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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쉬운 것부터 해볼까요?

- 정리를 시작하기 전에

by 이혜경 Feb 07. 2025

어느 해, 추석을 며칠 앞둔 어느 날 노부부의 집을 정리하게 되었다.

추석 명절에 자손들이 올 텐데 앉을자리 하나 없다고 정리를 요청하셨던 것이다. 그때는 팀원이었으니 그러려니 했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 연세에 정리수납을 어찌 알고 신청을 하셨었는지 갑자기 대단하신 분들이었구나 싶다.


그 댁에 들어서서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은 정말 상상초월할 만큼 쌓여있었던 쇼핑백이었다. 버리고 버리고 버리다 신기해서 찍어 둔 사진이 여기 첨부하는 세 장이니 나머지는 상상에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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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백이 차지하고 있었던 자리는 반 평은 족히 넘을 만큼의 공간이었는데 마치 '이 집에 들어온 이상 나갈 수는 없어' 하는 것만 같았다. 주방에서 쇼핑백만 빼냈을 뿐인데도 갑자기 공간이 훤하게 살아났다. 쇼핑백이 그만큼 있었으니 나머지 살림들도 만만치는 않았다. 그 많은 살림을 세세히 살펴보면 진짜로 '살림'이라고 분류할 만한 것 이외에도 비닐봉지, 나무젓가락, 일회용품, 플라스틱 용기, 빈 병 등 언젠가 필요할지 몰라 쟁여두었거나 '굳이' 버리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해서 그냥 모아진 이런저런 잡동사니들도 상당했다.

싱크대 서랍에, 밥통 옆구리에, 식탁 위에, 거실테이블 위에 널려있는 잡동사니를 한 곳에 모으고 보니 금방 산더미 같이 쌓였다.


"아이고, 우리 집에 이렇게나 많았어?"

놀라시는 고객님의 허락을 받고 필요한 만큼만 남기고 몽땅 폐기하니 속이 다 시원했다.  

"명절에 손자들 오면 뛰어놀아도 되겠어요" 훤해진 바닥에 고객님도 활짝 웃으셨다.




집집마다 언제 이만큼 쌓였는지도 모르게 쌓여가는 물건들이 있다.

굳이 모은 경우도 있겠지만 대개는 언제 쌓였는지도 모르게 그냥 쌓여만 가는 것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쇼핑백, 비닐봉지, 그리고 나무젓가락.

거기에 일회용 수저, 아이스크림수저, 요구르트 빨대, 비닐포장커터, 한약커터, 와인스크류, 죽포장용기, 즉석밥용기, 배달음식용기, 젓갈통, 꿀병, 잼병, 생일초, 일회용 빵칼... 종류도 꽤나 다양하다.

"이 중에 한 가지도 쌓여있지 않은 집? 손들어 보세요"

손 드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브런치 글 이미지 4



이 물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들어올 때 별도의 돈을 지불하지 않았다는 것이다.(물론 물건값에 포함은 되어 있겠지만) 그래서 돈을 지불하고 구입한 물건들에 비해 비교적 배출하려는 결심을 실천하기가 쉽다. 정리를 시작하고 싶다면, 그래서 첫 번째 단계로 비움을 연습해 보고 싶다면 일단 이 품목들을 공략해 보기를 추천한다.


음식을 먹었으면 그만큼 적절한 배설이 이루어져야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는 것처럼 공간도 마찬가지다.  물건이 계속 들어오기만 하고 적절한 배출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건강한 공간이 될 수 없다.

버리지 못하는 마음을 들여다보면 '혹시 모를 필요한 어떤 상황'을 걱정을 걱정해서 일 것이다. 그렇다면 남기고 싶은 구체적인 숫자를 결정해 보자.




예를 들어 쇼핑백은 대중소로 나눠 각각 5개씩, 비닐봉지도 크기별 5개씩.

나무젓가락은 유통기한이 4개월이다. 무한한 기간 동안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최근 들어온 것으로 10개만 추려 본다.

아이스크림수저는 5, 비닐포장커터는 2, 와인스크류도 2.....

이런 식으로 우리 집에 맞는 필요 최소 수량을 정하고 나머지는 배출한다. 그리고 이 숫자는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 새로운 물건이 들어온다면 그만큼 이전에 보관했던 것은 배출해 준다.


비워진 공간을 보면 속이 시원해질 것이다. 성취의 기억은 짜릿하다. 소소한 것 일지라도.

"비닐봉지는 주지 마세요"

"나무젓가락은 안 주셔도 돼요"

거절이 일상화되어 갈 것이다. 그럼 지구도 살리고 우리 집도 살린다.

그렇게 비움 1단계를 클리어하고 나면 다음은 훨씬 쉬워진다.

당신은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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