도 잔디와 동행하고(고마운 친구들) 여행을 가도 잔디와 동행하고 집 앞 마트에 우유를 사러 가더라도 산책 후 돌아오는 길에 샀다.(잔디와 떨어질 수 없어~!)
친구들과 만나는 날은 그동안 모아두었던 #반려견동반 장소에 가는 날이다. 잔디를 예뻐해 주고 잔디의 주보 호자인 나를 이해해주는 친구들 덕에 잔디와 추억을 쌓을 수 있었다.
반려견 동반이 되는 식당이나 카페들은, 물론 강아지랑 같이 갈 수 있음에 감사했지만, 강아지랑은 실외동반만 가능한 곳이 대부분이었다. 날이 좋을 때야 테라스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긴 하지만 바람을 맞으며 음식을 먹거나 음료 마시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 아니라 한강 치맥도 잘하지 않는 나였다. 그래서 실내 동반 가능한 곳은 더더욱 소중했다. 여름이나 겨울엔 반려견 동반 가능한 복합쇼핑몰에 얼마나 고맙던지!
또한 잔디는 나를 운전하게 했다. 잔디와 어디든 같이 다니기 위해 운전 연수를 받았다. 거의 10년이 되어가던 장롱면허를 꺼냈다. 평소에 가지 않을 것 같은 장소였지만 잔디 덕에 우리나라의 곳곳을 갈 수 있었다.
짧은 여행을 다니다 보니 욕심이 생겨서 긴 여행도 가고 싶어 져서 반려견 동반 숙소로 검색 범위를 늘렸다. 하지만 난 펜션보다는 호텔을 선호해서 이것도 참 어렵긴 했다. 욕심은 점점 커져서 잔디랑 비행기 타고 제주도도 가보고 싶고, 더 욕심을 내서 해외여행도 같이 가고 싶었다. 같이 비행기를 탈 수 있는지 알아봤는데, 기내에 같이 탈 수 있는 강아지 무게가 예전에 5kg에서 현재 7kg 정도로 늘어서 잔디가 7kg 정도까지만 자라길 바란 적도 있다. 하지만 나는 잔디를 8.4kg으로 확대시켰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더욱 좁아졌다. 더 좋은 방법은 항상 존재하니까 차근차근 계획해서 꼭 실행할 것이다.
파티에도 잔디는 빠질 수 없었다. 우리는 크고 작은 파티를 함께했다. 굳이 무리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도 무례하지 않게 잔디랑 함께 할 수 있는 일은 함께하는 방법을 먼저 알아봤다.
잔디랑 쌓아가는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말도 못 하게 즐겁다. 잔디와 함께 있을 땐 우리의 세상만 빛나고 나머지 세상은 흐릿해 보인다. 난 오늘도 #반려견동반 을 검색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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