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때가 왔구나.
아내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눈에서 레이저가 나온다.
사람을 째려보는 레이저가 아닌 집안 구석구석을 스캔하는 레이저가 나온다.
나는 직감한다. 아 집안을 뒤집을 때구나.
스트레스가 심하지 않을 때
마루에 서서 책장만을 바라본다.(마루 한 면이 다 책장이다 총 8칸)
여기서 중요한 것은 책장만 바라본다는 것이다.
안 보는 책을 빼고, 새로운 책을 들여놓는 정도에서 끝난다.
스트레스가 심할 때
줄자를 든다.
뭔가 스트레스가 많은가 보다.
줄자로 가구들을 재고, 이 방 저 방 왔다 갔다 한다.
마음을 비우고 몸을 풀어야 한다.
아내와 첫찌는 정리할 때 보면 죽이 잘 맞는다.
책도 척척 옮겨 주고, 배치도 관여한다.
"엄마 이거 옮겨?"
"응, 그거 저기다 놔."
"이거는 여기 놓면 안 돼?"
"음.. 그래."
둘이 의기투합해서 책들을 척척 옮긴다.
이번 공사는 스트레스가 심한 대공사였다.
이사 와서 한 번도 옮기지 않은 큰 책장 하나를 아들 방으로 옮겼다.
이번 배치는 첫찌의 방을 수정하는 방향이었기에
더 적극적으로 어필하며 엄마를 도왔다.
물론 큰 물건 나르는 것과 자잘한 정리는 내가 하였다.
뒷정리를 하며 모자를 바라보니 참 닮았구나 생각했다.
우리 쌍둥이 딸내미들은 짐을 옮기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자기 할 일에 바쁘다.
조만간 쌍둥이 방도 뒤집을 예정이라고 한다.
자기네 방을 바꾸면 열심히 참여하겠지?
처음엔 아내의 스트레스 푸는 방법을 이해하지 못했다.
왜 저럴까? 저게 스트레스가 풀리나? 의문을 품고 고민했었다.
생각해보면 참 건설적이게 스트레스 푼다.
비싸게 돈 드는 것도 아니니 참 다행이다 싶다.
아니다. 다행인 게 아니라
감. 사. 합. 니. 다!
P.S
아내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