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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Nov 16. 2022

친정엄마와 오랜만의 고향 나들이

강릉 수릿골 추어탕집에서


정말 오랜만에 친정어머니 모시고 고향 강릉 다녀왔다. 친정어머니 인지가 안 좋아지셔서 작년 6월 말부터 우리 집에서 함께 지내고 있다. 우리 집에 올라오신 후 고향에 한 번도 모시고 가지 못했다. 고향 친정집은 비워두고 있지만 남동생이 한 달에 한번 정도 내려가서 살피고 있다. 걷기가 불편하신 친정어머니가 시골집이 불편하실 것 같아 그동안 내려가지 못했는데  11월 둘째 주 토요일이 친정아버지 기일이라 삼 남매가 모이기로 했다.


친정집은 강릉 시내는 아니지만 강릉역에서 가까운 곳에 있다. 이번에 들은 이야기인데 이곳이 일제 강점기 8사단이 주둔했던 곳이라고 했다. 가끔 동네를 사단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것 때문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지금 강릉시에서 도시 재생 사업 개발지로 지정해서 문화의 거리로 조성할 거란 이야기를 이번에 들었다. 골목골목 집들이 많아서 통영의 서피랑 벽화마을이나 부산의 감천 문화마을 벽화 마을처럼 조성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은 조금 걸리겠지만 이미 벽을 칠해놓은 곳도 있어 헛소문은 아닌 것 같다. 어쩜 친정집이 카페로 변신할 수도 있어서 우리 삼 남매는 집을 팔지 않고 두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나는 갑자기 카페가 있는 작은 책방을 만들어서 책방지기를 하는 나를 상상해보며 혼자 웃었다. 꿈이 현실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주말에 비예보가 있어서 걱정했는데 토요일은 흐리긴 했지만 비가 오지 않아 다행이었다. 집에서 오전 9시 40분에 출발하였다. 보통은 경부고속도로로 가다가 영동고속도로로 진입하여 대관령 터널을 통과해 강릉에 도착한다. 출발할 때 내비를 틀었더니 다른 길로 안내한다. 새로운 길이 많이 뚫린 것 같다. 네비에서 네 시간 정도 걸리는 걸로 나온다.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가는 길이라 많이 밀리지 않기를 바라며 그리움 가득 담고 짝꿍과 출발하였다.


네비가 알려주는 대로 구리시를 통과해서 북한강 쪽으로 갔다. 대학시절 늘 MT 장소로 많이 갔던 춘천 가는 길 청평, 대성리를 지나간다. 그땐 정말 풋풋하고 꿈 많던 소녀였는데 세월이 언제 이렇게 지났는지 이제 할머니가 되었다. 북한강을 지나 네비가 서울 양양고속도로로 안내했다. 이게 무슨 행운이람. 네비가 영동고속도로가 아닌 이 길로 안내해서 너무 좋았다. 산기슭에서 늦가을의 정취가 물씬 묻어난다.


서울 양양고속도로는 터널이 정말 많았다. 강원도는 산이 많으니 당연히 터널도 많을 수밖에 없다. 터널이 몇 개일까 세다가 놓쳐서 검색해보니 가는 방향 63개, 양방향은 124개라고 한다. 한 방향에만 있는 터널이 두 개 있어 그렇단다. 그중에서 인제 양양 터널은 무려 11킬로나 되어 가도 가도 끝이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터널이라고 하더니 정말 길었다. 터널은 지형에 따라 길이가 달라 어두웠다 밝았다를 반복하며 드디어 마지막 터널을 지났다. 터널을 모두 통과하여 양양에서 주문진을 지나 강릉으로 거슬러 내려갔다.


강릉에 왔으니 산오징어 회 한 접시는 기본이라 가는 길에 주문진 수산시장에 들렀다. 미역과 멸치를 사고 회 뜨는 곳으로 갔다. 자연산 멍게 2개에 20,000원, 산오징어 두 마리에 32,000원, 완도 광어가 45,000원이었다. 멍게는 양식 멍게를 덤으로 더 받았다. 산지가 서울보다 더 비싼 것 같았다. 그래도 오랜만에 고향 왔으니 이 정도는 먹어야지. 주문한 회를 포장하고 주문진 수산시장을 빠져나왔다. 친정어머니께서

"주문진은 더 비싸. 강릉 중앙시장이 훨씬 더 쌀 텐데......."

라고 여러 번 말씀하신다. 우리는 가는 길에 사 가지고 가는 게 시간을 버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머니 말씀대로 할 걸 그랬나 싶었다.

 

토요일 저녁부터 비 예보가 있어 큰 동생이 내려오는 길에 아버지 산소에 들러서 오기로 했다. 친정아버지 산소는 대관령 아랫동네에 있다. 우리는 집에 가기 전에 사촌동생이 운영하는 음식점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이곳은 이모가 운영하시다가 몇 해 전에 돌아가시고 아들, 며느리가 운영하는 식당이다. 미리 연락을 해두어 경포에 사는 사촌 여동생도 친정어머니 뵙는다고 미리 와 있었다. 조카 손 잡고 하늘나라에 간 동생 이야기하며 친정어머니 눈가가 빨개졌다. 이종사촌 동생들은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에 같이 살았고 서울에서 직장 다닐 때 우리 집에서 몇 년씩 데리고 있어서 친동생이나 다름없다. 우리에겐 이모가 엄마이고 엄마가 이모인 그런 사이다. 어머니도 오랜만에 조카들과 즐거운 만남을 가져 기뻐하셨다. 오랜만에 뵈었다고 사촌동생이 어머니 용돈도 챙겨 주었다. 반수 하는 조카가 이번에 수능을 본다고 해서 나도 수능 끝나고 친구들과 저녁 먹으라고 용돈을 주고 왔다. 언제나 관심은 주고받는 거라고 생각한다.


집에 도착하니 큰 남동생과 올케가 미리 와서 난방도 틀어 놓고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저녁 5시경에 막내 남동생 부부와 친정 유일한 장손인 조카가 함께 왔다. 조카는 파일럿이 되기 위해 지금 공부 중이다. 우리가 사 온 회와 사촌동생이 준 과메기, 그리고 막내가 사 온 삼겹살, 큰 동생네가 가지고 온 김장김치와 밑반찬으로 상다리가 휘어지겠다. 삼 남매가 오랜만에 모였다. 친정어머니께서 장시간 이동으로 힘드셨을 텐데 기분이 좋아서인지 정신이 맑으시다. 누우시라고 해도 괜찮다며 계속 소파에 앉아서 자식들에게 말을 거신다.


토요일 밤부터 내리던 비가 일요일 아침에는 더 많이 내린다. 이상하게 우리가 강릉에 오면 비가 내리는 날이 많다. 그래도 오랜만에 방문한 고향에서 만나고 싶으셨던 이웃 어르신도 뵙고 조카들도 만났다. 그리고 뵙고 싶다고 하던 친정어머니 시누이, 즉 나의 고모님을 비가 내리는데도 고종 사촌 언니가 일요일 오전에 모시고 와서 두 분이 오랜만에 만나셨다. 94세 고모님도 정정하셔서 어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시며 만남을 즐기셨다. 언제 또 내려올 줄 몰라 헤어지면서 두 분이 손을 꼭 잡으시고 놓을 줄을 모르셨다.


1박 2일 짧은 방문이었지만 어머니에게 고향 방문은 기분 좋은 나들이셨다. 강릉에 갈 때 꿍과 늘 KTX를 이용했었는데 이번에는 어머니 모시고 가느라 승용차를 가지고 갔다. 갈 때 4시간, 올라올 때 5시간 30분이 소요되어 어머니가 힘드셨던 것 같았다. 집에 오니 편하다고 하신다. 다음에는 KTX를 타고 어머니 모시고 한번 내려가 봐야겠다.


그래도 보고 싶었던 사람들을 만나 좋으셨다고 하신다. 예전에 친하게 지냈던 친구분들은 돌아가신 분도 계시고 요양원에 가신 분들도 계셔서 이제 고향에 가셔도 만날 사람이 많지 않다. 고향에 자주 가진 못하겠지만 가끔이라도 방문해서 어머니 기억을 깨워드려야겠다. 다음에는 날씨 좋은 날 가서 푸른 경포 바다와 초당 순두부도 한 그릇 사드리고 추억도 쌓아드려야겠다. 어머니가 좋아하시니 나도 너무 행복하다.


어머니, 먼길 다녀오시느라고 고생하셨어요. 다음에 또 모시고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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