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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Jun 10. 2022

두근두근 남편과 첫 해외여행

에피소드 2-나는 엄마였다

"여보, 이번 추석 연휴에 북경으로 함께 여행 갈까요?”

“나야 좋지.”

 평소에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휴가 때면 늘 친구들이나 직장동료들과 해외여행을 다녔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편은 아니었지만, 매달 모임에서 회비를 내 1~2년 적금을 들어 여행을 가곤 하였다. 여행을 갈 때면 집에 남아있는 남편이 걱정되었으나 남편도 직장을 다니던 터라 길게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 함께 가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 남편도 나이가 들어 퇴직하여 집에 있기에 함께 여행을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9. 9월 추석 연휴에 처음으로 남편과 북경으로 여행을 가기로 하였다. 여행을 가기 전에 중국 음식을 싫어하는 나는 마트에서 김이며 깻잎장아찌, 생수, 누룽지, 컵라면 등과 여행 가서 입을 옷 등 여행용품을 사며 마냥 들떠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걱정도 되었다. 남편과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항상 하는 이야기가 갈 때는 웃으며 떠나는데 올 때는 꼭 싸우고 온다는 거다. 가기 전에 남편에게

“여보, 우리 여행 가서 절대 싸우지 않겠다고 약속해요.”

그랬더니 남편이

“좋은데 여행 가서 왜 싸워, 싸울 일이 뭐가 있다고.”

한다. 암튼 우리는 여행 가서 절대로 싸우지 말자고 약속을 하고 여행을 떠났다.     


 인천공항에서 여행사 직원을 만나 여행 수속하고 북경으로 출발하였다. 구채구, 심천 등 중국의 몇 개 도시는 다녀왔지만 음식 때문에 중국은 가고 싶지 않았는데 그래도 북경은 한번 가 봐야 할 것 같아 추석 연휴 기간 3박 4일 동안 여행을 가게 된 거다. 공항에서 함께 여행할 분들을 만났다. 일행 중에는 우리처럼 부부가 온 팀도 있었고, 남매, 자매 부부, 부모님과 함께, 아들과 둘이서 온 아빠, 가족이 함께 오거나 혼자 온 분도 있었다.     

 

 북경에 도착한 저녁에 북경 쇼를 보았는데 그 스케일이 장난이 아니었다. 예전에 심천에서 본 쇼도 대단했지만 북경 쇼도 장관이었다. 남편도 쇼를 보며 감탄을 하였다. 직장 때문에 여행을 많이 다니지 못한 남편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그동안 혼자 여행한 것이 조금 미안했다. 집에서 출발할 때부터 남편이 무거운 짐을 들어주고, 간식도 알아서 사주고 모든 것을 챙겨주어서 친구들과 여행할 때보다 훨씬 편하고 든든하였다.

 ‘남편과 여행 오길 잘했어.’     


 다음 날부터 북경의 명소인 만리장성, 이화원, 자금성, 용경협, 천안문 광장 등을 방문했고 경극 관람, 인력거 투어 등도 하였다. 가는 곳마다 우린 서로 사진도 찍어주고, 셀프 숏도 촬영하며 연애할 때처럼 즐거웠다. 다행인 것은 평소에 남편은 성질도 급하고, 목소리도 크며, 화도 잘 내는 편이어서 여행하는 동안 걱정을 많이 하였는 의외로 가이드로부터 가장 점잖은 분으로 인정을 받았다. 아마 ‘나이 듦의 품격’이 아닌가 싶었다. 중국 여행을 하는 동안 음식도 예전에 비해 한국 사람 입맛에 잘 맞았고, 숙소도 나쁘지 않아 그리 불편하진 않았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 버스로 이동하는 일정이 조금 힘들었다.     


만리장성, 이화원

케이블카를 타고 만리장성에 오르며 그 거대함에 놀랐고 이화원을 산책하며 서태후는 어떤 마음으로 지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남편과 팔짱을 끼고 데이트를 하였다. 이화원은 바다와 인공호수의 자연 풍광이 주변의 정자, 궁전, 사원, 교각 등의 인공 요소들과 결합하여 매력적이고 조화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화원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곤명호는 인공호수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것 같았다. 중국이니까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했다. 인력거 투어도 재미있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손을 높이 들고 소리 지르며 신나게 달렸다. 요즘 여행은 눈으로 보는 것뿐만 아니라 액티비티가 있어야 정말 즐거운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남편도 오랜만에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하였다.    

  

 남편과 나는 쇼핑 스타일은 다르지만 쇼핑을 좋아하는 편이라 쇼핑센터에서

“이거 살까?”

하면 대부분 사라고 하였다.

 쌍둥이 손자 침대에 깔아 줄 라텍스 패드와 이불을  먼저 샀다. 우리에게는 늘 둥이 손자가 1순위다. 남편이 평소에 오른손에 약간 힘이 없다고 해서 신경에 좋다는 게르마늄 팔찌, 그리고 액세서리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진주 매장에서 골드 진주 세트 등을 샀다. 참 중국 가면 필수로 사 오는 참깨도 한 말 사서 참기름을 짜서 나눠 먹었다. 나중에 카드비 낼 것이 조금 걱정이 되긴 하였지만 언제 또 올까 하는 생각으로 눈 딱 감고 사고 싶은 것을 샀다. 생각해 보면 혼자 여행을 갔었다면 들고 올 거 생각해서 이것저것 무거운 것은 사지 못했을 텐데 남편이 함께 가서 쇼핑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남편은 지루성 두피염 때문에 염색을 하지 못해 흰머리가 많은 편이다. 반대로 나는 염색을 아직 하지 않으며 얼굴도 동안이라 얼핏 보면 나이 차이가 많이 나 보인다. 그래서 여행 갈 때 젊게 보이라고 모자를 챙겨 갔는데 자꾸 모자를 잊어버리고 버스에서 내리는 거다. 그것 때문에 내가 자꾸 남편에게 잔소리를 하였지만 그 외에는 여행기간 동안 남편과 많이 싸우지 않았다.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이번 북경 여행을 통해서 앞으로 여행은 가능하면 남편과 같이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살면 얼마를 더 살 거며 함께 있을 시간도 산 날보다 적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해외여행이 어렵다면 국내 여행이라고 자주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잔소리를 가끔 하고 미운 짓을 할 때도 있지만 남편이 옆에 있어 정말 든든하다.


 이제 우리 부부는 둘 다 60대 중반이 넘었다. 남편은 얼마 전에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다. 퇴직 후에도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대한민국의 멋진 시니어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의 여행은 꼭 남편과 함께 가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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