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미래 Sep 23. 2022

오늘 새벽 퇴직연금이 처음 통장에 찍혔다

퇴직 23일 차에


퇴직한 선배님이나 친구들을 만나면 매월 25일 새벽이면 어김없이 띵동 소리와 함께 퇴직연금이 입금된다고 하였다. 이번 달은 25일이 일요일이라 23일 금요일에 미리 입금되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확인해보니 새벽 2시 48분 22초에 입금이 되었다. 어제부터 연금이 통장에 찍히면 어떤 기분일까 두근거렸다. 처음 받는 연금이라 기쁜 것보다는 감정이 참 묘했다. 그냥 뿌듯한 것 같기도 하고 이제 정말 퇴직했구나 하는 현실감도 느껴졌다.


무원은 임용과 동시에 급여에서 연금 기여금이 어김없이 공제된다. 33년 동안 매월 급여의 일정 금액이 공제되었다. 물론 국가에서 일정 부분을 지원해주지만 33년이란 긴 세월 동안 연금을 불입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연금보다는 조금 많아 노후 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42년 6개월을 교직에 있다가 퇴직하고 받는 연금이라 감회가 깊지만 그렇게 많이 받는다는 생각은 안 든다. 공무원들은 퇴직금이 없다. 다만 퇴직수당을 조금 받을 뿐이다. 그건 조금 아쉽다.


처음 받는 연금이라 얼마나 될까 기대되었다. 공무원연금공단에서 9월 초에 받은 퇴직급여 산정 안내문과 퇴직 연금 증서를 받았는데 비교해보니 1원의 오차도 없었다.  생활비하고 좋아하는 책 몇 권 사고 한 두 번 짝꿍과 외식 정도는 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가끔 받는 강의료는 보너스라고 생각해야겠다. 그래도 현직에 있을 때 받은 급여보다는 많이 부족하기에 기본적으로 절약은 해야 한다. 


연금 계산법은 조금 복잡하다. 코로나 직전에 퇴직하신 선배님과 비교해보니 연금이 몇 년 사이에 줄어들었다. 2년 전에 명퇴한 친구도 올해 조금 올라서 내가 받는 연금보다 조금 많았다. 연금도 5년 정도 동결되었다가 올해 물가 상승분만큼 올랐기 때문이라고 한다. 앞으로 연금이 계속 줄어들 거라고 친구가 말했다. 공무원연금은 교원뿐만 아니라 전체 공무원을 대상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조금 적으면 어떤가. 조금 덜 쓰면 되지. 금을 받는다는 것이 중요한 거지.


공무원연금공단의 통계에 의하면 연금 수령자들의 평균 연금 수령기간9.2년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연금 수령 간이 10년도 안된다는 말에 정말일까 충격이었다. 얼마 전까지는 7.5년 정도였는데 그것도 조금 늘어난 거라고 한다. 현직에 있을 때 많이 힘들었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는 증거이다. 어쩜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운동도 게을리하고 건강을 챙기지 않아서일까. 퇴직 후 무엇보다 건강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일하다 갑자기 일을 놓으니 허전한 마음에 무너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나는 술을 마시지 않지만 술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그만큼 수명이 짧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건 순전히 내 생각이다.


이제 건강 챙기는 일을 으뜸으로 생각해야겠다. 하루 7000보 이상 걷고 마음을 긍정적으로 가지며 건강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도 하려고 한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것은 누구나 갖는 꿈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오래 사는 게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게 정답이다.


그래도 연금이 매달 꼬박꼬박 통장에 입금된다는 사실은 기분 좋은 일이다. 국가에 고마워해야 할 것 같다. 짝꿍도 국민연금으로 매달 일정 금액이 들어오고 있고 아직 일을 하고 있으니 우린 부자 맞는 것 같다. 조금만 아끼면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고 살 수 있겠다 싶다. 물론 건강만 유지한다면 말이다. 요즘 내 지출의 대부분이 병원비인 것 같다. 퇴직하고 얼마 안 되어 집에 있는 사람이 짝꿍 도와준다고 책방 정리한 재활용품을 버리려고 허리를 숙이려다 허리를 조금 삐끗하여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녔다. 설상가상으로 도자기 꽃병을 옮기다가 떨어뜨리며 도자기 깨진 조각이 다리를 스쳐서 정형외과에서 여섯 바늘이나 꿰매는 바람에 매일 치료하러 다녔다. 친정어머니 틀리가 하나 깨져서 치과에서 틀리를 치료해 드리며 치과에도 다녔다.


맞다. 나이 들면 첫째도 건강이고 둘째도 건강인 것 같다. 다치지 않도록 돌다리도 두드려 보며 조심해야 할 것 같다. 다행스럽게 큰 병은 아니고 치료할 수 있는 거라서 다행이다. 치료받은 덕분에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오늘 첫 연금을 받아서 너무 좋다. 저녁에 작은 아들과 쌍둥이 손자가 오는 날이라 첫 연금으로 기념되게 맛있는 거라도 시켜 먹어야겠다. 둥이 장난감도 하나 사주고 새로 태어난 손자 내복도 하나 까. 기분 좋다.



이전 20화 가끔 한 번쯤 멍 때리는 하루도 괜찮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