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03 서른네 번째 글쓰기
주변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눈앞이 점점 밝아오며 정신이 들기 시작한다. 벌써 아침인가 하고 생각을 시작하려고 하면, 무진이가 킁킁거리면서 다가온다. 조심히 다가와서 내가 몇 번을 놀랬더니, 이제는 자기 여기 있다고 킁킁거리며 올 줄 아는 똑똑하고, 귀여운 고양이다.
내 숨소리를 계속 들으며 일어나기를 기다렸던 걸까, 정신 차리면서 영혼이 몸에 들어오는 걸 보고 있는 걸까, 정말 귀신같이 알고 다가온다.
"무진이 왔어?"
하고 아침 인사를 하면, 작은 머리를 내 머리에 '콩' 하고 박는다. 아침마다 나를 반가워해주는 존재가 있다는 게 너무 고마울 때도 있고, 내가 이런 사랑을 받을 만한 존재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마냥 무진이가 귀여울 때도 있다.
어떤 때는 더 이상 이 모습을 보지 못하는 날이 오면 어쩌나 하고 눈물을 글썽일 때도 있다. 생명이 유한하고, 언젠가 모든 생명은 지구를 떠난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이 아이 없이 내가 살 수 있을까.. 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사실이다.
머리에 꽁하고 있는데, 핸드폰을 보고 있거나 딴짓을 하면, 슬며시 얼굴을 들어 쳐다본다. 눈빛이 뜨겁다. 마침 재미있는 콘텐츠를 발견해서 거기 빠져 들어 있으면, 눈 옆이 더 뜨겁게 불타오르는 게 느껴진다.
처음에는 자그맣게 입을 벌려 소리를 정말 작게 '냐-' 하고 내고, '응~' 하고 건성으로 대답하거나, 만져주지 않으면, 정말 귀에 가까이 와서 '니야오옹!' 하고 역정을 낸다..ㅋㅋ 난 변태인가.. 화내고 역정 내는 게 얼마나 귀여운지, 그거 때문에 좀 모르는 척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ㅋㅋㅋㅋ
우리 무진이는 문질문질 게이지가 있어서 하루에 30분 정도 만져 주지 않으면, 그 게이지가 찰 때까지 예민해하고, 내 게이지 덜 찼다고, 계속 요구하고, 이야기하는 말하는 고양이다..ㅋㅋ
가능한 아침에 일어나면 만져 주고, 빗질도 해주려고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컨디션에 따라 정신 차리는 시간이 더 필요할 수도 있고, 더 놀고 싶을 때도 있는데, 무진이도 상황 봐서 봐주기.. 도 하지만, 고양이도 고양이 인지라, 예민하고 성질나고 컨디션이 안 좋은 날에는 하루종일 에옹에옹이다ㅎㅎ
둘 다 예민할 때는, 고양이도 사람도 운다.
선선한 바람이 불면, 무진이도 창가에 좋아하는 자리에 누워 쉬고 있을 때도 있는데, 그럴 때는 그 편안한 모습이 마냥 귀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제 나도 좀 덜(?) 시달리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여름은 고양이에게도 사람에게도 힘든 계절이다.
역정을 내기도 하고, 짜증을 내기도 하고, 반가워하며 오기도 하고, 매일 아침 다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지만, 매일 아침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고 반기는 순간이 있음을 알아채는 그 순간, 그 시간이야 말로 내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