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i기획자의 일곱 번째 이야기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를 다닌 지도 어언 8년이 훌쩍 넘어 버렸다. 매년 울고 불고 못 다니겠다, 징징(?) 거리고, 투덜거리는 나를 받아주신 여러분들이 있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이 회사를 지원할 즈음, 공고가 난 포지션을 몇 달째(?) 유심히 보고 있었는데, 아직 붙지도(?) 않았지만,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정말 고민이 많았다. 서쪽에 N사가 있다면, 동쪽에는 이 회사가 있었고, 마케팅이나 여러 대외적인 이미지상 재미(?) 있어 보이기도 하고, 흥미로워 보이기도 하는데, 아는 사람이 이 회사를 다니지는 않았지만, 다들 가면 고생한다고 말리는 분위기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고민 중에 그래도 한 번 써보고, 면접을 보자, 그래도 아니다 싶으면 뭐, 다른 데 가면 되지? 하고 면접을 보았고, 생각보다 그 당시 면접 본 분들과 케미도 좋았고, 회사 분위기도 흥미로워서, 한 번 다녀볼까? 하는 생각이 더 들었던 것 같다.
엄청 자유로운 내부 분위기와, 누구든 눈을 마주치면 인사하고, 사무실 내부의 디자인과 여러 요소들도 재미있어 보였다. 면접은 생각보다 엄청 빡빡하고, 까다로웠지만, 나 또한 까다롭게 질문하고, 서로를 탐색하고, 회사를 다니게 되었다.
첫 출근날 오리엔테이션도 심상치 않았고, 바쁜 와중 환대해 주는 팀원들에게도 고마웠다. 내가 오랜만에 들어온 사람이라 다들 신기(?)해 하면서도 나름의 따스한 환영에 아 여기 좋은 회사 맞구나 했던 것 같다.
입사 1주일 뒤가 생일이었는데, 근무하는 층에 너무 큰 나의 포스터가 붙어 있어 깜짝 놀랐고, 생일 케이크를 너무 이쁘게 꾸며줘서 그 또한 너무 놀라웠다. 팀 내에 생일 쿠폰을 나눠주는 문화가 있어서, 학교 다니던 시절로 돌아가던 느낌도 들었고, 아직 잘 모르는 분들도 오셔서 생일 축하를 해주셔서, 파워 i 내향인으로 매우 부끄럽기도 했던 것 같다.
그 이후 한 달에 한 번씩 있는 랜덤 런치에 내 평생 만나야 하는 낯선 사람들을 잔뜩 만났는데, 처음 만난 자리에서도 너무 편하게 대해 주시고, 신경 써주시는 마음에 훈훈함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그렇게 하나 둘 알아가는 사람들이 늘어가며, 좀 더 반갑게 인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겼고, 같이 일 하는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술도 커피도 같이 먹으며, 하나의 커다란 가족 같은 느낌도 받았던 것 같다.
우리 집은 경상 문화권에 속하는 부모님 밑에서 좀 살벌한(?) 가정 문화를 가지고 있었는데, 어쩌면 집보다 더 끈끈한 문화 속에 좀 어색함을 많이 느끼기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어느 순간 찍혔는지도 몰랐는데, 내 사진이 찍혀서 몇백 명이 있는 단체방에 짤..로 돌아다닐 때는 정말 깜짝 놀래기도 했는데, 시의 적절하게 짤을 꺼내 쓰는 것이 뭔가 서로에 대한 애정과 센스의 표상(?) 같은 분위기라, 나도 모르게 나도 도촬.. 을 엄청 열심히 하고, 짤 생성 전문가님들께 도움을 받아 짤도 여럿 생산했던 것 같다.
나는 주로 제목... 을 열심히 쓰는 스타일이라, 가끔 삭제 요청이 들어오는 짤들도 있었지만ㅋㅋㅋ 잊을 만(?) 하면 짤들을 출몰시키며, 애정을 과시(?)하고.. 목 졸림(?)의 위기를 느끼며 도망가던 기억도 난다ㅎㅎ
아침마다 카페에 들러서 커피를 사고, 동료들과 수다를 떠는 것도 꾸준한 일상이었는데, (적다 보니 나.. 점점 스며들어.. 즐기고 있었나 보다..) 가끔은 뒤에서 누가 무릎 찍기를 해서 아이씨.. 하고 돌아 서면 상무님... 이 서 계셔서 아이쿠 죄송합니다.. 했던 적도 있고, 나중에 복수(?) 해야지 하고 호시탐탐 커피 사는 사람들이 누가 있나 보기도 했었는데, 차마 무릎 찍기를 할 용기는 내지 못했던 것 같다ㅋㅋㅋㅋ
그리고 규모가 작던 시절에는 진짜 놀기만 하는 수많은 워크샵(?)들이 있었는데, 늘 일하는 워크샵을 하던 내게 그런(?) 문화는 신선했고, 정말 재주도 많고, 놀기도 잘 노는 걸 보며, 역시 일 잘하는 사람은 놀기도(?) 잘하는 것인가 싶기도 했고, 거기서 또 새로이 친해진 사람들과 또 얼굴 트고, 밥 먹고 술 먹고..
이전 회사들에서는 약점 보이면 트집 잡히고, 나도 모르게 정치판에 휘말리고, 고강도의 업무에 시달리며 번아웃 오던 것들을 떠올려 보면, 좋은 회사, 좋은 문화, 좋은 동료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배울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다.
파워 내향인에 인류애 따위 없었던 내게 사람들과 어울리는 재미를 알려주고, 평생 갈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들어준 이 회사에 나는 오늘도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