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8일에 태어난 손자를 오늘 처음 만나러 간다. 옛날 같았으면 태어나자마자 병원에서 바로 대면했을 텐데 코로나19로 인해 50일이 지난 지금에야 만나러 간다. 둘째 아들 쌍둥이 손자가 먼저 태어나서 세 번째 손자다. 그동안 카톡으로 보내준 사진과 영상을 많이 보았지만 직접 만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떨린다.
큰 아들은 수원에서 살고 있어서 자주 가보지 못했다. 찰떡이 낳기 전 8월 말에 다녀오고 두 달만에 방문한다. 11월 1일이 큰 아들 생일이라 생일 축하도 할 겸 찰떡이도 볼 겸해서 가게 된 거다. 혹시 필요한 것이 있는지 전화로 물어보며 짝꿍과 일주일 전부터 준비하였다. 반찬은 친정어머니께서 가져다주었다고 괜찮다고 해서 사골 다린 것과 참기름, 들기름도 하나씩 챙겨 놓았다. 새로 사 놓은 햅쌀도 챙기고 작은 며느리가 사 온 내복과 둥이가 사용하던 유아 식탁의자도 하나 챙겼다. 그리고 필요한 것 사라고 축하금도 당연히 챙겼다.
몇 년 동안 둥이를 주말에 우리 집에서 돌보아 주어서 우리 집엔 둥이가 사용하던 장난감과 물건들이 많이 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유아 식탁 의자도 두 개, 아기 욕조, 유모차, 보행 보조기도 있다. 오랜만에 핑크퐁과 아기 상어 장난감을 꺼내 건전지를 넣어서 잘 움직이는지 확인했다. 다행히 작동이 잘 되었다. "핑크퐁, 핑크퐁" 소리가 경쾌하다. 둥이가 기어 다닐 때 아기 상어를 따라다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다섯 살이다. 세월이 참 빠르다. 이제 찰떡이가 조금 더 크면 가지고 놀 수 있어서 장난감도 몇 개 챙겼다.
커피와 토스트로 아침을 간단히 먹고 10시에 출발하였다. 가다가 생일케이크도 샀다. 수원까지는 한 시간 이상 걸린다. 창밖으로 떨어지는 단풍을 보며 마지막 가을을 느낀다. 가을은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파란 하늘, 오색 단풍, 황금 들판, 빛고운 단감 그리고 얼굴을 간지럽히는 따사한 햇살. 곧 이 모든 것이 사라진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출렁인다. 주말이라 정체 구역이 길다. 찰떡이를 빨리 만나고 싶은 생각에 막히는 길이 야속하다. 그래도 친절한 네비가 덜 막히는 길로 안내해 주어 1시간 20분 만에 도착하였다. 오랜만에 방문하다 보니 가지고 간 짐이 많아 아들이 내려와서 함께 짐을 날랐다.
다행히 찰떡이가 자지 않고 있었다. 깨끗하게 손을 씻고 찰떡이와 첫 만남을 가졌다. 아직 낯을 가리지 않아서 울지 않았다. 찰떡이는 사진으로 볼 때보다 훨씬 더 아빠와 붕어빵이었다. 아빠가 할아버지를 닮았으니 할아버지와도 붕어빵이다. 며느리 말로 자는 모습도 아빠와 닮았다고 한다. 며느리 친구가 찰떡이 보고 유아모델하라고 했다고 기분 좋다고 하더니 이목구비가 또렸해서 유아모델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았다. 잘 생겼다. 할머니가 팔불출이 되어도 좋다. 예쁜 걸 어쩌겠어. 할머니가 안아주니 불편한지 울려고 입을 삐죽삐죽한다. 얼른 할아버지가 안았다. 다시 편해졌다. 역시 힘센 할아버지 품이 편한가 보다.
난 아기를 안는 것이 서툴다. 우리 아들 둘도 친정어머니가 키워주셔서 그런 것 같다. 짝꿍은 아기를 편하게 안아주고 잘 재운다. 찰떡이를 안고 있는 모습이 너무 안정적이다. 며느리가 우리 집이 가까우면 할아버지가 자주 안아주면 좋겠다고 한다. 둥이도 할아버지 팔에 안기면 금방 편해져서 울다가도 그쳤다. 짝꿍은 할아버지를 닮은 손자가 너무 예뻐서 계속 안고 우유도 먹이고 잠도 재운다. 아들 네가 집 가까이 살면 자주 돌봐 줄텐데 아쉽다. 점심을 시켜먹고 차도 마시고 찰떡이가 깨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찰떡이는 깊은 잠이 들어 깰 줄을 모른다. 함께 놀아주려고 했는데 아쉬웠지만 모처럼 주말이라 아들과 며느리도 쉬어야 할 것 같아서 자는 모습만 보고 돌아왔다.
찰떡이가 우유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건강해서 너무 기쁘다. 그동안 아들과 며느리가 이만큼 키우느라고 너무 고생이 많았을 것 같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육아를 잘하는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이제 12월 백일에나 만날 것 같다. 그때까지 건강하게 잘 자라길 바란다. 오늘 찰떡이를 만나러 가는 길이 즐거운 가을 여행이 되었다. 찰떡이도 만나고 가을여행도 하고 오늘 행복 하나가 더해졌다. 10월이 찰떡이 덕에 행복으로 기억될 것 같다. 정말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