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미래 Dec 14. 2022

선생님, 이과죠?


5학년 과학 수업을 마치고 학생들이 교실로 올라갔다. 쉬는 시간이었는데 남아있던 남학생이

"선생님, 이과죠?"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과학을 잘하시잖아요."

'내가 과학선생님이니까 당연히 5학년 과학은 잘해야지.'

속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선생님을 믿어주어 고맙기도 했다.

초 5면 아직 문과 이과를 논하지 않아도 될 텐데 부모님께서 과고라도 보내려고 미리 학원에 보내시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한 번도 내가 이과 성향이라고 생각이 없다. 늘 문과 쪽이라고 생각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음악을 좋아한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문과가 아니라 이과 쪽에 가까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MBTI도 ISTJ  '청렴결백한 논리 주의자'는 이과에 더 가까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중 고등학교 때는 수학을 가장 잘했다. 고3 때 수학선생님께서 S대 수학과에 원서를 쓰면 어떻겠냐고 말씀하셨다. 부모님도 원하시고 나도 선생님이 꿈이라 교대를 가야 해서 선생님 말씀은 들어드리지 못했다. 사실 S 대는 자신도 없었다.


다음으로는 이과 성향은 집중력이 좋다고 하는데 나도 집중력이 좋았다. 주변에서 떠들어도 내 할 일은 한다. 특히 공부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는 성향도 같다. 나 스스로 말을 잘 못한다고 생각하기에 모임이나 회의에서 꼭 해야 할 말 이외에는 잘 안 한다. 물론 아주 친한 사람과 있을 때는 다르다.


그리고 분명한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요리도 공식에 맞추듯 레시피 북을 만들어 매번 그대로 한다. 규칙이나 약속도 꼭 지키고 예정에 없던 일을 싫어한다.


하지만 책을 좋아하고 음악도 좋아한다. 생각해보면 문과 성향과 이과 성격을 반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특히 초등학교 교사는 모든 목을 가르치고 전체 학생들을 이해하고 가슴에 품어야 하니 교사였던 내 성향을 중간쯤에 다 놓은 게 아닌가 다.



고등학교에서 이과 문과를 나누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밖에 없다고 한다. 완벽한 이과도 문과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과 성향이 조금 더 강하긴 하지만 그 사람 내면에 감성적인 성격이 있고 문과 성향이라도 때론 이과처럼 행동할 수도 있다.


초등학교부터 이과 문과 성향을 나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과 문과 성향도 결국은 뇌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나뉜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우뇌와 좌뇌를 골고루 사용하도록 다양한 경험을 심어주면 뇌도 골고루 발달할 거다. 이과 문과를 꼭 나누어야 한다면 내가 조금 더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선택하면 될 테니까.


지난 금요일에 수업을 마무리하며

"주말 즐겁게 잘 보내고 월요일에 만나요."

라고 하자

"선생님, 저는 토요일에 학원 가서 못 쉬어요."

라고 한다.

5학년인데 과학에 관심이 많다. 어려운 과학용어도 알고 있어서 친구들이 모르는 것이 있으면 물어보기도 한다.

과고에 가려고 미리 공부한다고 했다. 과고나 영재고에 간 지인 아들들을 보면 초등학생 때부터 늘 학원에서 공부하는 것을 보았기에 이해가 되었다.


나는 학생들이 기본에 충실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주말에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주중에 하지 못했던 일들도 하며 신나게 지내면 좋겠다. 성격이 모나지 않아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소외되는 친구도 도와줄 수 있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요즘 수업하며 안타까운 점이 있다. 1주일에 한  번 정도 자리를 바꾸는데 도덕 시간에는 앉고 싶은 자리에 앉게 한다. (참  저는 요즘 시간 강사로 인근 학교에 나갑니다. 5학년 과학과 5, 6학년 도덕 교과를 가르칩니다.) 이 방법을 학생들이 좋아하지만 학급에서 소외되거나 친구들이 싫어하는 학생들이 눈에 들어와 가슴이 아프다. 그럴 때는 자리 배치를 도와주어 함께 앉도록 유도해 준다. 처음보다는 분위기가 좋아졌지만 같은 반 학생이니까 누구랑 짝이 되어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길 바란다.


이제 12월 말도 보름 정도 남았다. 학생들과 헤어지지만 모두 바르게 잘 자라 행복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퇴직하고 시간강사로 다시 교단에 서며 교사 시절 바빠서 챙기지 못했던 것들도 챙기고 학생들을 좀 더 이해하고 공감하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이전 20화 올해 마지막 달 첫날은 신달자 님의 시로 시작합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