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가 온 날 저녁은 시간이 어떻게 지나간지도 모르게 지나갔다. 이 조그만 생명체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재밌어서 시간이 훅 갔다. 장난감이 있으면 잔디를 위한 것인 줄 알고 노는 것도 신기하고, 자리 깔아주면 자기 자리인 것을 알고 그 위에 눕는 것도 귀여웠다. 내 배 위가 자기 자리인 것은 어떻게 알고 올라와 있는 걸까?
잔디가 잘 있다는 나름의 보고도 마치고, 정신없던 하루를 마무리할 시간이 왔다.
고민이 됐다.
잔디는 어디서 자야 하지?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어찌 보면 정말 큰 일인데, 생각보다 쉽게 반려동물을 집에 데려올 수 있고,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곳은 아무 데도 없다. 포털사이트 등에 검색해서 알아보는 방법도 있지만 신뢰할 수 없는 정보도 많아서 양질의 정보를 찾기는 정말 어렵다.
잔디의 쉬야 전적(?)이 있어 왠지 침대에서 같이 자기는 불안했다. 일단 작은 방에 잔디 침대를 두고 무서울까 봐 불은 켜 두고 문을 닫고 나는 내 방에 와서 누웠다. 그런데 온통 신경이 작은 방으로 가있었다. 톳톳톳 잔디가 돌아다니는 발톱 소리, 톡톡 잔디가 앞발로 문을 치는 소리, 괜히 낑낑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5분도 못 참고 잔디가 있는 작은 방에 갔다.
문을 여니, 반갑다는 듯 멈출 줄 모르는 꼬리. 그래, 아기인데 실수할 수도 있지. 실수하면 침대는 어떻게든 되겠지. 잔디야, 같이 자자!
잔디를 내 방으로 데려와서 내 침대 옆에 잔디 침대를 놔줬다. 불을 끄고, 나는 침대에 누웠고 잔디는 잠이 안 오는 듯 방을 돌아다녔다.
쿵-
방이 캄캄해서인지 잔디가 돌아다니다가 침대에 부딪혔다. 나는 놀라서 잔디를 안고 암막 커튼을 걷었다. 창문 사이로 틈입하는 희미한 빛에도 잠 못 들던 내가, 잔디가 불편할 것이라 생각하니 암막커튼 한쪽이 없어도, 잔디 발톱의 톳톳 소리도 잠을 자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잔디를 안고 침대 위로 올라왔다. 잔디는 잠깐 침대 위를 탐색하고 편한 자리를 찾다가 내 품에서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