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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Oct 09. 2022

할머니, 시금치 배 속에 있는데요


쌍둥이 손자가 3주 만에 금요일 저녁에 집에 왔다. 태어나고 6개월 되던 때부터 아들이 금요일 저녁에 데리고 와서 일요일 저녁에 간다. 평일에는 외할머니와 며느리가 육아를 하기에 주말에는 좀 쉬라고 아들과 쌍둥이는 우리 집에 오고 며느리는 2박 3일 혼자서 집에 있다. 둥이가 오면 놀 거리가 있어야 해서 우리 집에는 둥이 물건이 많다. 둥이 침대도 있고 트램펄린, 이동식 책상, 자석 칠판, 동화책, 장난감, 블록 등 한 방이 둥이 물건으로 채워진다. 소독고, 유아 변기, 계단, 화장실 슬리퍼 등 2박 3일 동안 지내기에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물건들이 다 있다.


트램펄린에서 운동하는 둥이

둥이는 일란성 아들 쌍둥이다. 1분 차이로 태어났다. 아기 때부터 매주 보다 보니 성장 과정을 다 알기에 더 예쁜 것 같다. 뒤집기 하는 것도 기는 것도 처음 걸을 때도 다 생각난다. 처음 깡통에 쉬를 눌 때도 함께 있었고 변기에 앉아 응가를 처음 시도하는 것도 우리 집에서 시작하였다. 이유식을 먹이다가 밥으로 바꾸고 뽀로로 수저와 포크를 사고 빨대컵이며 식판을 장만하며 너무 기뻤다.


육아는 모든 것이 힘들지만 밥 먹이는 이 가장 힘든 것 같다. 이유식을 먹일 때부터 잘 먹으면 좋은데 밥을 입에 넣고 넘기지 않고 물고 있으면 하염없이 기다려주며, 밥 먹이는데 1시간도 더 걸린다. 지금은 그래도 조금 커서 밥 먹는 시간이 단축되어 3, 40분으로 줄어들긴 했다.


둥이는 올 2월에 네 돌이 지나 다섯 살이다.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데 기억력이 좋은 것 같다. 유치원에서 학습한 것을 잘 이해하고 기억한다. 어제 저녁에 아빠가 약속이 있어서 나가는 바람에 할머니랑 같이 잤다.  때는 오른손, 왼 손을 하나씩 나누어 잡고 잔다. 잠들기 전에 큰 손자가

"할머니, 꼬미도 반려동물이에요?"

묻는다. 꼬미는 외갓집에 있는 강아지다.

"식도는 음식물을 위로 내려보내 주는 통로예요."

등 올 때마다 더 똑똑해지는 것 같다.

동화책을 읽다가 구름이 해님 속으로 들어가면

"할머니, 구름이 왜 해님 속으로 들어갈까요?"

"왜 그럴까? 지우가 말해봐."

"구름이 개구쟁이라서 그래요."라고 한다.

왜 이리 귀여워. 시인인 할머니보다 상상력이 더 풍부하다.

둥이는

"누구랑 자요?"

"누구랑 밥 먹어요?"

늘 질문을 한다.

일부러

"아빠랑 먹어야지."

라고 하면

할머니랑 먹는다고 아우성이다. 귀여운 내 새끼들.


아빠가 놀이터도 데리고 가고 집에서 숨바꼭질도 해주며 잘 놀아 주는데 아빠가 무섭다고 한다. 할머니는 해달라는 대로 해주고 자기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 집에서는 주로 나랑 놀고 밥도 먹여준다. 내가 안 보이면 방마다 찾으러 다닌다. 할머니를 좋아해 주어 너무 좋다.


토요일에 아파트 상가에 있는 병원에 가서 둥이 독감 예방주사를 맞혔다. 병원 간 김에 나도 맞고 아들도 맞았다. 둘째 손자는 겁이 많아 병원에 들어서면서부터 주사 안 맞는다고 운다. 큰 손자는 1분 형인데 조금 더 의젓한 것 같다. 우는 아이 잡고 무사히 예방 접종을 하였다. 의사 선생님이 고생하셨다.


쌍둥이는 한 번 외출하려면 최소 어른 두 명이 필요하다. 공원이나 놀이터에 갈 때는 나와 할아버지가 함께 가지만 병원이나 미용실에 갈 때는 아빠가 함께 간다. 오늘도 예방 접종 후에 미용실에 예약이 되어 있었다. 둥이 머리는 아기 때부터 우리 집에 올 때 깎여서 아파트 입구 미용실에 예약하고 간다. 올봄부터 둥이 머리 깎을 때는 아빠가 꼭 함께 다. 특히 둘째 손자는 머리 깎을 때 너무 심하게 울어서 힘들었는데 아빠와 가고부터는 너무 얌전하게 잘 앉아 있는다. 미용실 장님이 잘 참는다고 칭찬할 정도다. 머리도 예쁘게 깎고 독감 예방 주사도 맞고 오늘은 큰 일을 두 가지나 했다.


목욕하고 고구마 요플레를 먹였다. 고구마를 에어프라이에 넣고 구워서 으깬 후에 플레인 요플레에 섞어서 점심에 꼭 먹인다. 둥이는 이것을 고구마 요플레라고 부른다. 입이 짧은 건지 특히 큰 손자는 과일도 과자도 음료수도 안 먹는다. 오직 밥, 치즈, 우유, 고구마 요플레, 뻥과자만 먹는다. 작은 손자는 그래도 바나나와 귤 정도는 먹는다. 한 날 한 시에 태어난 쌍둥이도 많이 다름을 우리 둥이를 보고 알았다. 식성도, 성격도, 노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어쩜 그렇게 다른 지 참 신기하다.


저녁을 먹이는데 국에 말아 달라고 한다. 마침 갈비탕이 있어서 데워서 밥을 말아서 먹였다. 밥 한 숟가락을 먹이고 시금치와 떡갈비를 반찬으로 먹였다. 곧잘 받아먹더니 시금치를 주니까 둘째 손자가

"할머니, 시금치   있는데요."

하며 배를 가리키며 시금치를 안 먹는다.

보고 있던 할아버지가 고놈~하며 웃는다. 그 말에 나도 크게 웃었다. 밥은 무사히 다 먹었지만 그 말이 우리 집 유행어가 되었다.


오늘도 행복 바이러스 쌍둥이 손자 덕에 우리 가족은 크게 웃는 날이 되었다. 오늘도 행복 하나를 더했다.

우리 둥이  사랑해!!

건강하게 자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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