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내게 위로 15화

허리를 굽히는 용기

by 낙유

때로는 누군가에게 허리를 굽히는 것에 큰 용기와 아량이 필요하다. 내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사람일수록 더 그렇다. 그리고 나에게 허리를 굽히는 누군가 역시 마찬가지다. 그 용기와 아량의 답례로 마땅히 허리를 굽힘으로 대하기를.


나이가 들고 직장 내에서 윗사람보다 아랫사람이 많아지면 목과 허리가 점점 굳어가 마련이다. 그래도 인사를 곧 잘하는 편이겠지만, 마주치기만 하면 유독 목과 허리를 더 굳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싫은 티를 내지 않는 것이 사회생활을 잘하는 것이라 배웠지라도, 배운 대로 잘하고 있다 싶다가도,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사람들이 몇몇 있다. 잘 모르거나 적당히 거리가 있는 사람들은 스쳐 지나가는 가벼운 관계이니 인사 정도야 얼마든지 할 수 다. 그러나 한번 바닥을 봤거나 양보와 희생이라는 의미를 모르는 사람은 나이, 성별, 직급에 상관없이 존중하고 싶지 않다. 욱이 감정이 얼굴에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사람은 이를 감추기가 렵다.


어느 회사에 높은 직급에 있는 사람이 있었다. 직원들은 그와 직접 대화할 기회가 전혀 없었지만 경영부서를 책임지고 있었기에 회사의 여러 가지 전략적인 결정들을 보며 그의 의중을 가늠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그 경영 방향과 전략이라는 것이 그 누구 하나 옳다 커니하고 박수를 칠 만한 것이 없는 것이 문제였다. 직원들을 위한 결정도 아니고, 회사 발전을 위한 추진도 아니었다. 오직 평가를 잘 받기 위한 보여주기식 전략으로 직원들의 업무만 과다해 뿐이었다. 당연히 대다수 직원들은 그를 살갑게 대하지 않았다.

느 날 한 직원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리고 바로 아래층에서 멈춘 엘리베이터에 문이 열렸다. 불안한 느낌은 빗나가지 않는 법. 밖에는 영부서 책임자 서 있었고 단 둘이 엘리베이터 탔다. 직원은 순간적으로 미간을 찌푸렸고 목과 허리가 굳었으며 눈은 괜스레 높은 곳을 응시하며 이 정적이 깨지기만을 기다다. 경영부서 책임자도 익숙한 상황이라 느끼는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까이 지내지는 않아도 수차례 얼굴을 마주친 적이 있으니 같은 회사 직원임을 알 것이다. 원은 문득 영부서 책임자도 스로도 존중받지 못할 만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일반적이라면 헛기침과 눈 흘기기가 따라왔을 니 말이다. 아니면 주변 사람들 따위야 심 밖이요, 오직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어쩌면 경영부서 책임자처럼 자기 자신을 위한 삶이 인생의 정답일지도 모른다. 오직 나를 위한 삶이 요즘 시대의 분위기와 맞아떨어지기도 하니. 그러나 나만을 위한 삶과, 타인을 고려하지 않는 삶은 구분이 필요하다. 타인을 고려하지 않는 삶을 산다면 그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함이다. 그리고 얼마 가지 못해 주변 사람들이 그 사람을 기피하게 다. 내 삶을 살면서 타인을 고려하는 삶의 균형이 필하다. 내가 꽃을 피워 내려거든 다른 꽃들과 적당한 간격도 고민해야 하고, 혹여나 내 그늘에 가려질 어린잎들은 없는지 살펴야 하는 법이다. 내가 지향하는 바를 위해 살아가되, 타인과의 균형을 위해 양보도 하고 잠시 미뤄두기도 하며 돌아가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위의 경영 책임자는 그 직위에 오르기 위해 본인보다 높은 사람들에게 적당히 굽신거리기도 하고 아부도 떨었다. 그리고 곤란한 일들도 곧 잘 해결해 내면서 신임을 얻었다. 경영 책임자 역시 타인을 고려했지만 타인의 범위가 자신보다 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로 제한적이었다. 그가 애지중지한 것은 흔하디 흔한 풀밭이 아니라 귀하고 마주하기 어려운 높이 솟아있는 꽃이었다. 리고 그 꽃이 되고자 했다. 그래서 더 낮은 직급의 사람들에게는 신임을 얻지 못했다. 꽃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그 옆을 지키는 무수히 많은 어린잎과 풀잎들 때문임을 몰랐다. 로 덩그러니 솟아있는 꽃은 가장 먼저 꺾여 나기 마련이다. 풀밭에 둘러싸인 꽃은 풀들을 밟고 가까이 마주할 엄두도 나지 않는다. 그 자체가 하나의 군체이므로 소중히 여기게 된다.


허리를 굽히는 것은 복종이나 존중, 상대방을 예로 대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누군가를 마주 하는 그 짧은 찰나의 순간에 상대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관용도 있다. 그리고 내 마음의 한 공간을 마땅히 내어 주겠다는 용기가 들어 있다. 인사는 서로 마음을 열어주며 정을 나누는 큰 사건인 셈이다. 이 사건은 나와 상대방을 연결하는 아주 작은 유대를 만들어 낸다. 이윽고 유대는 거미줄처럼 퍼져 나가 수많은 사람들을 서로 잇는다. 그리고 인사를 거듭할수록 유대는 깊어진다. 너무도 복잡한 세상에서 인간은 관계를 만들어 내며 서로 돕고 도움을 받는 공생이기에, 강한 유대관계를 맺는 것은 삶에 있어 동력이자 목표이자 재산인 것이다. 우리가 버스를 타는 것은 버스 기사님의 도움을 받는 것이고, 기사님은 버스요금을 지불하는 승객들의 도움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서로가 얼마나 고마운 관계인가?


세상에 이런 긍정적이고 좋은 유대가 널리 퍼져나가길 바란다. 분명 기분 좋은 일이 더 많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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