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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빠 Dec 03. 2022

바가지를 긁고 싶다.

바쁜 아내

아내는 바쁘다.

쉴 틈이 없다.

원래부터 바쁘게 살았는데,

올해는 장인, 장모님이 연달아 건강이 안 좋아지시면서

특히 많이 바빠지고 빡세 졌다.

친정에 자주 가게 되고 병원도 계속 쉬지 않고 간다.


토요일 오랜만에 집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듯했다.

그런데 오전 내내 친정 일로 핸드폰만 붙들고 있었다.

내용을 아내에게 조금만 들었지만,

내가 열받아서 그만 듣는 게 낫겠다고 하였다.

아내도 내 정신건강을 위해 그러라고 했다.  


친정이 아내에게 힘이 되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아내는 친정에 대해 늘 부담을 느낀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안타깝고, 내가 다 화가 난다.



한편 서운하기도 하다.

머리로는 아내의 힘든 상황을 알겠지만,

나와 아이들을 봐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물론 내가 아이들과 잘 놀아주지는 않지만,

주말에 모처럼 같이 있는데,

요즘은 아내가 야근해서 애들 잘 때 들어올 때도 많은데,

우리를 봐줬으면 싶다.



둘찌가 엄마에게 간절히 요청한다.

"엄마 설거지만 하고 나랑 퍼즐 하자."

아내는 또 친정 일로 연락하느냐고 설거지는 내가 하였다.


"응. 잠시만 요것만 하고."

하고 대답하고는 월동준비로 사놓은  뽁뽁이(추위 방지)를 붙이려고 하고 있다.

"둘찌랑 퍼즐 한다며~"

"아.."

정신이 하나도 없으시다.


아내가 많이 힘들어 보인다.

힘드니, 잊으려 하는지

정리하고 집안일을 하려 한다.

다 알지만...

너무 힘든 것은 알지만...

내 맘에 서운함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박박 바가지를 긁고 싶지만, 한숨만 쉰다.


아내가 건강했으면 좋겠다.

나처럼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무 많은 힘듦에 안쓰럽고 매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내에게 숨구멍이 생겼으면 좋겠다.



내가 더 힘이 되어주고 싶은데,

아직 내 몸 하나 건사하기 바쁘다.

내가 아프지 않았다면,

내가 의지가 강했다면,

아내의 짐이 좀 덜어졌을까?



언제나 내가 먼저 고백하지만...

사랑해~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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