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은 컴퓨터 두드리는 것 밖에 모른다니까. 그것보다는 현장이 중요한데. 아무것도 모르면서 나한테 난리야.”
방금 팀장과 면담하고 돌아와 탕비실에서 코를 풀며 우는 주 대리를 달래줘야했다. 정산 마감으로 사무실이 바쁜 기간에 혼자 사업장에 다녀와서 팀장에게 혼이 난 듯 했다. 회사에서는 그녀를 승진에서 계속 누락시킬 만큼 문제적 인물로 여겼지만, 나만은 그녀의 속사정을 이해한다고 생각했다.
1년 전 부서 이동을 해서 우리 팀에 들어온 그녀는 악의적인 소문과 다르게 누구보다 성실하게 출퇴근했다. 하지만 몇 번의 프로젝트를 끝내자 그녀와 팀원들과의 사이가 삐그덕대기 시작했다. 팀장은 그녀의 보고서를 받을 때마다 늘 조금 화난 듯 상기된 얼굴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 엄마 나이대인 주 대리는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했다. 엑셀을 켜놓고 계산기를 두드리는 모습이 여러 번 목격됐다. 나는 그녀가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적응과 반응의 속도가 느린 사람일 뿐 악의는 없다고 생각했다. 승진이 누락된 결정적 이유 또한 제법 애잔했다. 그녀가 다른 팀에 있을 때 후배에게 다단계 물건을 팔았다. 그 일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징계사유가 되었다. 그녀가 몰래 다단계 판매를 한 이유는 암 투병 중인 그녀 남편의 치료비 때문이었다. 울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의 삶이 불쌍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팀장이 굳은 표정으로 탕비실에 있는 날 찾아왔다.
“잠깐 나 좀 봐.”
뭐지? 주 대리 일 때문인가? 긴장된 마음으로 팀장을 따라 회의실로 들어갔다. 팀장은 회의실 문을 닫고 말했다.
“상은 씨, 혹시 담당 사업장에 뭐 이상한 말 한 적 있어? 방금 점주가 사무실로 연락했는데.”
“네? 무슨….”
“우리 직원이 가게로 와서 무슨 효소를 강매했다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 강매로 신고한다고 연락이 왔어!”
나에게 소리를 지르는 팀장은 얼굴이 터질 것처럼 빨개졌고, 이내 두통이 있는 듯 머리를 감싸쥐었다.
“저는 오늘 사업장에 방문하지 않았는데요. 외근은 주 대리님이 하셨는데.”
팀장은 뭐에 맞은 것처럼 “아”라고 소리를 내더니 “다단계를 못하게 하니 다른 걸 파네.”라고 혼잣말했다. 그리고 나에게 말했다.
“내가 여기서 상황을 파악할 테니 상은 씨는 사업장에 가서 점주 좀 달래고 와요. 신고는 절대 안 돼. 꼭 막아야 해. 그리고 주 대리 들어오라고 해줘요.”
그 말을 듣자 오늘 끝내야 할 수많은 일들이 떠올랐고, 외근 후 사무실로 돌아와 야근할 생각에 머리가 아찔했다. 오늘 일찍 퇴근하고 싶어서 어제도 야근했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1. 소설은 숨 쉴 구멍입니다.
위의 이야기는 실제의 인물이 떠오르더라도 그 인물과는 전혀 상관 없는 허구의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