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른에서는 '베른 독일어'라 불리는 독일어가 베른 식으로 변형된 형태의 언어를 사용한다. 그래서 독일어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조금은 다른데, 베른의 베른 독일어식 표기는 Bärn이고, 곰은 베른 독일어로 Bäre이니 베른은 곰의 도시가 맞다.
Bear pit에는 베른의 곰이 산다. 올드타운은 지대가 높고, 아레강이 흐르는 곳까진 경사지대인데, 그 경사지대에 곰이 살고 있었다. 누군가는 동물원보다 나은 환경이라고 하지만, 이게 정말 곰이 살기에 좋은 환경인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어찌됐든 사람들이 구경을 하며 만들어 내는 소음에, 도시 한복판이니 자연과 비슷할 리가 없었다.
베른에서의 마지막 점심으로 어딘가에서 유명하다고 들어본 스위스 퐁듀를 먹어보려고 올드타운 내의 퐁듀집을 찾아갔다. 내부는 어수선해보이는데 일단 식사는 된다고 해서 방울이랑 야외에 자리를 잡았다.
퐁듀가 나왔고, 찍어먹을 것으로는 빵만 나왔다. 먹는 시범을 보여줬는데, 빵밖에 없는 것이 아쉬웠다.
빵 그만.. 빵 그만...
난 사실 빵순이가 아니었나보다.
10일 넘게 빵만 먹으니 질린다.
일행이 있었다면 다른 메뉴도 함께 먹었을 텐데 빵에 치즈만 찍어먹으려니 한 세 개 먹고 질렸다.
계산을 하려고 종업원과 눈을 마주쳤는데, 테이블로 와서 하는 말이 현금 계산만 가능하단다.
요즘 세상에 현금만 되는데가 어딨냐고 나 카드만 가지고 왔다고 했다.
그랬더니 ATM 위치를 알려주며 요즘 세상에 어디서든 돈 뽑을 수 있다며 뽑아오라고 했다.
나는 굴복하지 않고, 강경하게 카드로 계산하고 싶다고 주장했고, 내가 지금 수중에 있는 현금이 저번에 외상값 갚으려고 환전한 70프랑에서 50프랑은 감바스 할아버지네서 쓰고 20프랑만 남았다고 하자, 20프랑만 주고 가라고 했다.
퐁듀는 34프랑인데, 이게 무슨일이야.
괜히 먹고 찝찝해졌다.
설마, 치즈의 쿰쿰함이..?
장미공원은 방울이랑 오기 전 날에 정말 그냥 장미가 중간중간 펴있는 작은 공원일까봐 혼자 산책겸 왔다가, 여기서 바라보는 뷰는 방울이랑 함께 느껴봐야겠다 싶어서 다음날 방울이랑 꼭 와야겠다고 생각한 곳이다.
베른에 왔다면 장미가 피어있지 않더라도 장미공원에 방문하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바로 이런 풍경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레강이 흐르는 베른 올드타운의 풍경에, 높이 솟아 있는 대성당의 첨탑까지.
눈을 감아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그런 풍경, 그런 바람.
이 풍경 속에서 꼭 방울이랑 같이 사진을 남기고 싶어서 한참을 이 자리에서 서성였다.
다들 벤치에 앉아서 풍경을 즐기고 있어서 사진을 부탁하기에 그들의 휴식을 깨는 것 같아 망설여졌다.
나도 일단 풍경을 눈에나 담아보자 하고 풍경에 빠져있을 때쯤,
흰 벙거지 모자에, 쨍한 하늘색의 바람막이, 톤온톤으로 맞춘 등산 바지, 하이킹 운동화, 소매치기를 의식한 옆으로 맨 작은 가방을 맨 사람이 내 옆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한국인이었다.
"한국인이세요?" 묻자
"오, 네, 맞아요."라며 내가 강아지랑 있어서 현지인인줄 알았다고 하셨다.
나도 여행 중인데 혹시 사진을 찍어주실 수 있냐고 묻자, 본인도 혼자 오셨다고, 안그래도 풍경만 찍고 가기 아쉬웠다고 하시며 서로 사진을 찍어주기로 했다.
그래서 탄생한 이렇게 마음에 드는 사진.
역시 한국인 최고.
한국인들이 사진을 제일 잘 찍는다.
베른에서의 마지막 산책길에 만난 예쁜 수국.
베른에서 너와 함께 한 이 여름은 사라지지 않겠지. 이 풍경도, 이 온도도, 네가 나를 올려다보던 그 눈빛도.
그리고 유럽에서 처음 만난 고양이.
생각해보니 유럽엔 길냥이가 없다.
반려동물이 잘 관리되고 있어 그런지, 유기묘, 유기견이 드문 것 같다.
이 예쁜 까만털을 가진 고양이도 뒤의 건물에 사는 산책냥이였다.
다이어트 중이라 한창 미모에 물이 오른 방울이와 이제 파리로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