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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Jun 10. 2022

네 살 둥이 한글을 떼다

에피소드 2-나는 엄마였다

 2018년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에 지우와 연우 쌍둥이 손자가 태어났다. 작은아들이 2015년 2월 7일 어린 나이인 27살에 형보다 먼저  결혼하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취직하고 일 년 만에 결혼을 한 거다. 사돈 댁에서는 사위가 취업하자마자 결혼을 하여 조금 미안해하셨다. 하지만 요즘 청년들을 3포 세대라고 부르는데 일찍 결혼하는 아들이 고맙게 여겨졌다. 결혼 후 계획대로 2년 후에 임신을 하고 둥이가 태어났다. 둘째는 하나님의 축복 덕분인지 일이 계획대로 잘 되는 것 같았다.     


 둥이가 5개월이 지나면서부터 주말마다 우리 집에 데려와서 금요일 저녁부터 2박 3일 동안 돌봐주었다. 자라는 모습을 늘 보면서 지내니 더 예쁜 것 같다. 우리 집은 주말이면 작은 어린이집처럼 꾸며졌다. 그 일은 늘 남편이 하기 때문에

며느리는 그런 우리 집을 보며

 “아버지, 어린이집보다 더 좋은 것 같아요.”

라고 한다. 바닥에 매트를 깔고 펜스도 세우고 둥이 침대도 트윈으로 사고 장난감도 준비해 놓았다.     

 

 둥이가 첫돌이 지나도 잘 걷지 못해 조금 걱정을 하였지만 15개월 무렵이 되니까 잘 걷게 되었다. 기다림이 필요한 것 같았다. 그해 여름에 앞 베란다에 미니 풀장을 만들었다. 목 튜브를 한 둥이는 배우지도 않았는데 헤엄도 잘 치고 물에서 너무 잘 놀았다. 동요를 틀어 주니 더 신나서 잘 놀았다. 그런 둥이를 보며 남편은 

 “야간 개장도 할까?”

라고 하며 더 신나 했다.      


 둥이는 걸음만 느린 것이 아니라 말도 많이 늦었다. 하지만 사물 이름을 습득하고 글을 익히는 능력은 탁월한 것 같았다. 책을 좋아하던 작은 아들도 세 돌 지나고 혼자 한글을 깨쳤는데 둥이도 아빠 머리를 닮은 듯하였다.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한글 카드놀이를 하였다. 처음에는 ‘바나나’ 등 그림을 보여주고 물어보면 척척 알아맞히었다. 조금 지난 후에 한글이 쓰여 있는 면을 펼쳐놓고 물었더니 낱말을 맞추는 것이 아닌가. 우린 너무 신기해서 둥이와 관련 있는 낱말로 가나다 차트를 만들어서 우리 집과 둥이네 집에 붙여 놓았다. 그 시기에 유튜브를 조금 보며 ‘가나다라’, ‘1234’, ‘ABCD’등도 발음은 잘 안되는데 신기하게 따라 했다.     

“둥이가 말하는 순간 바로 한글을 떼는 것 아니야?”

라고 우리는 농담 반 기대 반으로 말하였는데 세 돌이 지나고 어느 정도 단어 등을 말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글 낱말도 읽는 것이 아닌가? 너무 신기하였다. 칠판도 구입하고 숫자 자석, 알파벳 자석, 한글 자석도 구입하여 놀이를 하였는데 숫자에도 관심을 보였다. 밖에 나가면 아파트에 쓰여 있는 동 숫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큰 소리로 말하여 주위 사람들을 웃게 만들었다.     


 또래 아이들보다 말이 조금 느렸는데 며느리가 걱정이 되었는지 언어치료를 받게 하였다. 언어치료는 주 1회 센터에 방문하여 받았다. 큰 손자 지우는 6개월 받는 동안 좋아져서 중지하였고, 둘째 연우는 1년 정도 받았다. 2022년 2월에 네 돌이 지났는데 지금은 못 하는 말이 없고 표현력도 엄청 좋아졌다. 기특한 건 높임말을 쓴다는 거다. 시간이 흐른 탓인지 언어치료 덕분인지 잘 알 수는 없지만 아이들은 때가 되면 할 건 다 하는 것 같다. 어른이 못 참고 조급해서 그렇지 아이 양육에는 느긋한 기다림이 필요하다.     


 올해 둥이는 다섯 살이 되어 유치원에 들어갔다. 유치원에 보내려면 배변 훈련이 먼저이고, 혼자서 밥도 먹어야 하기에 작년 여름부터 배변 훈련을 하여 어렵게 성공하였다. 연우가 깡통에다 쉬를 하는 순간 우리 집은 함성이 터졌다. 그날 찍은 동영상을 보면 정말 무슨 큰일이 일어난 것 같다. 큰일은 큰일이다. 그렇게 시키려고 했던 깡통 쉬를 처음 한 거니까. 무슨 일이든지 처음 한 번이 중요한 것 같다. 연우가 깡통에다 쉬를 하는 것을 보고 지우도 곧 따라 하게 되었고 변기에다 소변을 보는 연습도 하게 되었다. 아직도 완벽하게 잘하진 못하지만 혼자 밥 먹는 법, 옷 올리는 법, 신발 신는 방법 등도 훈련하고 있는데 아직도 서툴다. 그렇지만 혼자서 화장실에 가서 소변도 누고 밥풀을 많이 흘리긴 하지만 혼자 밥도 먹는 둥이가 대견스럽다.  

    

요즘도 주말에 우리 집에 와서 지내는데 아빠가 있으면 혼자 하려고 하는데 할머니만 있으면 밥도 먹여 달라고 한다. 1년만 지나면 혼자 잘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우리 둥이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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