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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Nov 23. 2022

세계지도에 푹 빠진 다섯 살 손자

세계지도 퍼즐

지난가을 우리 집에 온 쌍둥이 손자가 유튜브에서 세계 여러 나라 국기 영상을 재미있게 시청하는 걸 보았다. 유튜브에 나오는 여러 나라 국기를 보며 나라 이름도 곧잘 말했다. 우리는 너무 신기하여 국기가 나오면

"어느 나라 국기일까요?"

하며 물어보았다. 신기하게도 많은 나라 국기를 알아맞혔다.


나와 짝꿍은 손자가 좋아하는 것을 서로 사주려고 경쟁한다. 손자가 돌아간 후에 나는 국기 카드를 검색하여 주문했다. 세계 100개 나라 국기 카드로 앞면에는 국기가, 뒷면에는 국가 이름과 수도, 각 국가를 상징하는 것 등 간단한 설명이 쓰여 있는 카드다. 짝꿍은 모르게 지구본을 주문하여 도착했다. 얼른 주말이 되어 손자가 왔으면 좋겠다.

100개 나라 국기카드 / 지구본

드디어 금요일 저녁에 손자가 왔다. 먼저 국기 카드를 꺼내왔다. 큰 손자가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한다. 국기를 한 장씩 들어 보이며 나라 이름 맞추기를 하였다.

"이건 어느 나라 국기일까요?"

한 장씩 보여주면

"캐나다, 미국, 멕시코, 아르헨티나, 뉴질랜드, 영국, 프랑스, 케냐, 인도, 쿠웨이트~"

와! 6대주에 있는 100개 나라 국기를 거의 다 맞추었다. 국기를 보며 비슷한 국기가 많음을 알았다. 비슷해서 헷갈릴 텐데 너무 잘 맞춘다.

"지우, 천재!"

"아니에요, 연우는 천재, 지우는 박사예요."

후후, 박사가 천재보다 더 좋은가보다.


이제 할아버지가 지구본을 꺼내왔다. 이번에는 둘째 손자가 더 좋아했다. 지구본을 살살 돌리며 나라를 찾아본다. 어느새 5대양 6대주를 위치까지 거의 꿰고 있다. 큰 손자는 국기 카드를 앞 뒤로 보며 다 읽은 것은 아래로 떨어뜨렸다. 한글을 읽을 수 있어서 수도까지 외우는 중이다. 지금은 나라 이름과 수도, 위치 등을 거의 다 외운다. 심지어 영국의 빅벤이나 미국의 자유여신상, 프랑스의 에펠탑 등 유명한 명소도 안다.


이렇게 시작된 손자의 국기 사랑은 계속되었다. 엄마 아빠가 국기 깃발 꽂기 두 세트를 사 주었다. 싸우지 않고 하나씩 가지고 잘 놀았다. 국기 깃발은 각 나라 땅에 국기를 꽂으며 노는 거다. 누가 먼저 완성하나 내기를 하며 잘 논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집에 널찍한 택배가 도착하였다. 할아버지가 세계 지도 퍼즐 와이드 맵을 주문한 것이 도착한 다. 퍼즐 조각이 많아서 둥이가 잘 맞출 수 있을까 약간 염려가 되었다.

세계 지도 퍼즐 와이드 맵


퍼즐이 많아 맞추기 어려울 것 같아 퍼즐판과 퍼즐 조각 뒷면에 네임펜으로 같은 숫자써놓다. 그래야 맞추기가 쉽다. 지금도 주말에 손자가 오면 세계 지도 퍼즐을 가지고 와서

"할머니, 도와주세요."

라며 내 팔을 잡아당긴다. 혼자 맞추면 재미없으니까 같이 놀아 달라는 거다.


"지우야, 탄자니아는 어디 있을까?"

"할머니, 여기 아프리카에 있어요."

 나보다 나라 위치를 더 잘 알아 척척 잘도 맞춘다. 이번 주엔 아빠랑 같이 퍼즐을 맞추어 완성하였다. 맞추는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퍼즐을 맞추었다가 쏟기를 매주 반복한다. 퍼즐 조각 두 개는 잃어버렸나 보다. 청소하며 잘 찾아봐야겠다.


나라 이름과 수도는 물론 한글 이름, 영어 이름도 다 외운다. 밤 9시가 되면 자러 가는 시간이다. 잠들기 전에 '나라 이름 대기' 놀이를 하였는데 요즈음엔 누워서 아빠랑 '아시아 나라 10개 말하기', '아프리카 나라 이름 대기' 등 수준을 높여 놀이를 한다고 한다. 볼수록 손자가 대견하다. 아직 어리니까 기억력이 좋을 수밖에 없지만 비슷해서 나도 구별하기 어려운 국기를 다 외운다. 학창 시절 세계 지리를 배울 때보다 많은 나라들이 새로 등장했다. 처음 보는 나라도 많아 나보다 둥이가 나라 이름을 더 많이 안다.


얼마 전에 억새와 핑크 뮬리를 보러 상암 하늘 공원에 간 적이 있었다. 하늘 공원 억새를 보러 억새만큼 사람도 많았다. 잃어버릴까 봐 손을 꼭 잡고 걸어가는데 손을 놓더니 손자가 계속 어떤 아저씨를 따라갔다. 자세히 보니 티셔츠 쪽에 영국 국기가 그려져 있었다. 손자가 영국 국기를 가리키며  따라 간 거였다.


"지우, 어느 나라에 가 보고 싶어요?"

"칠레요."

"칠레는 어디 있을까?"

"남아메리카에 있는데 엄청 길쭉한 나라예요."

"칠레는 너무 멀어 가기 힘든데"

"그럼 캐나다 갈래요."

물어보면 물을 때마다 다르지만 캐나다에 가 보고 싶다고 했다. 단풍잎이 그려져 있는 캐나

가 좋은가보다. 캐나다다섯 살 손자가 가긴 너무 멀어 일본 여행을 먼저 다녀오기로 했다.


한비야가 아버지가 벽에 붙여놓은 세계지도를 보며 걸어서 지구 한 바퀴 세계여행을 꿈꾸었듯이 손자도 국기 퍼즐로 세계 여러 나라에 관심을 가져 글로벌 일꾼이 되었으면 좋겠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늘 너희들 꿈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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