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 자동문이 열리자 코를 찌르는 알코올 향이 난다. 은은한 간접 조명으로 둘러싸인 네모난 접수대에 있는 직원은 마감시간이 다가오자 미간을 연신 찌푸리고 있다. 내가 다가가자 억지로 미소 지으며 접수증을 받는다. 대기 공간에서 가장 푹신해 보이는 의자에 털썩 하고 앉는다. 종일 서 있었더니 다리가 저릿하다. 대기 중인 사람들은 저마다의 자세로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대기실은 공기가 멈춘 듯이 조용해서 직원들의 웅웅대는 작은 말소리와 사람들의 발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빨려 들어갈 듯 푹신한 의자 위에서 조금씩 눈이 감기려는데 출입문이 다시 한 번 열린다.
뾱. 뾱. 뾱. 뾱. 쉬고, 다시 뾱. 뾱. 뾱. 엄마의 손을 잡고 병원으로 들어오는 아이의 신발이 걸음마다 소리를 낸다. 접수대 앞에서 그 소리가 멈춘다. 나보다 더 피곤해 보이는 아이의 엄마가 아이의 손을 잠시 놓고 접수증을 작성한다. 아이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두리번거리다 손으로 무언가를 가리키며 말한다. "엄마. 이게 뭐야?" 아이의 엄마는 익숙하다는 듯이 말한다. "이거만 하고 알려줄게. 그동안 혼자 생각하고 있을래?" 그러자 아이는 더 익숙하다는 듯이 "혼자 생각해도 잘 모르겠어. 엄마가 알려줘."라며 받아친다. 아이의 또렷한 목소리에 순간 호기심이 생긴다. 아이는 알레르기 검사 포스터 속 진드기를 바라보고 있다. 접수증을 다 쓴 엄마는 한층 더 피곤해진 얼굴로 아이에게 "저건 벌레야. 벌레."라고 알려준다. 그러자 아이는 더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벌레가 뭐야?"라고 묻는다. 나는 혼자 생각한다. 벌레가 뭐지? 곤충? 그러면 진드기가 곤충인가? 곤충은 뭐지? 다리 여섯 개, 머리, 가슴, 배? 아무리 생각해도 그림 속 진드기는 곤충의 범위에 들어가지 않을 것 같다. 아이의 본질적 질문에 순식간에 머릿속이 복잡해질 때쯤 사색을 깨는 목소리가 들린다.
"김민지님! 김민지님! 안 계세요? 진료실로 들어오세요!"
아이들은 항상 질문합니다. "이게 뭐야?" 시기가 끝나면 "왜?" 시기가 찾아옵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그런 질문을 안하게 됐을까요?
첫 번째 빅 쇼-츠를 가볍게 읽으셨나요?
저는 산문 시 같은 짧은 이야기를 씁니다. 앞으로는 조금 더 짧아질수도, 더 많이 길어질수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