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잘하는 우리 엄마
어느 날
엄마가 아기가 되었어요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아기가 걸음마하듯
손을 잡아주어야 걷습니다.
목욕도 시켜드리고
옷도 입혀 드려야 합니다
수화기 속 쩡쩡 울리던 우리 엄마
그 당당함이 그립습니다
이젠 전화받는 것도 어려워 매일 전화받는 연습을 합니다
엄마, 이렇게 손으로 옆으로 쓱 밀고
여보세요 여보세요 말하세요
고맙다, 우리 딸
옆 자리 할머니 이야기를 오늘도 또 합니다
내가 전에도 말했지만
아들이 넷이나 있는 할머니가 원룸에 혼자 사는데
딸만큼 부러운 게 없대
딸이 없었으면 어떡할 뻔했니
고맙다, 우리 딸
왜 아무것도 생각이 안나
머리가 깜깜해
아침에 일어나신 엄마가 세수도 하고 옷도 입고 센터 가실 준비해야 하는데
그저 눈만 꿈뻑꿈뻑 일어날 줄을 모릅니다.
엄마 복지관 가셔야지요
고맙다. 우리 딸
우리를 지켜주던 큰 산 같았던 우리 엄마
세월 앞에서 버티지 못하고
그 산은 폭풍 치던 밤 무너 내리고 말았어요
비바람을 피할 바위도
더위를 막아 줄 큰 나무도 이제 없습니다
그저
지팡이에 의지해 길을 떠납니다
아주 멀리는 안 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이대로 오래오래 인사 잘하는 엄마로 우리 곁에 남아주세요
인사 잘하는 우리 엄마
엄마의 인사를 우리도 배울게요
엄마,
아직 우리 곁에 있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제 내가 엄마 되어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