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에 나서면 서울에서 2시간 남짓 거리. 북쪽으로 갈수록 군부대가 많아져 포 사격 소리가 산 전체를 울린다. 동물들이 시끄럽다고 반상회라도 할는지.
아침식사를 위해 허름한 국밥집에 들어갔는데 10개 정도 테이블 중 절반 정도 손님이 앉아 있다. 이미 술병이 쌓인 테이블도 있고, 딱 한잔씩만 먹고 일어나자는 테이블도 있다. 새벽 운동 후 식사하러 오신 어르신들이 많아 보인다.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에 시계를 다시 들여다본다. 하하하.. 허구가 아니다. 코로나 시국에 마치 청정구역에 온 듯하다. 시끌벅적한 소리에 사람 사는 냄새 흠씬 맡으니 덩달아 흥이 나고 기분이 좋다. 낮술 먹어본 때가 언제였나... 기억도 가물가물 한데 대낮도 아닌 아침에 어르신들의 술판을 보고 있으니 그 판에 끼고 싶은 생각도 든다.
부탁드린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끈한 국밥을 가져다주시며 내 마음을 읽으셨는지 '소주 하나 드려요?'라고 옅은 미소를 지으시는 사장님. 누가 봐도 행색이 이제 출근하는 사람인데 일부러 농을 던지시는 거라. 대답 대신 같은 미소로 답한다.
짜릿한 소주 맛 상상만 하다 보니, 나는 언제 자식 키워놓고 한가로이 아침부터 소주잔 기울일 수 있을는지. 어르신들 모두 정신없이 바쁘던 시절을 이 악물고 견뎌 내셨겠지. 오늘이 있어야 내일이 오는 법이니까.
불현듯 '나도 좀 껴주시오~' 하면 '거 젊은 양반은 고생 좀 더 하고 오시오~' 하고 문전박대하시려나... 아니면 '고생 많소~ 한잔 하고 가게나~' 하고 위로주를 말아 주시려나.
아무렴 어떻겠나 어르신들 보고만 있어도 그 아우라에 배우고 느끼는 게 참 많거늘. 그래도 후자가 더 좋긴 하겠다만.
그렇다고 어느 날 검은 머리가 백발이 된 걸 알아채면 나도 시간이 야속하다 투덜투덜 대겠지. 손에는 소주잔이 들려 있을 테고 말이야.
언제든 달려와 안아주는 딸이지만 이마저도 유통기한이 있다 하니 시간은 야속한 것이 맞다. 오늘을 감사하며 살아야 하는 이유를... 하나 더 찾은 건가? 심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