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미래 Apr 15. 2023

다섯 살 쌍둥이 손자는 지금 수학공부 중



2018년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에 지우와 연우 쌍둥이 손자가 태어났다. 작은아들이 2015년 2월 7일 어린 나이인 27살에 형보다 먼저 결혼하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취직하고 일 년 만에 결혼을 한 거다. 사돈 댁에서는 사위가 취업하자마자 결혼을 하여 조금 미안해하셨다. 하지만 요즘 청년을 3포 세대라고 부르는데 일찍 결혼하는 아들이 고맙게 여겨졌다. 결혼 후 계획대로 2년 후에 임신하고 쌍둥이 손자가 태어났다. 둘째는 하나님의 축복 덕분인지 일이 계획대로 잘 되는 것 같았다.    

      

쌍둥이 손자가 5개월이 지나면서부터 주말마다 우리 집에 데려와서 금요일 저녁부터 2박 3일 동안 돌봐주었다. 자라는 모습을 늘 보면서 지내니 더 예쁜 것 같다. 우리 집은 주말이면 작은 어린이집처럼 꾸며졌다. 그 일은 늘 남편이 한다. 층간 소음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바닥에 매트를 깔고 칠판을 세우고 장난감을 정리해 놓는다. 혹시 책도 읽으라고 그림책도 준비해 두고 가위질을 할 수 있게 안전 가위와 오리기 책도 놓아둔다. 색종이와 스케치북도 준비해 두고 블록도 놓아둔다.  

   

며느리는 그런 우리 집을 보며     

 “아버지, 어린이집보다 더 좋은 것 같아요.”     

라고 한다.      


쌍둥이 손자가 첫돌이 지나도 잘 걷지 못해 조금 걱정을 하였지만 15개월 무렵이 되니까 잘 걷게 되었다. 기다림이 필요한 것 같았다. 그해 여름에 앞 베란다에 미니 풀장을 만들었다. 목 튜브를 한 쌍둥이 손자는 배우지도 않았는데 헤엄도 잘 치고 물에서 너무 잘 놀았다. 동요를 틀어 주니 더 신나서 잘 놀았다. 그런 손자를 보며 남편은      

 “야간 개장도 할까?”     

라고 하며 더 신나 했다.   

      

쌍둥이 손자는 걸음만 느린 것이 아니라 말도 많이 늦었다. 하지만 사물 이름을 습득하고 글을 익히는 능력은 탁월한 것 같았다. 책을 좋아하던 작은 아들도 세 돌 지나고 혼자 한글을 깨쳤는데 쌍둥이 손자도 아빠 머리를 닮은 듯하였다.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한글 카드놀이를 하였다.


한글 차트 1

음에는 ‘바나나’ 등 그림을 보여주고 물어보면 척척 알아맞혔다. 조금 지난 후에 한글이 쓰여 있는 면을 펼쳐놓고 물었더니 낱말을 맞추는 것이 아닌가. 우린 너무 신기해서 둥이와 관련 있는 낱말로 가나다 차트를 순차적으로 만들어서 우리 집과 쌍둥이네 집에 붙여 놓았다. 그 시기에 유튜브를 조금 보며 ‘가나다라’, ‘1234’, ‘ABCD’등도 발음은 잘 안되는데 신기하게 따라 했다.         


한글 차트/수학 차트

“둥이가 말하는 순간 바로 한글을 떼는 것 아니야?”     

라고 우리는 농담 반 기대 반으로 말하였는데 세 돌이 지나고 어느 정도 단어 등을 말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글 낱말도 읽는 것이 아닌가? 너무 신기하였다. 칠판도 구입하고 숫자 자석, 알파벳 자석, 한글 자석도 구입하여 놀이를 하였는데 숫자에도 관심을 보였다. 밖에 나가면 아파트에 쓰여 있는 동 숫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큰 소리로 말하여 주위 사람들을 웃게 만들었다.  한글 트에 이어 숫자 차트도 만들어서 붙여놓았다.     


또래 아이들보다 말이 조금 느려서 며느리가 걱정이 되었는지 언어치료를 받게 하였다. 언어치료는 주 1회 센터에 방문하여 받았다. 큰 손자 지우는 6개월 받는 동안 좋아져서 중지하였고, 둘째 연우는 1년 정도 받았다. 2022년 2월에 네 돌이 지났는데 못 하는 말이 없고 표현력도 좋아졌다. 기특한 건 높임말을 쓴다는 거다. 시간이 흐른 탓인지 언어치료 덕분인지 잘 알 수는 없지만, 아이들은 때가 되면 할 건 다 하는 것 같다. 어른이 못 참고 조급해서 그렇지 아이 양육에는 느긋한 기다림이 필요하다.     


지우가 유튜브 보다 그린 그림/ 아파트 101동부터 199동까지 그리기


쌍둥이 손자는 숫자에도 관심이 많았다. 숫자 자석을 사주었더니 칠판에 붙이며 숫자 놀이를 한다. 숫자 카드에 +, -, ÷, ×, = 등에도 관심을 보였다. 쌍둥이 손자가 요즘 수학 공부에 열심이다. 유튜브를 보면서 숫자를 익혔다. 숫자를 영어로도 척척 말한다. 그리고 숫자를 쓸 수 있다. 때가 되니 저절로 쓰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림처럼 그렸지만, 숫자 쓰는 순서를 가르쳐 주었더니 제법 잘 쓴다. 나도 모르는 경까지 이야기하는 손자를 보며 감탄한다.     


구구단도 외운다. 물론 5단 정도까지 외운다. 외우는 모습이 정말 귀엽다. 아빠가 칠판에 덧셈, 뺄셈, 곱셈식을 써 주면 손자가 답을 쓴다. 머리에 숫자 규칙이 들어 있는 것 같다.      

아빠와 놀이하듯 하는 숫자 공부를 보며 기특하기도 하고 지금처럼 앞으로도 공부가 놀이처럼 재미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전 04화 밸런타인데이가 생일인 손자 선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