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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Jun 10. 2022

숙제를 마치다-아들 둘, 손자 셋

에피소드 2-나는 엄마였다

 우리 집은 나와 며느리를 제외하면 모두 남자들이다.

 자식도 아들 둘인데 손자마저 모두 남자들이다. 아뿔싸…….    


 어렵게(결혼하고 거의 5년 만에) 태어난 큰아들은 공부를 잘하지 못했다. 그런데 미술에 소질이 있어 초등학교 때는 매년 실시하는 과학 그리기 대회에서 6년 동안 상을 받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는 미술 학원에 다니지 않았는데도 국립 민속박물관에서 주최한 ‘문화재 그리기 대회’에 나가서 금상을 받을 정도로 미술 감각이 있었다. 미술 전공으로 덕원예고에 가려고 중학교 1학년부터 준비를 하였는데 예고에 떨어지며 일반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예고 입학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고1 때는 좀 쉬고 2학년부터 다시 미술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고2가 되어 미술을 안 하겠다고 해서 다른 진로를 찾아보던 중에 2학년 말에 대학교에 골프 학과가 있다는 것을 알고 골프를 해 보겠다고 하였다. 그 당시 골프는 돈이 너무 많이 든다고 해서 선뜻 결정을 하지 못했다. 우리 집이 부자도 아니고 둘 다 맞벌이이긴 하지만 월급쟁이라 정말 결정하는데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자식이 하고 싶다는데 부모가 밀어주어야지 어쩌겠는가. 그래서 고3 때부터 골프 학과를 준비하였다.           

 다행이었는지 골프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중부대 골프 지도 학과에 1학기 수시로 합격하여 수능도 보지 않고 대학생이 되었다. 다른 친구들은 한참 입시 준비를 할 때 운전면허증도 따고 골프 연습으로 고3을 보냈다. 정말 큰아들은 팔자가 편하게 태어난 것 같다고 우리는 생각했다.   


 충남 금산군에 있는 중부대학교에 입학하여 4년 동안 기숙사 생활, 하숙, 자취 등을 하며 대학 생활을 하였다. 골프 지도 학과 입학 후 매년 프로 테스트에 도전하기를 거의 10년 만에 프로 테스트에 합격하였다. 월급쟁이 었던 우리 집에서 골프 가르치는 일은 정말 쉽지 않았다. 교사 월급과 회사원 월급으로 매년 전지훈련 및 라운딩비, 테스트비 등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어서 대출도 받고, 외삼촌, 고모 등 친척에게 지원도 받으면서 어렵게 프로 테스트에 합격하여 지금은 프로로 활동하고 있다. 지금도 큰아들을 남편은 돈벌레라고 한다.  


 둘째 아들은 어려서부터 좀 남달랐다. 친구 집에 놀러 가도 또래 친구들은 레고며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데 안 보여서 보면 책장 앞에서 책을 읽고 있다. 초등학교 때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책 중독자처럼 늘 책을 가지고 다녔다. 그래서인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안경을 쓰게 되었다. 한글도 웅진출판사에서 나온 과학전집을 보며 세 돌 반 정도에 스스로 깨쳤고 위인전 등 전집을 사주면 1권부터 스티커를 붙여가면서 읽었다. 책을 좋아해서인지 둘째는 공부를 잘했다. 초등학교 때는 수학 경시대회에서 상장을 항상 받아왔고, 중고등학교 때도 톱은 아니었어도 상위 그룹에 속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매월 초에 문제집을 사주면 1주일 만에 다 풀고 다시 사 달라고 했고, 방학 때는 집에서 다음 학기 수학 문제집을 풀고 쉼 없이 책을 읽었다. 5학년 때는 판타지 소설에 빠져서 판타지 소설가가 된다고 글도 썼고, 공부로 집중해야 할 고3 때도 공모전에 도전하기도 했다. 물론 수상하지는 못했다. 공부를 잘했기에 의대나 법대에 가길 원했다. 하지만 아들은

 “저는 일하면서 책을 쓸 수 있는 직업을 가질 거예요.”

라고 말하며 고집을 피워 결국 문과를 선택해서 대학도 인문학부에 가게 되었다. 다행인지 모르지만 그래도 모두 가고 싶어 하는 SKY 대학에 가서 지금은 LG유플러스에 다니고 있다. 결혼하고 쌍둥이를 낳고 보니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어서 현재에 충실하며 살고 있는 것 같다.       

   

 큰아들이 골프 프로 테스트에 도전하며 안정적인 직업을 잡지 못하는 가운데 작은아들이 결혼을 먼저 하게 되었다.

 “엄마, 연상 어떠세요.”

아들이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엄마는 연상도 괜찮아. 그냥 성격이 너무 강하지 않고 밝은 사람이면 좋겠어.”

둘째 아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취업이 되어 회사 다닌 지 만 1년 만인 27살에 연상인 지금 며느리와 결혼하게 되었다. 고등학교 때까지 본인은 독신주의라고 하던 둘째 아들이 이렇게 결혼을 빨리  할 줄은 몰랐다. 며느리는 무남독녀인데도 성격이 밝고 야무지고 생활력도 강했다. 며느리가 알뜰하게 생활해서인지 결혼하고 2년 만에 작은 아파트이긴 했지만 내 집 마련까지 하게 되었다. 더군다나 집을 사고 임신까지 하게 되어 우리 집은 경사가 겹쳤다.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지 않았는데도 쌍둥이가 태어났다. 쌍둥이는 유전이라고 해서 살펴보니 우리 집안에 현재는 쌍둥이가 없었지만 친정어머니 윗세대에 쌍둥이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쌍둥이는 너무 예뻤다. 둘이라서 기쁨도 두 배였던 것 같다. 이름을 지우와 연우로 지었는데 한자로 이름을 풀어서 받았는데 노년 운까지 모든 세대에서 너무 좋았다.   


 쌍둥이가 5개월 될 때부터 주말에 우리 집에 데려와서 2박 3일 동안 돌봐주었다. 주변 사람들이 일하는 할머니가 주말에 쉬어야지 너무 힘들지 않냐고 한다. 힘든 것보다는 둥이가 주는 기쁨이 더 커서 5살이 된 지금까지 돌봐주고 있다. 평일에는 외할머니가 돌봐주시지만 며느리가 주말에 일하고 월요일과 화요일에 쉬기 때문에 주말이 더 바쁘다. 주말에 아들 혼자서 둥이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엄마로서 아들을 주말에 좀 쉬게 하고 싶어 시작하게 된 일이다.     


 아들이 금요일 저녁에 둥이를 데리고 우리 집에 오면 며느리는 출근하고 저녁에 좀 쉬며 혼자 집에 있다. 나는 좋은 시어머니가 되고 싶어 며느리에게 절대로 잔소리도 하지 않고 명절 때도 미리 음식을 준비해 놓고 며느리가 시댁에 와서 전 붙이는 등 스트레스를 안 받게 하려고 노력한다. 명절 설거지도 두 아들에게 하라고 시키고 며느리는 과일을 깎으라고 한다. 나도 시집살이를 많이 하진 않았지만 시자가 붙으면 마음이 편하지 않아서 딸이 없는 나로서는 며느리를 딸처럼 생각하여 편하게 지내도록 하였다. 며느리가 너무 죄송해하면

 “지금은 내가 할 수 있으니까 미안해하지 말고 내가 나이 들어 힘들면 그때 하렴.”

 그래도 며느리는 늘 사 갈 것 없는지 물어보고 뭐라도 하려고 한다. 집에서도 음식을 해 보지 않아 음식 만드는 일은 정말 못하지만 내가 뭐라도 하려고 하면 본인이 하겠다고 해서 그런 모습도 너무 예쁘다.   


 둥이는 일란성쌍둥이로 1분 차이로 태어났는데 성격도 너무 다르고 식성도 다르고 모든 게 많이 달랐다. 아기일 때는 잘 때도 한 명은 손을 잡아야 자고, 한 명은 발뒤꿈치를 잡아야 잠을 잤다. 요즈음은 오른손을 한 명이, 또 왼손을 한 명이 잡고 잠을 잔다. 두 손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올해 유치원에 입학하였고, 말도 잘하고 세 돌 지나면서 한글도 깨치고 숫자도 1000까지 다 읽는다. 암기력이 너무 좋아 100개 나라 국기와 수도, 위치 등도 다 외운다. 자꾸자꾸 자랑하고 싶다. 우리 집은 작은 어린이집이다. 트램펄린도 있고, 그네도 있고, 세계지도 퍼즐, 블록, 칠판 등 한 방 가득 둥이 짐이다. 물론 둥이 침대도 있고 바닥 매트도 다 사서 둥이가 오기 전에 완벽하게 둥이 맞을 준비를 한다. 손자는 뭘 해도 예쁜 것 같다.    


 지난 12월에 7년 연애 끝에 같은 골프 프로인 며느리와 결혼을 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유 교장님은 퇴직 전에 숙제를 마쳐서 너무 부럽습니다.”

 라고 말해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다행스러운 것은 큰아들이 결혼하고 허니문 베이비가 되어 9월 초에 손자가 태어난다. 이번에는 딸이길 바랐지만 이번에도 아들이라고 한다. 아들도 좋다 그저 건강하게만 태어나길 바란다.     

 요즘 너무 행복하다. 걱정이 하나도 없다. 아들 숙제, 손자 숙제까지 마쳤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 집은 남편, 아들 둘과 손자 셋 모두 남자들이라 여자인 우리 셋이 힘들 것 같지만 그래도 난 요즘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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