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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Jun 06. 2022

인생의 반 바퀴 ‘내가 걸어온 길’

프롤로그

“여기 있던 아저씨 어디 갔어?”

낮잠을 자고 나오신 친정어머니가 하신 말씀이다. 아저씨는 다름 아닌 남편, 어머니 사위를 말하는 거다. 주무시기 전에 같이 앉아서 TV를 시청하다가 방에 들어가서 낮잠을 주무시고 나오셨는데 조금 전의 일을 깜박 잊으신 거다.     


 친정어머니께서는 정말 총명하고 건강하셨다. 작년 봄까지만 해도 강릉에서 혼자 생활하셨다. 넘어지면서 어깨가 탈골되어 병원에 입원하셨는데 병원에 계신 동안 인지 기능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 퇴원 후 우리 집에 오셔서 함께 지내고 있다. 혼자서 외출도 어렵다. 당신 주민등록번호를 늘 줄줄 외웠는데 이제는 주민등록번호는 물론 전화번호조차도 못 외우신다. 물론 지나간 일 중에 기억하시는 것도 있지만 최근 일을 더 기억하지 못하신다. 너무 안타깝고 속상하다. 스마트폰으로 전화를 받는 것과 전화를 거는 것조차 매일매일 알려드려도 또 잊어버린다.       

 병원에 입원하신 것조차 모르시는 어머니를 보며 나도 나이가 들면 노인성 치매에 걸릴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퇴직하면서 미니 자서전을 써서 기록해 두면 나중에 읽어 보면서 과거를 회상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동안 써 놓았던 글도 조금 있어서 주제를 나누어 정리하였다. 글쓰기를 체계적으로 배운 것이 아니라 정말 어설프겠지만 내가 예순이 될 때까지 걸어온 길을 남긴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너무 평범하지만 복은 많다고 늘 생각하였다. 초등학교 선생님이셨던 아버지 덕분에 배가 고파 보지도 않았다. 공부를 잘하는 편이라서 고등학교도, 대학도 가고 싶은 곳에 한 번에 합격하였다. 교대를 졸업하고 바로 교사로 발령을 받았고 스물다섯 살에 결혼도 하였다. 그렇지만 부자는 아니고 소위 밥만 먹고사는 정도였다. 어쩌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가난했는데 부모님 배려 덕분에 인식을 못 했을 수도 있다. 그냥 욕심이 없었던 것 같다. 부자인 사람과 결혼하겠다는 생각도 안 해서 가난한 남자와 결혼하였지만 그냥 먹고는 살았다. 아이들을 키우며 교육비가 많이 들어 경제적으로 조금 어려웠지만 아들 둘도 다 대학까지 졸업시키고 결혼도 시켰다. 


 남편이 먼저 회사를 퇴직하였었는데 작년부터 다시 작은 회사에 나가고 있어 늘 하나님께 감사하다. 이제 8월 말에 나도 정년퇴직을 한다. 42년 6개월이란 기간 동안 교직에 몸담고 있었는데 이제 교직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서운하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하다. 42년 6개월 동안 건강을 주시고 아무 일 없이 무사히 퇴직하게 되어 모든 게 너무 감사하다. 먼저 하나님께 감사하고 가족들이 고맙고 함께 근무한 교직원들에게 감사한다.      

 나는 딸, 엄마 그리고 선생님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려고 한다. 그동안 짜인 시간표대로 움직였다면 지금부터는 시간표도 내가 스스로 짜고 싶다. ‘예순, 그다음’이 너무 기대된다.

 퇴직을 앞두고 그동안의 소소한 일상을 글로 정리해 보았다. 이 책에는 딸로, 엄마로, 선생님으로 살았던 이야기와 새로 시작할 인생이모작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 학창 시절 에피소드, 가족의 일, 학교에 근무하면서 있었던 일, 그리고 친정어머니 이야기, 교회 이야기 등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주제를 나누어 엮어 보았다. 그리고 그동안 꿈꾸어 왔던 일들을 실천하며 쓰려고 한다.     

 이제 인생의 반 바퀴 예순이 지나갔고 앞으로 다가올 제2의 인생을 기대해 본다. 브런치 작가로 등단하며 은퇴 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서 요즘 너무 설렌다. 앞으로 작가로서의 인생이 빛나길 바라며 책 쓰기를 시작한다.   

  

                                                                                                       인생의 반 바퀴, 예순 즈음 

                                                                                                                    2022년 6월 5일

                                                                                                                브런치 작가 유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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