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계속 춤을 추어라

by 쥐방울

첫 아이가 태어나고 돌이 지날 무렵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아기 상어 율동부터 다양한 음악이 나올 때마다 음악에 몸을 맡긴 채 땀이 나도록 움직였다.

어느 날 이 모습을 본 친정 부모님은 아주 놀라운 표정을 하시며 제법 크게 혼잣말을 하셨다.

"쟤는 누구 닮아서 저렇게 춤을 추는 걸까?

우리 집안에는 저런 유전자가 없는데?"


이때 마음속으로 외쳤다.

'그 유전자, 제 유전자입니다!'

기억이 날만한 아주 어릴 적부터 부모님 특히 아빠는 조용하고 차분하게 있는 모습만이 미덕인 마냥 가르치셨다.

덕분에 학창 시절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큰 행동은 이어폰을 꽂고 원하는 음악을 듣는 것뿐이었다.

아이 그대로의 모습이 아닌 부모님이 원하는 이상향의 아이의 모습을 원래 아이의 모습인양 지금까지 알고 계시는 모양이다.


육아를 하며 아이와 단 둘이 있게 될 때부터 미친 듯이 노래 부르고, 춤을 추었다.

물론 박치에 몸치라 그냥 흥에 겨워 몸을 움직였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돌 이전의 아이는 먹고, 놀고, 자고 이 세 가지 패턴으로 이루어졌는데 놀 줄 몰랐던 초보엄마는 컴퓨터에서 동요를 계속 틀어놓고, 아이랑 계속 노래 부르곤 했다.


이렇게 성장한 어린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엔 아이돌에도 눈을 뜨게 되었고, 방학특강으로 열리는 방송댄스 수업에도 참가했었다.

이후 안무영상을 보고는 싸이의 댓댓, 아이브의 러브다이브 등 나의 수준에서는 한 번도 시도해본 적 없는 안무 동작들을 방구석 1열에서 물개박수 치며 바라보고 있다.

물론 그 엄마에 그 딸이라 어디 기획사에서 섭외해갈 만한 실력은 아니지만, 음악에 몸을 맡기며 진지하게 임하는 모든 순간이 행복 바이러스를 퍼뜨리는듯한 느낌이라 매번 설렌다.


지금 어린이는 언제나 최신곡을 들으며 춤을 추고, 그 엄마는 2000년대 음악을 소환하며 팔과 다리를 움직인다.



012E4FB3-0F81-4E76-B352-5CE9B59D99BA_1_201_a.heic



초등학교 1학년 종업식 하루전날에는 한 해의 생활을 돌아보며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셨다.

그중 <내가 더 잘하게 된 것은!!>이라는 칸에 아이가 적은 내용을 보고 찐 엄마미소를 짓지 않을 수가 없었다.

춤을 더 잘 추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자랑스럽다.


이렇게 생각하고 적은 아이가 더 자랑스럽다.

실제로 아이는 춤을 더 잘 추게 된 것 같기도 하고, 그 기쁨을 온전히 만끽하고 있는 1인이다.

아이가 춤을 더 잘 추진 않아도 되니, 앞으로 계속 추었으면 좋겠다.

주변에 누가 있든, 지금 어디에 있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표현하며 앞으로 훨훨 날아갈 그 길을 온전히 뒤에서 손뼉 치며 응원하고 싶다.

이전 16화다 키운 어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