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으로 출장을 가면 스마트폰과 안내 표지판을 보며 얼마든지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 그럼에도 굳이 주변에 계시는 분들, 버스 기사님, 공항이나 기차역, 버스 터미널 안내원에게 여쭤 본다. 그리고 반드시 감사 인사를 한다.
이상하게도 지방에서는 타지에서 온 사람들이 티가 난다. 고개를 360도 돌려가며 주변을 살피거나,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한다. 눈빛은 약간의 불안과 긴장이 흐르고 묘하게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옷차림을 하고 있음이다. 사실은 이게 내가 상상하는 내 모습이다. 나도 시골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타지에서 온 사람들은 현지인과 다른 분위기임을 안다. 어색하다.
얼마 전 밀양을 갔을 때다. 출장을 가면 대부분 택시를 이용하지 않고 버스로 이동하는데 밀양역이 버스 종점이었던 모양이다. 핸드폰으로 버스 번호와 노선을 확인하고 기다리는데 버스 도착 정보는 '알 수 없음'이다. 흐릿한 날씨에 비까지 내리며 불안감이 밀려오려던 찰나, 저만치 버스가 보인다.
버스에 오르기 전 목적지까지 운행을 하시는지 여쭈었다. 비 오는 날씨에도 검은색 선글라스를 쓰고 계신 기사님께서 내쪽으로 슬쩍 몸을 돌리시더니 시크하게 고개를 끄덕이신다. 잠시 고민을 하시고 00분 정도 걸리니 내려서 어떻게 걸어가면 된다고 설명까지 해주셨다. 나는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며 자리에 앉았다. 운전은 또 얼마나 터프하게 하시는지 내 두 눈은 마치 기사님 인양 전방을 주시하고 두 손은 주먹을 꽉 쥐고 있다.
몇십 분을 달리자 기사님께서는 다음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고 큰 소리로 말씀하신다. 나는 자동반사 격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기사님 근처로 가서 감사합니다를 연발한다. 둔탁하게 멈추는 버스에서 몸이 앞으로 쏠림을 겨우 이겨낸다. 조금만 더 무거웠다면 앞으로 굴러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차 후 기사님의 설명을 잊고 핸드폰에 의지하며 걸어가는데 버스가 출발을 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머릿속에 ??? 를 띄우며 가던 길을 가는데 기사님께서 빵빵 소리를 내며 그쪽 길이 아니라고 소리치시는 게 아닌가. 나는 세 번째로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며, 눈빛으로 '거 참 답답한 사람이네.. 쯧'이라고 말씀하시는 기사님을 점점 더 빠른 걸음으로 뒤로한 채 후다닥 걸어갔다. 몇 초 후 버스 출발을 확인한 뒤에야 긴장이 풀려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기사님께 인사를 드리려다 고구마만 잔뜩 드린 게다.
화를 내시는 듯 하지만 표현방식이 그럴 뿐, 외지인임을 알고 행여라도 잘 못 내릴까 하는 마음 씀씀이가 푸근하다. 표현은 거칠지만 알고 보면 섬세한 우리들 아버지 같은 느낌. 출발하는 버스 뒤에 손을 크게 흔들며 미소 지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