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분도 지나지 않아 알게 된 것

by 말랭자매

보호소에서 지내는 강아지들은 대부분 실외에서 생활하고 시멘트 바닥에 자신이 싼 오줌과 똥이 오래 방치된 상태로 놓여 있다. 어린 강아지의 경우엔 홍역과 파보 바이러스 등 전염병이 걸릴 위험성이 크고, 1년령 이상의 강아지들은 전염성 질환뿐만 아니라 심장사상충, 진드기 등의 기생충성 질환의 위험에도 늘 노출되어 있다.


잔디는 어미와 함께 길에 버려져 있던 아이이다. 어미가 기생충에 감염되어 있었다면 자견도 태반 감염이 될 수 있어서 보호소의 어린 강아지들은 구충에 신경써야 한다.

다음날 바로 병원부터 갔다. 간단한 혈액 검사를 하고 백신 접종을 했다. 이후 2주 간격으로 백신을 5~6차까지 켄넬코프, 코로나 장염, 광견병 예방 등을 접종해야 한다. 매달 외부/내부 기생충 구충제도 먹여야 한다.

보통 태어난 지 6~8주 후부터 백신접종을 시작하는데 잔디는 지금 3~4개월령으로 추정이니 매우 느리게 시작한 편이다. 산책은 적어도 3차 접종 이후에 하는 것이 외부 감염으로부터 안전하고, 미용을 하거나 애견카페 등에 가더라도 5차 접종을 완료해야 했다.


아직 미용을 못하는 잔디

잔디는 불편했을 얼굴의 엉망진창인 털이 귀엽긴 했지만 초보 견주인 나는 저 털을 5차 접종이 끝날 때까지 잘라주지 못했다.


가방 훈련 중인 잔디

산책의 경우에도 지금은 함부로 하면 안 되지만 잔디가 나중에라도 산책의 즐거움을 알길 바라서 이동 가방을 이용해 자주 동네 산책을 했다.





오늘의 할 일을 마치고 집에서 잔디를 찬찬히 보고 있는데 어제부터 마음속엔 있었지만 밖으로 꺼내기 무서웠던 말이 튀어나왔다.


"내가 너를 어떻게 보내지?"


어쩌면 너를 만난 지 13분도 되지 않아 마음 속에 맴돌았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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