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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Mar 22. 2023

작은 학교의 학부모 총회

3월 2일에 거의 모든 학교가 새 학년도를 시작했다. 올해는 2023학년도이다. 학교는 대부분 3월부터 여름방학 끝나는 날까지를 1학기, 여름방학 개학날부터 2월 말까지를 2학기라고 한다. 사회와는 다르게 학교는 3월부터 다음 해 2월 말까지가 1년이 된다. 전에는 3월부터 8월 말까지가 1학기였고, 9월 1일부터가 2학기였는데 요즘 학사일정이 달라져서 대부분 이렇게 운영한다. 학사일정은 정해진 것이 없고 학교에서 교육과정을 작성할 때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여 정하면 된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3월 중순에 학부모총회를 실시한다. 아마 지난주 수요일에 가장 많이 하였을 것 같다. 초등학교는 많은 학교가 수요일은 4교시로 계획하고 그날 연수나 행사 등을 많이 실시하는 편이다. 학부모 총회 날 학부모 공개 수업을 하는 학교도 많이 있다. 교원능력개발평가에 학부모 공개수업을 하게 되어 있다. 학부모님들께서 학교에 오시는 날 실시하면 번거롭게 학교를 또 방문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는 총회 날 공개 수업은 없었다. 2학기에 따로 계획되어 있다.


학부모총회의 큰 의미는 그날 학교운영위원회와 학부모회를 구성하는 거다. 두 단체 모두 학교에서 꼭 구성해야 하는 법적인 기구다. 학교운영위원회는 임기가 2년이라서 2년 만에 한 번씩 선출하면 되는데 학부모회는 임기가 1년이라 매년 구성해야 한다. 학부모회 아래 직능단체인 녹색어머니회, 도서실 명예교사회 등도 학교 실정에 맞게 구성한다.


지난 3월 15일 수요일에 학부모 총회를 하였다. 우리 학교는 한 학년이 두 반뿐이고 특수학급 두 학급을 포함하여 14 학급의 작은 학교다. 도시에서는 드문 학교지만 요즘 학생수 감소로 작은 학교가 꽤 있다. 직장에 다니셔서 못 오시는 분들에게 위임장을 미리 받았다. 우리 반은 맞벌이가 많아서 22명 중 11분이 위임장을 보내 주시고 11분이 참석하셨다.


학교가 시골학교처럼 작다 보니 15시부터 참석하신 전체 학부모님이 강당에 모여 총회를 하였다. 학교에 근무하는 전체 직원도 강당에 모여 학부모 총회에 참석하였다. 교사는 물론이고 행정실 직원, 돌봄 선생님, 배움터지킴이 선생님 등 모든 교직원을 교장 선생님께서 소개해 주셨다. 한 명씩 호명될 마다 인사를 하였다. 물론 학부모님께서 박수도 주셨다.


퇴직 전에 근무했던 서울 학교에서는 학부모 총회 날 학부모님들이 자녀 교실에 앉아서 방송으로 진행하였다. 아마 대부분의 학교에서 이렇게 진행할 것 같다. 교장선생님께서 방송실에서 축사도 하고 학교운영 위원회와 학부모회에 선출된 임원들도 소개해 주었다. 오늘처럼 대면으로 전체 학부모 총회를 하는 것도 참 뜻깊은 자리라고 생각되었다. 물론 작은 학교라 가능하다.


교장선생님 축사에 이어 다양한 학부모 연수가 진행되었다. 요즘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학부모 연수가 많아 모인 김에 연수를 한다. 연수가 진행되는 동안 담임선생님들은 교실에서 학부모님을 기다린다.  거의 한 시간 정도의 강당 총회가 끝나고 학부모님께서 교실로 오셨다. 작성해야 할 참석자 명단과 약간의 간식도 놓아드렸다. 간식은 우리 반 학생들에게 주는 것이었지만 학부모님께서 한두 개씩 가져가셨다. 그 모습이 정겨워 보았다.


매일은 아니지만 5교시가 있는 날 학생들에게 간식을 하나씩 준다. 마이츄와 자유시간을 준비했는데 아이들은 마이츄를 좋아했다. 마이츄 중에서도 간색 마이츄를 가장 좋아했다. 원하는 것을 하나씩 가져가라고 하는데 아이들이

"동생것 하나 더 가져가도 되나요?"

"오빠 것도 가져가도 되나요?"

심지어 엄마 아빠 것도 챙기는 아이들이 다. 그 모습이 참 귀엽다. 정이 참 많은 아이들이다. 간식은 급식을 먹고 양치하기 전에 먹으라고 당부한다.


교실에 들어오신 학부모님께서 교실을 둘러보시며 작품 게시판 등에서 자녀의 작품을 핸드폰으로 찍었다. 그 모습에 미소가 지어졌다. 이것도 시대의 달라진 모습인 것 같았다. 예전에는 교실에 들어오시면 자리에 먼저 조용히 앉아서 기다리셨는데 참 자유롭다. 이런 분위기가 참 좋았다. 우리 반은 아버님 한 분과 어머님 10분 모두 11분이 참석하셨다. 올해 우리 반 운영에 대해 말씀드리고 건의 사항 등도 받았다. 학부모회 회원 한분도 신청해 주셔서 감사했다. 우리 반 아이들만큼 학부모님도 모두 좋으셨다.


이렇게 학부모 총회는 끝났다. 3월은 올 한 해를 준비하는 기간이라 할 일도 참 많고 분주하다. 이제 학부모총회까지 마쳤으니 다음 주에 있는 학부모 상담만 마치면 바쁜 일은 마무리될 것 같다.


학교는 1년 중 3월이 가장 바쁘다. 선생님들은 3월이 가장 바쁘고 힘들다. 어쩜 학생들도 새로운 학년으로 진급하여 새 친구와 새 선생님을 만나서 적응하는 3월이 힘들 것도 같다.  이제 3월도 곧 갈 것 같다. 4월에는 좀 더 여유 있고 즐거운 학교 생활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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