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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ovbe 글롭 Jun 30. 2022

밥갱스터의 간헐적 단식 일지 14日

면, 면, 면이 좋아! - 첫 달의 마지막을 기념하며

    어느덧 저녁을 거르기 시작한 지 2주라는 시간이 흘렀다. 벌써 그렇게 지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약간은 뿌듯하기도 하다. 늦잠에 밀리는 아침도, 아점이나 점저라는 변종이 있는 점심도 아닌 저녁을 내가 거르다니. 신기한 일이다. 나 말고도 많은 현대인들에게 저녁은 가장 무겁고도 중요한 식사가 아닌가. 저녁을 거르는 간헐적 단식이라는 개념이 어색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삶에 적용하는 것은 더더욱 어색한 일이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랬다. 요즘은 저녁을 걸렀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먹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지 않고, 먹지 않았다는 자각조차 없다. 마치 저녁 식사라는 활동을 아예 배운 적이 없는 것처럼. 물론 나의 몸뚱이는 아직 누가 봐도 저녁을 꼬박꼬박 챙겨 먹는 건강한 모양새지만 뭐 어떤가. 나의 뇌가 변하고 있다. 그렇게 나름 훌륭한 성적으로 이 프로젝트의 첫 달, 2022년의 6월을 마감한다. 7월에도... 잘할 수 있겠지?


Hrrrrrrrrp / 2022.06.30 ©

    간단프(간헐적 단식 프로젝트라는 뜻)의 목표 중에는 물론 체지방 감소도 있었지만, 딱히 먹는 음식에 제한을 두지는 않았다. 그렇다 보니 하루 중에 나에게 주어진 두 칸의 슬롯, 아침과 점심에 맛있는 식사들을 적절히 배치하는 것은 주요 과업이 되었다. 부끄럽지만 고백하건대 어느 날은 순두부, 팽이버섯, 계란을 넣은 순두부 열라면을 두 끼나 먹었다. 이 외에도 파스타, 메밀면, 짬뽕, 볶음면 등 다양한 면 요리가 내 끼니를 장식해주었다. 상당량의 탄수화물과 양념은 체지방 감소나 혈관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았더라도, 분명 간헐적 단식에 적응하는 초기 단계에 정신건강만큼은 증진시켜주었다.


    아침과 저녁 두 발만 쏠 수 있는 나의 총에 정성껏 고른 메뉴를 장전하는 것은, 두 가지의 예상치 못한 축복을 가져왔다. 첫 번째는 아무리 좋아하는 음식이라도 절대적인 섭취량 자체가 줄었다는 것이다. 면이라면 눈을 희번덕 뜨곤 하는 나도 단식으로 줄어든 배에는 1인분 이하의 음식만 넣을 수가 있었다. 절제된 즐거움이라니 얼마나 아름다운가. 또 하나는 음식을 즐기는 과정이 더욱 감사해졌다는 것이다. 파스타든, 중화면이든, 라면이든, 소면이든 소스를 적당히 머금은 오동통한 면발을 놀랍게도 더 사랑하게 되었다. 이보다 더 좋아할 수 있다니!


    물론 건강을 위해서 이미 여러 가지 영양소를 함께 배치하고 있고, 부상 회복 후 이동이 조금 더 자유로워지면 단연 폭넓은 건강 식단을 취급할 예정이다. 하지만 진심으로 좋아하는 요리를, 탐닉하지 않고, 그 맛에 더욱 집중해서 즐길 수 있게 된 것은 간헐적 단식에게 감사해야 할 일이다. 고마워! 아직은 장기적인 효과를 보기에는 짧은 시간이지만, 기분 좋은 변화들을 수집해가며 새로운 달을 기쁘게 맞이한다.  


   >>> 6월의 마지막 날, 간헐적 단식 열네 번째 날의 체중 증감**: (가보자!) -2.9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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