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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ovbe 글롭 Jul 04. 2022

바다에 편안히 누워보셨나요?

둥실둥실 나를 감싸 받치는 고요

    여름휴가철의 해변은 무척이나 소란스럽다. 가족과 친구, 연인들의 웃음소리. 누군가는 바닷물에 던져져 장난스럽게 비명을 지르고는 여럿이 깔깔 웃는다. 거센 파도 소리. 10분 전까지만 해도 피부를 달구던 더위는 시원한 물소리에 씻겨 내려간다. 하얀 물보라는 일으키는 보트. 수상스키인지 뭔지 이름도 모를 무언가를 탄 사람을 놀아주는 엔진 소리. 소리만 들어도 해변에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소란이 밉지 않다. 오히려 미소가 지어진다. 공기의 울림을 통해 전해지는 행복. 나도 그 콘서트의 일부가 되어본다. 참 신기하다. 마음에 따라서 같은 강도의 소음도 이렇게나 달라질 수 있다니. 시끄러운 환경에서 집중력을 잃는 나로서는 이 상태가 집에 돌아가서도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겠지. 그저 이 순간을 즐길 수 있는 나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Floating on Peace / 2022.07.04 ©

    지금 이렇게도 마냥 즐거운 소동이지만, 이 시간을 즐기는 하나의 훌륭한 기법이 있다. 물에 내 몸을 내맡기는 것. 물론 처음이라면 가라앉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잔뜩 긴장하게 되겠지만, 일단 익숙해지고 나면 몸은 더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부력이 상쇄하는 중력. 몸의 무게도, 마음의 무게도, 시간도 잊는다. 몸을 감싸는 차가운 바닷물과 얼굴에 비치는 따스한 햇살만이 남는다. 그렇게 고요가 찾아온다.


    가끔은 눈이나 코에 노크하는 물이 침묵을 깨고는 하지만, 그래도 좋다. 무더운 여름도, 나도 물살에 흘려보낸다. 태어나기 전 뱃속 나의 모습이 이랬을까 궁금하다. 그래서 편안한 걸까? 햇빛을 받아 새까맣게 타면 뭐 어때. 사소한 걱정 따위는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다. 귀를 간질이는 물소리를 들으며 평화를 만끽한다. 둥실둥실 떠다니는 생각들도 고요와 침묵에 걸맞게 그 속도를 늦춘다. 


    해변에서 경험하는 소란과 고요의 사랑스러움. 마음에 새긴 두 모습 모두 소중하고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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