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은 ‘창업 → 성장 → 회수(exit)’의 생애 주기(life cycle)를 갖는다. 창업과 성장 사이에는 넉넉하지 못한 자금과 자원 때문에 수많은 어려움과 위기가 스타트업의 목을 죄는 이른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이 존재한다. 죽음의 계곡을 지나면 매출, 고용 등 외형 성장을 추구하는 단계로 진입하는데, 성장 추구 단계의 스타트업을 특별히 스케일업(Scaleup)으로 구분해 부르기도 한다. 이 경우 ‘스타트업’이란 명칭은 창업 단계(창업~죽음의 계곡)의 스타트업을 지칭하는 좁은 의미로 쓰이게 된다. 스케일업이 성장성을 입증하면 회수(exit)를 통해 일반 기업으로 변신한다. 따라서 ‘창업 → 성장 → 회수’의 생애 주기는 ‘스타트업(Startup) → 스케일업(Scaleup) → 일반 기업(Corporate)’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스타트업과 스케일업은 서로 다른 역량이 필요하다. 창업 단계의 스타트업은 아이디어 혹은 사업모델(BM)을 제품 혹은 서비스로 구현해서 타당성을 검증하는, 즉 사업(business)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면, 성장 단계의 스케일업은 사업의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 핵심 과제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수익 창출을 위해서는 규모의 효과를 발휘하기 위한 시장 점유율 혹은 사용자 기반을 먼저 구축해야 하므로 스케일업은 수익 창출보다는 매출 성장을 우선시한다.
주: 스타트업(넓은 의미) = 스타트업(좁은 의미, 창업 단계) + 스케일업(성장 단계)
(그림 5.6.1) 생애 주기에 따른 기업 형태의 진화
스타트업 창업을 촉진하고 육성하는 목적은 국가 경제의 핵심 주체인 기업을 키워내기 위함이다. 즉, 스타트업이 스케일업을 거쳐 일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애플, 엔비디아와 같은 세계적 대기업이 나온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엄청난 부가가치와 고용이 창출되는 것은 물론 국가 위상도 크게 상승할 것이다. 따라서 창업 단계의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장 단계에 진입한 스케일업이 일반 기업, 특히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2010년대 중반 이후 미국, 영국 등 주요국은 스케일업 육성 정책을 본격적으로 도입, 시행하고 있다[1]. 창업 단계의 스타트업 육성 중심에서 스타트업과 스케일업을 함께 육성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한 것이다. 한국의 정책은 아직까지 창업 단계의 스타트업 육성에 집중되어 있다[2]. 창업 활성화가 정책 목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상을 전환해서 스케일업 졸업 활성화, 회수(exit) 활성화를 추진하는 것도 창업 활성화의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성공 신화가 많이 창출될수록 창업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가 구축되기 때문이다. 성장 단계의 스케일업도 창업 단계의 스타트업 못지않게 적극 지원, 육성해야 한다.
성장(growth)을 추구하지 않는 기업은 없다. 성장은 기업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이자 목표이다. 특히 스케일업은 우수한 성장성을 보여주지 못하면 회수(exit)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에 성장이 지상과제이다. 스케일업의 성장을 제약하는 요소는 다양하다. 이들 요소별로 스케일업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첫째, 한국 시장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기업의 매출 성장은 시장 크기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는다. 기업이 중장기적으로 성장하기에 한국 시장은 결코 크다고 할 수 없다. 더구나 향후 인구 감소, 경제 활력 저하 등으로 한국 시장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스케일업은 창업 단계에서부터 글로벌 진출 전략을 마련하고, 정부는 전략의 실행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특히 세계화(globalization)가 후퇴하고 각국의 보호주의 정책이 강화되면서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의 어려움과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서 정부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둘째, 우주항공 등 국내에 아직 시장 자체가 존재하는 않는 딥테크 분야는 정부가 초기 구매자, 초기 수요자 역할을 함으로써 시장 형성을 촉진해야 한다. 특히 이 같은 분야는 정부가 기술 사양 결정 단계에서부터 참여해 기술 표준 및 산업 생태계 형성을 주도할 필요가 있다.
셋째, 스케일업의 제품 및 서비스 출시를 제약하는 규제 혹은 사회적 갈등을 선제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혁신적 기술 혹은 사업모델의 경우, 규제 혹은 사회적 갈등 때문에 개발이 끝나도 출시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국에서 출시되지 못하는데 다른 국가들에서 출시된다면 해당 분야에서 한국은 뒤처질 수밖에 없다. 규제 완화에서 앞서 가지 못하더라도 규제 완화의 세계적 추세에 뒤떨어져서는 곤란하다.
넷째, 자금 및 인프라 부족 등 스케일업의 내부적 제약 요소를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창업 단계를 지나 성장 단계에 진입한 스케일업은 마케팅∙영업 등 신규 인력 충원, 사무공간 및 시설 확장, 영업∙물류망 구축 등 새로운 조직 및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신규 자금도 조달해야 한다. 스타트업이 새롭게 전열을 정비할 수 있도록 제도적,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 참고 자료 >
[1]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2018). 주요국의 스케일업 지원정책. 해외 ICT R&D 정책동향, 2018(07).
[2] 김애선 외(2019). 스케일업과 유니콘 전략. 55차 공개포럼 보고서. KCE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