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어떻게 살라구요?
인생은 자주 길에 비유되곤 한다. 그것이 오솔길이든, 철길이든, 가시밭길... 이든말이다. 분명 그곳에는 우리가 삶에 대해 가진 공통의 이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등산을 하다 보면 정상까지 남은, 앞에 놓인 길은 끝이 없는 것만 같으나, 잠시 숨을 돌리며 돌아보는 지나온 길은 짧게만 느껴진다. 이 개념을 가져온다면 우리네 인생이 오르막길이라는 증거일까. 사실 남의 삶을 살아본 적이 없어서, 객관적으로 본 경험이 없어서 모르겠다.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객관적일수록, 그것은 전체가 아닌 하나의 작은 파편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실은 남의 인생뿐만 아니라, 내 인생 하나 제대로 돌아보는 것도 어렵다. 분명 내가 살아온 내 인생인데 돌아보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그 누구의 삶보다 바라보기 쉽고, 또 정보가 많으니 객관적이어야만 하는 것이 아닐까? 그 답은 아닌 것 같다. 왜냐면 과거의 나를 돌이켜 보는 주체는 언제나 현재의 나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쉽게 착각하는 것은, 기억을 더듬는 나는 과거의 내가 아니라 현재의 나이다. 그렇기에 유리하게 시작한 '삶 바라보기'는 언제나 언제나 왜곡될 따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우리는 돌아보기를 멈추지 않으며, 그 결과는 서운함에 가깝다. 짧다. 참으로 짧다. 엊그제 같은 나날들이 얇은 두께로 켜켜이 쌓여있는 듯하다. 종종 섭섭함을 넘어 놀랍기까지 하다.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날 내가 느낄 감정을 상상해보면, 그 감정은 극대화되곤 한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인생이 짧다는 말을 남기고 이곳을 떠났을까.
하지만 그 말의 의미는, 짧은 인생이라는 그네들 삶의 감상평은 분명 마구잡이로 삶을 대하라는 것은 아닐 테다. 마지막 날 그들 중 일부의 마음에 허무가 들어찼을지라도, 그 전체에는 허무주의를 넘어서는 의미가 분명히 있다. 어렴풋이 느끼기로서는, 저 먼 과거도 미래도 이 짧은 찰나에만 산다는 뜻이리라. 어쩌면 인생이 짧은 것이 아니라, 짧은 이 순간이 진짜 인생이라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오늘의 미소도 기쁨, 사랑, 그리움, 환희, 질투, 또 의심, 슬픔, 불안, 아픔, 욕망, 그리고 고뇌도 잠시 스치는 풍경일 테니. 어쩌면 모든 순간이 보석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