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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Sep 25. 2022

인사 잘하는 우리 엄마


인사 잘하는 우리 엄마


어느 날

엄마가 아기가 되었어요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아기가 걸음마하듯

손을 잡아주어야 걷습니다.

목욕도 시켜드리고

옷도 입혀 드려야 합니다


수화기 속 쩡쩡 울리던 우리 엄마

당당함이 그립습니다

이젠 전화받는 것도 어려워 매일 전화받는 연습을 합니다

엄마, 이렇게 손으로 옆으로 쓱 밀고

여보세요 여보세요 말하세요

고맙다, 우리 딸


옆 자리 할머니 이야기를 오늘도 또 합니다

내가 전에도 말했지만

아들이 넷이나 있는 할머니가 원룸에 혼자 사는데

딸만큼 부러운 게 없대

딸이 없었으면 어떡할 뻔했니

고맙다, 우리 딸


왜 아무것도 생각이 안나

머리가 깜깜해

아침에 일어나신 엄마가 세수도 하고 옷도 입고 센터 가실 준비해야 하는데

그저 눈만 꿈뻑꿈뻑 일어날 줄을 모릅니다.

엄마 복지관 가셔야지요

고맙다. 우리 딸


우리를 지켜주던 큰 산 같았던 우리 엄마

세월 앞에서 버티지 못하고

산은 폭풍 치던 밤 무너 내리고 말았어요

비바람을 피할 바위도

더위를 막아 줄 큰 나무도 이제 없습니다

그저

지팡이에 의지해 길을 떠납니다

아주 멀리는 안 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이대로 오래오래 인사 잘하는 엄마로 우리 곁에 남아주세요


인사 잘하는 우리 엄마

엄마의 인사를 우리도 배울게요


엄마,

아직 우리 곁에 있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제 내가 엄마 되어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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