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회수(exit)는 창업자 및 투자자가 스타트업 창업 및 육성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으로 기업공개(IPO)와 매각(M&A), 두 가지 형태가 대표적이다.
기업공개는 주식 시장에 상장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상장 후 거래되는 주식의 가격이 발행 가격보다 높기 때문에 시세 차익이 보상으로 주어진다. 대개 기업공개 후 투자자들은 주식 매각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지만, 창업자는 최대 주주 지위를 유지하며 기업 경영을 계속한다. 기업공개는 창업의 비전을 계속 실현해 나갈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기업공개 요건을 맞추기 어려워 회수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M&A는 다른 기업에 주식을 매각함으로써 소유권을 넘기는 것으로 매각 대금이 보상으로 주어진다. 대개 인수하는 기업은 스타트업의 기술, 인재, 고객 기반 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M&A를 단행한다. 매각 이후에는 다른 기업의 일부로 흡수되거나 자회사 형태로 존속한다. 기업공개보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회수할 수 있지만, 보상 규모도 작아질 수 있다. 창업자는 매각 후 인수 기업의 전문 경영인으로 고용되거나 재창업에 나서 ‘연쇄 창업가(Serial Entrepreneur)’가 되기도 한다.
스타트업별로 적합한 회수 방법이 상이하기 때문에 기업공개와 M&A 중 어느 쪽이 더 나은 회수 방법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창업자와 투자자의 성향, 스타트업의 내부 상황, 회수 시장의 여건 등이 회수 방법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다만 미국, 이스라엘 등 스타트업 강국들은 대체적으로 M&A에 의한 회수 비율이 높다. CB 인사이트(CB Insights)의 데이터를 이용해 미국 스타트업들의 회수 건수를 분석한 연구[1]에 의하면 M&A에 의한 회수는 미국 스타트업 회수 건수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이스라엘도 2024년 53건의 회수 건수 중 M&A에 의한 회수는 47건으로 전체의 87%를 차지했다[2]. M&A에 의한 회수는 회수까지 기간이 짧아 투자 자금의 ‘투자 → 회수 → 재투자’의 회전 사이클도 짧다. 그만큼 창업을 더 촉진할 수 있다. 따라서 창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M&A에 의한 회수를 장려할 필요가 있다.
주: ( )는 전체 회수 건수에서 M&A의 비율
자료: CB 인사이트(CB Insights);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그림 5.7.1) 미국 스타트업 회수(exit) 유형별 건수 추이
한국은 스타트업의 회수 건수가 많지 않아 매년 비율 변동이 심하지만, 대체적으로 M&A보다 기업공개(IPO) 비율이 더 높다. M&A 비율이 훨씬 높은 미국, 이스라엘과는 다른 모습이다. 한국에서 M&A를 통한 회수가 적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한국 기업들은 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대기업들은 대부분 내부 자원과 역량을 동원해 사업을 확대하고 성장해 왔다. 그 과정에서 지금은 많이 약화되었으나 ‘순혈주의’와 ‘자기 완결주의’ 성향이 강화되었다. 공채(공개 채용) 출신 인력 중심으로 조직이 운영되었고, ‘기초 연구 → 사업화 기술 개발 → 신사업’을 내부에서 완결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사업부의 연구개발 조직과는 별도로 중앙연구소를 설치해 기초 연구 및 다양한 신기술을 연구했다. 이와 같은 경영 방식에서는 M&A 필요성이나 동기가 작을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을 인수하려는 수요가 많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스타트업도 M&A보다는 기업공개를 목표로 하게 된다.
반면, 애플, 구글 등 미국 기업들은 M&A를 통해 신기술을 획득하고 신사업을 추구하는 비유기적 성장(inorganic growth) 전략을 적극 추진해 왔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애플은 창업 이후 자사 사업 영역에서 21건, 신사업 분야에서 96건의 M&A를 단행했다. 또한 애플보다 20여 년 뒤에 창업된 구글의 M&A 건수는 무려 261건에 달했다. 이처럼 M&A 수요가 많기 때문에 M&A를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도 많이 생겨난다. 수요와 공급이 많은 데다 투자자들은 투자 자금의 빠른 회수를 원하기 때문에 당연히 M&A가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
최근 한국 기업들의 경영 방식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신기술 확보 및 신사업 추진을 위한 M&A를 단행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국의 스타트업 회수 시장에서도 M&A가 활성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제 스타트업 M&A가 더욱 촉진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가야 한다. M&A가 용이하도록 관련 제도와 규제를 정비하고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강화해야 한다. 스타트업이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법률, 회계 등 전문 서비스도 지원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M&A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여론을 바꿔야 한다. 아직도 한국 사회에는 M&A를 ‘기업 사냥’이라며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기업의 스타트업 인수를 “스타트업의 싹을 자른다”며 매도하기도 한다. 아마도 문어발식 사업 확장 등 대기업에 대한 과거의 부정적 시각이 아직까지 뇌리에 남아 이러한 인식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대기업의 스타트업 M&A가 대기업은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스타트업은 그동안의 노력에 대해 제대로 보상받는 윈윈(win-win) 거래라는 인식, 더 나아가 스타트업 창업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
< 참고 자료 >
[1] 김보경(2019). 한∙미∙중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 비교. Trade Focus, 2019(19).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2] PwC Israel(2024). Exit Report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